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10.06 11:03 수정 : 2016.10.06 15:33

주인을 잘 따르는 것이 개의 특성이다. 오수진씨 제공

[esc] 커버스토리 애견·애묘인이 말하는 개와 고양이의 치명적인 매력

반려동물 대표인 개와 고양이 그리고 인간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는 계속 나오고 있다. 어떠한 동물이 인간에게 반려동물로 더 적합한지는 여전히 논란 중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의 지능이 높다”는 2014년 미국 캐럴대학의 연구 결과가 있는가 하면, 올 3월 미국 뉴욕 맨해튼빌대학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보다 개를 키우는 경우 행복지수가 더 높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어느 동물이 반려동물로 더 적합한지는 결국 개인의 선택이다. 아예 반려동물 자체가 맞지 않아 키우다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미 동물 유기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동물을 선택했을 때, 인간이 얻는 행복감은 크다. 반려동물을 키운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유대감이나, 행복감에 관여하는 호르몬 분비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나만 바라봐’ 개의 매력

<한국방송>(KBS) 기상캐스터 오수진씨는 소문난 애견인이다. 그의 인스타그램엔 키우는 개 ‘별이’(비숑프리제)의 사진이 종종 올라온다. 별이가 첫 반려동물은 아니다. 원래 동물을 좋아해 잠깐 고양이를 키우기도 했지만, 알레르기 반응이 심해 키우는 걸 포기했다. 그래도 언젠간 반려동물을 키우겠다는 마음은 항상 있었다. 3년 전 싱글 여성에게 적합한 반려동물을 ‘일단 알아나 보자’는 마음에 이곳저곳 다니며 물어보는데 별이가 눈에 들어왔다. 원래는 웰시코기를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똘망똘망한 눈빛에 한눈에 반해 그 자리에서 입양을 결정했다.

“개는 애교가 ‘필살기’예요. 고양이는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편인데, 개는 주인이 하고자 하는 대로 맞춰주는 편이죠. 또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갈 때 누군가 반겨주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돈 들어도 유치원·스파 보내고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찾는 건
교감·유대감 느낄 수 있기 때문
“외롭다고 무작정 키우면 안돼”

별이가 혼자 있는 게 안쓰러워 한동안 애견 유치원에 보낸 적도 있다. 애견 유치원에선 개가 그날그날 무엇을 먹고 배웠는지를 수첩에 적어준다. 먹이 먹는 법, 다른 개들과 어울리는 법 등도 가르친다. 비용은 지역, 업장마다 다르지만 하루 2만~4만원 사이다. 최근에는 ‘개 스파’도 이용해봤다. 보통 개 미용을 하면서 5000원~1만원을 추가하면 스파 서비스를 해준다. 미용과 함께 하면 10만원이 넘을 때도 있어 자주 이용하진 못한다. 그도 별이가 스파 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개팔자가상팔자’란 해시태그를 달았다. 하지만 유치원도, 스파도, 별이를 ‘가족’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개는 집을 오래 비울 경우 분리불안을 느껴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기도 한다. 오수진씨 제공
오씨는 “처음엔 개를 키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아버지가 요즘엔 나보다 더 별이를 찾는다. ‘별이 없으면 웃을 일이 없다’며 별이를 보러 우리집에 오실 정도”라고 했다. 아버지한테도 별이는 가족인 셈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개들은 일단 집에 들어오면 가족의 일원으로 녹아들곤 한다. 주인을 알아보고 잘 따르는 충성심, ‘나를 예뻐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의 애교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개는 사람을 잘 따르는 만큼 외로움을 잘 탄다. 주인과 떨어져 있을 때 느끼는 ‘분리불안’이 심한 개일수록 물어뜯는 습성이 세진다. 외출하고 돌아왔을 때, 개가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놨다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분리불안은 대부분 개가 나이를 먹으면서 사라지지만 아닌 경우도 종종 있다. 1인 가구라면 개 혼자 집을 지킬 때가 많아 더 고민을 하게 된다. 오씨는 “개를 더 입양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혼자서도 잘해요’ 고양이

고양이는 개와 상당 부분 반대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애교가 많지 않고 주인을 잘 따르지도 않는다. 반면 외로움에 강하다. 독립성이 강한 고양이과 동물들의 특성이다. 적당한 사료와 물만 있으면 주인이 며칠을 나갔다 와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다. 그렇다고 주인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가 원할 땐 은근쓸쩍 다가와 살짝 애교를 부린다. 무관심한 척하지만 애정을 표현하는 ‘츤데레’인 셈이다.

