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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0.20 11:18 수정 : 2016.10.20 11:58

[매거진 ESC] 라이프
요즘 뜨는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미니소’와 전통의 강자 ‘다이소’ 비교해보니

단순하고 아기자기한 ‘미니소’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은
이국적 디자인 제품으로 인기
‘다이소’는 생활밀착형 제품 강점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입점한 ‘미니소’. 이정국 기자

나는 ‘혼쇼핑’을 즐긴다. 다른 사람 일정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하게 쇼핑을 할 때 잠시 동안 이기적이고 자유로워진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으며 물건을 사는 고독한 행위, 이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활동이다. 혼쇼핑을 즐기는 내겐 원칙이 있다. 첫째, 퀄리티 있는 매장에 간다. 둘째, 퀄리티 있는 물건을 산다. 셋째, 한 매장에서 3만원을 넘기지 않는다. 이 원칙을 지킬 때 나의 쇼핑 효용은 최대치에 달한다. 아무 데나 들어가 막 사는 쇼핑, 정말 퀄리티 떨어진다.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와 티브이엔 <혼술남녀> 대사에서 차용)

싼값에 좋은 물건을 사긴 쉽지 않다. ‘가성비’를 충족시키는 곳이 드물다는 얘기다. 최근 나의 이런 쇼핑 기준에 걸맞은 생활용품 전문매장이 생겼다고 해서 직접 쇼핑에 나섰다.

소형가전 강점 ‘미니소’

‘미니소’? ‘다이소’ 짝퉁 아니냐고? 누리꾼들 사이서도 ‘중국 다이소’라고 소문이 나 있다. 업체는 억울하다. 미니소는 일본 디자이너와 중국 사업가가 손잡고 만든 브랜드지만, 일본 기업에 가깝다. 로고 밑에 ‘재팬’(JAPAN)이라고 큼지막하게 써둔 것도 이 때문이다. 첫 번째 매장도 2013년 일본에서 열었다. 하지만 중국 대도시와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성장해 중국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는단다. 미니소는 ‘단순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지었다. 올 8월 서울 신촌에 1호점을 연 미니소는 현재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현대백화점 미아점 등 3곳에서 영업중이다. 연말까지 전국 12개 업장으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3일, 2호점인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을 찾았다. 매장은 크지 않았다. 66㎡(20평) 정도 될까. 첫인상은 ‘깔끔하다’였다.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즐비했다. 문구류부터 인형, 화장품, 속옷까지 있었다. ‘유니클로’와 ‘무인양품’이 합쳐진 분위기라고나 할까.

일본 기업 특유의 친절함도 눈에 띄었다. 직원들이 2~3분에 한번씩 “궁금하시면 물어보세요”라고 외쳤다. 매장 규모에 비해 직원 수도 많았다. 손님 반 직원 반이었다.

가격은 무척 쌌다. 대부분 2000~3000원대였다. 한 직원은 “학생 고객이 많다. 인형, 문구류가 잘 나간다”고 했다. 가장 비싼 물건은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2만6900원이었다. 깔끔한 디자인이 괜찮아 보였다. 휴대용 충전기, 키보드, 블루투스 스피커 등 소형전자제품이 눈에 띄었다. 전략제품군이라고 했다.

스마트폰을 비스듬히 세울 수 있는 거치대와, 클립으로 침대나 책상에 고정시킬 수 있는 링 홀더 하나를 샀다. 각각 2900원씩, 총 5800원. 링 홀더는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좋아요’가 꽤 나왔다. “어디서 샀냐”는 답글도 달렸다. 퀄리티 있는 쇼핑이었다.

장점 : 단순하고 깔끔한 디자인. 다양한 소형가전들.
단점 : 생활필수품이 다소 부족함.

