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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25 13:58 수정 : 2016.08.25 14:04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대림미술관 ‘굿나잇’ 프로그램

서울 통의동의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굿나잇’ 프로그램. 대림미술관 제공
이제 유명해져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대림미술관의 ‘굿나잇’(GOOD NIGHT) 프로그램! 미술관이 있는 서울 통의동은 고요한 동네다. 하지만 굿나잇이 열리는 매주 목요일 밤이 되면, 통의동은 시끌벅적한 곳으로 변신한다. 그렇다. 저녁에 만나서 노는 거다. 전시도 보고, 색칠 공부도 하고, 영화도 보고, 라이브 연주도 듣고, 뮤지컬 배우들과 토크콘서트도 한다.

두서없이 이것저것 다 하는 게 아니라, 맥락이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월25일부터 8월21일까지 대림미술관에서는 ‘색, 다른 공간 이야기’ 전시가 열렸다. 그래서 6월의 프로그램은 ‘무비나잇’, 색은 보라색이었다. 보라색 조명 아래서 영화 상영회를 열었다. 무료로 팝콘과 스택 와인도 줬다. 7월에는 ‘뮤직나잇’이었고, 파란색이었다. 사연을 받아서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하며 그 사연을 읽어주었다. 연한 파란빛 조명이 공간을 채웠다. 8월은 ‘하트나잇’. 하트? 사랑인가 생각했는데 뜨거운 ‘핫’(hot)이었다. 색은? 당연히 빨강! 그래서 뜨거운 밤이 돼버렸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출연자들이 대림미술관 D라운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장 남자들이 상반신을 섹시하게 드러내자 관객들은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사진을 찍었다. 열광! 열광! 그날 관객들은 각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킹키부츠 #대림미술관’ 같은 해시태그를 달고 그 사진을 올렸을 거다.

굿나잇은 매주 프로그램이 조금씩 바뀌지만 그달의 주제, 그달의 색깔은 바뀌지 않는다. 매번 300~500명 정도가 온다. 술과 음료도 제공된다. 따로 돈을 받진 않고, 콘서트나 영화 감상회가 열릴 때는 에스엔에스로 사전 신청을 받는다. 이 모든 것은 그저 유흥이 아니라(물론 유흥이어도 상관없지만) 고급한 문화 활동이라는 느낌을 준다. 가령 ‘색, 다른 공간 이야기’는 색이 일상에 미치는 자극을 다룬 전시다. 전시를 보고 나와 굿나잇에 참여할 때, 누구라도 우리 주변을 이루고 있는 색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전시를 말이나 글로 설명하는 것보다, 이러한 체험들이 더 많은 영감을 준다. 그야말로 고급하고 멋진 기획 아닌가!

대림미술관은 낮에도 밤에도 붐빈다. 입장권을 사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미술관이 이렇게 인기 많은 공간이 되는 게 언뜻 낯설다. 하지만 수긍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대림미술관이 유명해져서 대림미술관에 가는 게 아니라, 이곳에 가면 늘 뜻하지 않은 감동을 받기 때문에 가는 거다. 9월엔 대림미술관에 전시가 없다. 그래서 굿나잇도 안 열린다. 10월6일에 새 전시가 시작되고, 10월의 밤, 목요일에 굿나잇도 다시 열린다. 이번엔 또 뭘 하려나.

이우성 시인·<아레나> 피처에디터 kay01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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