직장인 김민호(35)씨는 혼자 살면서 고양이를 키운다. 2년 전 아는 사람이 분양해준 것이다. 어떤 종인지는 지금도 모른다. 개는 종에 따라 성격 차이가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종을 많이 따지지만, 애묘인들은 종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독립성이 강한 고양이는 1인 가구에 적합하다. 이정윤씨 제공

김씨가 말하는 고양이의 가장 큰 장점은 “신경을 안 써도 된다”는 것이다. 잦은 야근으로 집에 가면 대부분 늦은 밤이지만, 고양이는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이불 속에 숨어서 ‘귀찮은데 왜 왔냐’는 얼굴로 쳐다본다. 이런 무심함 때문에 김씨는 “내가 고양이를 키우는 건지, 고양이가 나를 키우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고 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고양이한테 ‘묘하고 신비한 매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것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고양이를 키운 지 7년이 넘은 직장인 이정윤(35)씨도 마찬가지다. 이씨는 “고양이는 주인의 감정을 귀신처럼 알아챈다. 개보다 소리나 몸짓의 표현이 다양해 소통이 더 잘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물과 사람의 소통을 돕는다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를 통해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 ‘산타’와 소통을 시도한 적도 있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한테 산타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나 씻을 때 욕실 밖에서 계속 ‘야옹’ 하는데 왜 그런 건가요?” 물었더니, 그는 고양이가 ‘빙의’한 듯 “엄마가 물을 맞고 울면 어쩌나 걱정돼서 불렀어”라고 답했단다. “다른 고양이 입양은 어떠냐”고 했더니, “그건 필요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씨는 “사람들이 비과학적이라고 해도 내가 믿으면 그만”이라며 “고양이는 그게 진짜 매력”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한의사가 키우는 두부(왼쪽부터), 삼생이, 네오. 개와 고양이는 한 집에 살아도 큰 문제가 없다. 박소연씨 제공

반려동물은 ‘대신’이 아니라 ‘선택’

한의사 박소연(31)씨는 개 한마리와 고양이 두마리를 동시에 키운다. 가족들이 모두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었지만, 3년 전 남편과 결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반려동물족이 됐다. 남편이 개와 고양이를 한마리씩 키우던 상태였다. 처음엔 익숙지 않았는데, 같이 지내다 보니 정서적인 유대감이 생겼다. 집 안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안도감도 줬다. 직장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소파에 앉아 있는데, 고양이가 가만히 다가와 무릎에 앉으면 눈 녹듯이 마음이 풀렸다. 나중에는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최근엔 고양이를 한마리 더 데려왔다.

개와 고양이가 같이 있으면 싸우지 않을까? 박씨는 “어릴 때부터 같이 키우면 걱정 없다”고 했다. 서로 약간 실랑이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상처가 날 정도로 싸우지는 않는다고 한다. 어울리기 좋아하는 개는 비록 다른 생물체라도 존재하는 데서 편안함을 느끼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고양이는 개가 있어도 캣타워 같은 높은 곳에 올라가면 방해받지 않기 때문에 ‘공존’이 가능하다.

그는 유행을 좇아 무턱대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반대했다. “인테리어에 관심있는 분들은 절대 안 돼요. 벽지고 소파고 남아나질 않아요. 돈도 많이 들어요. 어디 아파 병원 가면 수십만원 이상 들어요. 경제적 여유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하죠.” 이어 그는 “자기가 외롭다고 개 한마리 덩그러니 키우는 건 절대 반대”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다른 외로운 생명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은 ‘대신’이 아니라 ‘선택’이에요.” 그의 마지막 말이 와 닿았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가족, 연인, 아기 등 무엇을 대신해주길 바라면 안 된다는 얘기다. 반려동물 그 자체가 존중의 대상이란 뜻이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그래픽 홍종길 기자 jonggeel@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커버스토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