|
서울시립미술관 앞은 ‘뮤지엄나이트’를 즐기려는 이들로 문전성시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야간 개장 서울시립미술관 ‘뮤지엄 나이트’····미술과 음악, 영화를 만나다
|
서울시립미술관 앞은 ‘뮤지엄나이트’를 즐기려는 이들로 문전성시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
아름답다, 이렇게 예쁜 생각을 하다니.
서울시립미술관 ‘뮤지엄나이트’는 서울의 밤에 벌어지는 가장 멋진 놀이 중 하나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12년에 미술관 야간 개장 행사를 시작했다. 이 행사를 발전시켜서 지금의 ‘뮤지엄나이트’를 만들었다. 밤에 전시도 보고, 밤의 미술관도 탐방하는 것이다.
작품의 외형도 변한다.
창에는 바깥의 밤 풍경이
마치 예술 작품처럼 걸린다.
밤과 미술관과 작품과 나
당신의 대화는 은밀해진다 뮤지엄나이트는 매월 첫째, 셋째 화요일에 열린다.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세 가지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뮤직+뮤지엄’ ‘큐레이터+뮤지엄’ ‘무비+뮤지엄’이다. 모두 ‘뮤지엄’이 들어간다. 프로그램의 중심에 ‘뮤지엄’, 즉 전시가 있고 여기에 밤의 분위기를 덧입히는 것이다. “미술관은 전시가 메인 콘텐츠잖아요. 문화 행사가 전시와 따로 논다면 굳이 미술관에서 할 이유가 없죠. 그 때문에 음악으로 듣는 전시, 전시를 준비한 큐레이터가 직접 소개하는 전시, 영화로 확장해서 즐겨 보는 전시 등의 행사가 진행됩니다.” 뮤지엄나이트의 기획자 변지혜 큐레이터가 친절하게 말해주었다. 그의 말을 통해 ‘뮤직+뮤지엄’ ‘큐레이터+뮤지엄’ ‘무비+뮤지엄’이 각각 어떤 프로그램인지 추측할 수 있다. 부연하면 ‘뮤직+뮤지엄’은 ‘음악으로 듣는 작품 설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설명’이란 단어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 작품을 감상할 때 설명 따위를 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니까(나는!). 다만 음악은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문’을 밀어준다. 그래서 ‘뮤직+뮤지엄’이 뭐냐면 디제이(DJ)가 작품을 충분히 공부한 뒤에 작품과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한다.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오디오가이드를 착용하고 작품 앞에 서면 음악이 재생된다. 8월에 이곳에서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특별전: 스케치에서 스크린으로> 전시가 열렸다. 이달의 디제이는 뮤지션 ‘안녕하신가영’이다. 안녕하신가영은 ‘좋아서 하는 밴드’의 멤버였던 백가영의 솔로 이름이다. 어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다른 감각을 동원해야 할 때가 있다. 그것은 마치 마라토너와 유도 선수가 주로 사용하는 다리 근육이 다른 것과 같다. 미술 작품 앞에 서면 이미 뇌의 한 부분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작동한다. 그러나 어떤 작품은 다른 감각이 움직이기를 요구한다. 음악을 들을 때의 감각, 그때 뇌의 작용 같은 거. 그런데 이런 분석은 무용하다. 선곡된 음악을 들으며 작품 앞에 서면 그냥 마구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밤이고, 미술관은 한적하다. 그 시간에 나와 당신이 거기 있다. ‘큐레이터+뮤지엄’은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가 직접 전시를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할 말이 얼마나 많겠어! 미술관의 큐레이터인 내 친구는 작품 설치할 때가 되면 예민해져서 말도 못 건다. 그때 친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그를 몰살시킬 정도로 참혹하고 황당하고 웃음 짓게 하는 것들일 게 분명하다. 그런 이야기는 전시되지 않는다. ‘큐레이터+뮤지엄’에 참여하면 들을 수 있다. 오해할까봐 적어두자면, 당연히, 그런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다! 전시와 작품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도 해준다.
|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뮤지엄나이트’ 행사를 즐기는 이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
밤에 놀기 좋은 카페들 카페 이름을 기억하자. 다 알고 있겠지만 요즘 카페에선 커피만 팔지 않는다. 발랄한 사람들이 만든 독립 출판물도 팔고, “어머, 이건 꼭 사야 해”를 남발하게 하는 아트 상품도 판다. 어떤 곳은 시각적인 즐거움, 지적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서울 합정동 ‘1984’ 카페에선 사진전이 열리고, 공연도 한다. 최근엔 일본의 래퍼 싱고투(Shing02)가 이곳에서 노래를 불러, 저녁이 들썩거렸다. 동교동에 있는 ‘공상온도’는 아티스트들에게 음료 가격을 30% 할인해준다. 평일 낮 12시~2시 사이엔 무려 50%를 깎아준다! 이 말은 뭔 말이냐? 늘 예술가들이 찾아온다는 거다. 그들은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그러니 ‘공상온도’에서도 당연히, 항상 전시가 열린다. 벽에 아무렇지 않게 붙여놓은 드로잉 작품을 보면 ‘공간’이란 확정된 형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강남역 ‘빈브라더스’에는 책이 전시돼 있다. 이곳은 북 셀렉션 카페다. 책을 ‘오브제’로 사용하는 전시가 아니라, 책의 가치를 아름답게 보여주는 전시다. 그러니 이름들을 기억해두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친구를 맺고 어떤 이벤트가 열리는지 확인하자. 세 곳 모두 심야 영화 감상회, 심야 음악 감상회가 수시로 열린다. 영화를 본다, 음악을 듣는다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떤 영화를 보는가, 어떤 음악을 듣는가를 깊이 생각하게 해준다. 행위를 넘어, 속성의 시대에 도래한 것이다. 그래서 어떤 밤은 무턱대고 아름답다. 이우성 시인·<아레나> 피처에디터 kay0177@hanmail.net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