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근현대 생활유물 수집·연구가 김영준 ‘시간여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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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생활유물 수집가 김영준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시간여행’ 사무실에서, 아끼는 수집품 ‘버스 차장 가방’ 등을 보여주고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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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박물관 소장품 빌려와 전시
같은 일 반복해선 안돼
흔한 것 먼지 털고 의미 찾아야” “최근 10여년간 국내 곳곳에 지자체와 개인들이 운영하는 근현대 생활사박물관이 10곳 이상 생겨났다. 늘고 있어 다행이지만, 아직 미흡하다. 한국박물관협회 등록 사립박물관 및 미술관 수가 400여개에 이르지만, 근현대 생활분야 박물관의 등록 수는 미미하다. 시설기준 등 등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수집가들이 질보다 양에 치중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컨대 라디오의 경우 수량이 중요한 게 아니라, 라디오 변천사를 체계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옛 교과서도 마찬가지다. 시대별·테마별로 유물을 수집해 정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관람객들에게 추억과 감성만을 팔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치 있는 유물의 보존과 전시를 통한 교육이라는 박물관의 유물 개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다른 나라의 생활유물 관리는 어떤가? “이웃한 일본과 중국의 경우 포스터·장난감·성냥 등 생활유물 분야마다 수시로 전시회를 열고 전시품 사진과 목록을 담은 다양한 도록을 펴내고 있다. 유물을 시대별·테마별로 정리해놓은 수많은 도록들이 서점에서 판매된다. 각 분야 유물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어 교육적 효과도 크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근현대 생활사 전문 전시회도 많지 않을뿐더러, 도록 발행이 되지 않은 분야가 대부분이다. 영화 포스터류 도록은 몇 종 있지만, 계몽 표어나 홍보 포스터, 상품 포스터류 도록 등은 아직 발행된 바 없다. 장난감과 인형 분야만 해도 태엽류·로봇류·봉제류·고무류 등 테마별로 유물이 풍부하지만 아직 어떠한 도록도 만들어진 바 없다. 다행히 국립민속박물관이나 지자체 시립박물관들에서 생활유물에 관심을 갖고 기획전 등을 열고 있어 기대감이 크다.” -40년 가까이 직접 생활유물을 수집해왔는데, 특히 애착 가는 품목이 있다면? “지금까지 수집해온 1300여종 15만여점의 물건들이 다 소중하다. 그중에서도 꼽으라면 1960년대 여성 가방 3종을 말하고 싶다. 버스 차장 가방과 보건사회부 가족계획운동 가방, 그리고 화장품 외판원 가방이다. 당시엔 너무 흔해서 보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그러나 이제 찾기 어려워진 사연 많은 가방들이다. 해방공간과 한국전쟁 기간에 남북에 뿌려진 ‘삐라’(전단지. 한국전쟁 동안 20억장이 뿌려졌다)들과 70~80년대 민주화운동 전단지·기록물, 50~60년대 남북한의 계몽·홍보 포스터들도 소중하다.” -더 하고 싶은 말은? “근현대 생활유산·유물 보전에 대기업들이 좀더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근대화 시대 기업의 생산물이 모두 생활유물들이다. 각 기업이 뿌리찾기를 통해 초창기 설계도·생산물·기록물 등을 찾아낸다면 국내 생활유물의 체계적 수집·보전에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근현대생활사 보고 싶다면 전국 주요 근현대생활사박물관(부여 백제원, 파주 근현대사박물관 외)
△서울 북촌 생활사박물관=서울 종로구 삼청동. (02)736-3957.
△인천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인천광역시 동구 송현동. 032-770-6131.
△거제 해금강테마박물관=경남 거제시 남부면 도장포. 해금강 들머리. (055)632-0670.
△제주 선녀와나무꾼 테마파크=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064)784-9001. 생활문화사 관련 전시회
△민족대이동 옛 모습 ‘추석-귀성’전=1960~90년대 시기별 귀성 모습 사진전. 서울역사박물관 1층 로비. 10월9일까지.
△성냥·라이터 역사 ‘화생방’전=성냥·라이터·소방 관련 실물·사진 1000여점. 인천시립박물관 컴팩스마트시티 1층 기획전시관. 11월27일까지. 생활문화사 관련 새책
△한국현대 생활문화사=1950~80년대 한국의 생활문화 정리. 홍석률 외 32인 지음, 창비 펴냄. 총 4권 6만6000원.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전라도 구석구석 푸근하고 정겨운 멋과 맛. 황풍년 지음. 행성B잎새 펴냄.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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