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19 19:56
수정 : 2016.10.19 19:59
[ESC] 커버스토리
석기~청동기시대의 암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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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장기리 암각화. 신을 형상화한 신면형(귀면형) 또는 칼 손잡이(권력)을 상징하는 검파형 암각화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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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국가 시절 조상들은 우리 땅 경관 좋은 물가 바위 절벽에 풍년이나 풍어를 기원하고, 다산을 비는 다양한 그림을 새겼다. 바위에 새긴 그림, 암각화다. 주로 경상도에 있고, 전라도 일부 지역에도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울산 울주군 대곡리 대곡천 절벽의 ‘반구대 암각화’(국보)다. 너비 8m, 높이 5m의 벽면 안에 고래·물개·상어·물고기와 멧돼지·사슴·호랑이·표범, 그리고 수렵어로 도구들과 인물상 등 300여점의 그림이 빼곡하다. 특히 새끼를 거느린 귀신고래와 혹등고래·범고래 등 7종 58마리의 정밀한 그림이 감동을 준다. 해설사는 “몇 년 전 각국 고래 전문가들이 왔는데 그림을 보자마자 무슨 고래인지 다 알아맞혔을 정도”라고 말했다. 인류 최초의 포경 유적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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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 옆에 설치된 사진을 다시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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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을 통해서는 물 건너편 절벽의 암각화를 관찰할 수 있다. 해설사는 “햇빛의 각도가 중요한데, 3월 말~4월 초순 오후 4시 전후가 가장 또렷이 보이는 때”라고 했다.
대곡천 상류엔 천전리 각석(국보)이 있다. 신석기시대부터 철기시대, 신라시대에 걸쳐 새겨진 동심원 등 도형 그림과 명문들이다. 암각화뿐 아니라 글씨도 함께 새겨져 있어 ‘각석’으로 부른다. 물길 건너 바위 자락엔 공룡 발자국 130여개도 남아 있다.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은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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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 천전리 각석. 신서기~철기~신라시대에 걸쳐 새겨진 동물상·도형·글씨 들이 빼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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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고령군 장기리에도 생생한 암각화들이 있다. 너비 6m, 높이 3m의 바위벽에 동심원 4개, 신의 얼굴 또는 칼 손잡이를 표현했다는 암각화(신면형·귀면형·검파형) 등 30여개의 그림을 새겼다. 주민 방길정(76)씨는 “어렸을 때 암각화 바위가 우리 집 변소였다. 그림을 겨냥해 새총을 쏘며 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웃한 안화리에도, 희미하긴 하지만 같은 형태의 암각화가 있다.
이밖에도 경북 포항 칠포리·인비리, 경주 석장동, 영천 보성리, 군위 수서리, 영주 가흥동, 전남 여수 오림동, 전북 남원 대곡리에도 암각화가 남아 있다. 다산을 기원하며 고인돌이나 바위 위에 홈을 판 성혈은 전국 각지에 분포돼 있다.
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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