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9.22 10:46
수정 : 2016.09.2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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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25억원 들여 생활유물 13만여점 모은 최규원 백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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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생활유물 수집가 최규원 백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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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려보덜 않았는디, 워치게 알간유?”
생활유물 전시관 백제원의 전체 유물이 얼마나 되느냐는 물음에 최규원(60) 원장이 되물었다. “일에 쬐껴 사니, 뭐 하나 정리해논 게 읍슈.”
그가 쫓겨 사는 일이란 돌아다니며 생활유물 모아들이는 것과, 백제원 운영비에 보태려고 최근 옆에 새로 문을 연 한정식 전문점 ‘백제궁 수라간’ 관리다.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직장생활과 의류장사를 하다 그만두고 약 30년 전 부여에 정착한 그는 음식점을 하며, 주변에서 생활용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우표·딱지 등을 모으는 게 취미였던 그는 “사라져가는 옛날 물건에 대한 집착”이 남달랐다고 했다. 식당에서 번 돈을 “모조리” 우체통·라디오·영화필름·포스터 따위 옛 물건 사들이는 데 쏟아붓기 시작했다. 사라져가는 옛 상품·기록물·사진들이 너무 안타까워서다. 민속품 거래상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되려던 옛 생활용품을 사들인 것도 여러 차례다.
“우여곡절이 왜 없간유. 마음적으로 금전적으로 고생이 심했지유. 집사람한테도 미안하고.”
그가 30년 가까이 부여와 충청 지역의 각종 생활유물과 백제시대 토기류 등 지역 유물을 구입하는 데 들인 돈은 25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늘 빚에 허덕이며 살지만, 지금도 수집은 계속된다. 그렇게 모아들인 유물은 “대략 최소 13만여점 이상 될 것으로 추정”한다. “고집이 쎄서, 정리보담두 수집이 최우선인 분이유. 당장 어려워두 ‘지르고 보자’ 주의니깐.”(해설사 이건배씨)
공식 박물관 등록을 하지 않는(못하는) 이유도 여러가지다. 박물관 기준에 맞는 새 전시공간 지을 비용과 소방·항온항습시설, 부대시설 설치는 그만두고라도, 당장 쌓인 물건들을 먼지 털어, 분류하고 목록 작성하는 것부터 엄두가 안 나서다. 특히 영화 관련 기록물과 필름·영상장비 등은 방대해 손을 못 댔다고 한다. 민·관 여러 곳에서 탐을 내, 직접 정리해주겠다고 나서기도 했지만, 차후 활용 문제 등 조건이 안 맞아 거절했다.
최 원장은 제2전시장에 입주시킨 도자기·목공예 작가 등 공방을 통해, 백제 문화의 특성을 담은 문화관광 상품을 제작해 판매할 예정이다. 천편일률적인 지역 관광지 상품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겠다는 생각이다.
“모은 걸 그냥 분류허고 정리정돈하는 거, 거기까지가 제가 헐 일인개비유.”
그는 자신의 땀과 기쁨이 밴 생활유물을 제대로 분류하고 평가하는 일에 자녀들이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남1녀와 며느리까지 셋 모두 부여의 명문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공부한 전통문화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부여/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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