경기 판교 현대백화점 안의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 2호점. 이정국 기자

북유럽 감성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

지난 9월에 생긴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은 쇼핑족이 필히 들러야 할 곳으로 소문이 나 있다. 1호점은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에, 2호점은 경기 판교 현대백화점에 있다. 코펜하겐이 붙어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덴마크에 근거를 둔 회사다. 그런데 왜 타이거(호랑이)일까. 원래는 ‘플라잉 지브라(얼룩말)’였는데, 10크로네(약 1800원)짜리 우산이 인기를 끌면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10크로네의 현지 발음이 ‘타이거’와 비슷하다고.

지난 14일 판교 현대백화점에 문을 연 2호점에 찾아갔다. 지난달 2일 개장한 따끈따끈한 곳이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붐비진 않았지만, 주말에는 약 330㎡(100여평) 규모의 매장 앞에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사람이 몰린다고 한다.

입구부터 ‘북유럽’ 분위기가 느껴졌다. 스웨덴의 이케아가 떠올랐다. 한국인이 흔히 접하지 못하는 이국적 디자인의 소품들이 즐비했다. 매장 한쪽 꽤 크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양초 코너가 문화적 차이를 보여줬다. 2단 케이크 접시, 각종 파티용품도 마찬가지.

매장은 고객 동선이 정해져 있어 둘러보기 편했다. 문구류, 인형부터 시작해, 반려동물용품, 손뜨개용품, 공구, 양초, 운동기구, 마지막으로 주방제품까지 이어져 있었다. 흔한 디자인은 없었다. 아령 하나에서도 북유럽 감성이 느껴졌다. 가격은 미니소보다 약간 비쌌지만, 몇 천원 수준으로 대동소이했다.

주 고객은 근처 아파트에 사는 30~40대 주부란다. 필통 같은 아이들 학용품들을 많이 사간다고 한다. 학용품 하나에도 ‘엣지’있는 디자인이 가미된 덕분이란다. 가장 비싼 제품은 수납 겸용 소형 테이블. 5만원으로 다소 비쌌지만, 전반적인 디자인이나 만듦새가 이케아보다 나은 듯 보였다.

이곳에선 키우는 개인 ‘호두’를 위한 반려동물용 장난감을 두개 샀다. 물면 ‘삑삑’ 소리가 나는 입술 모양의 장난감(2000원)과, 꽤 노력을 해야 간식을 꺼내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급식용 장난감(4000원)이었다. 입술 모양은 구매 당일 개가 물어뜯어 망가졌지만, 급식 장난감은 쓸 만했다.

장점: 이국적, 개성 있는 디자인과 감성.
단점: 한국 문화에 맞지 않아 불필요해 보이는 제품들.

다양한 생필품이 강점인 `다이소'. 이정국 기자
없는 것도 다 있는 ‘다이소’

웬 ‘다이소’냐고. 퀄리티 떨어지는 거 아니냐고? 모르는 소리다. 다이소야말로 진정한 삶의 동반자다. 전국에 1100여개 매장이 있고, 지난해 매출이 1조2500억원에 달한다. 취급하는 품목만 3만2000개다. ‘없는 것도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진짜처럼 들릴 정도다.

13일 다이소 영등포 본점 매장을 찾았다. 상가 건물 1층 일부와 2, 3층을 다 쓰는 대형 매장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머, 이건 사야 해”라는 가사의 캠페인 송이 들렸다. 무언가 사야겠다는 구매욕구가 솟구쳤다.

물건 종류는 어마어마했다.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뭐가 그리 많은지 정신이 없을 정도다. 층마다 3~4명의 점원들이 계속해서 물건을 정리 중이었다. 대부분 40~50대 중년 여성이다. 미니소나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 점원이 20~30대 청년층인 것과 차이가 있다. 다이소의 주 고객층이 다른 두 곳보다 다소 나이가 많기 때문으로 보였다.

가격도 제일 싸다. 애초 ‘1000원 숍 콘셉트’로 출발했기 때문에, 최고 가격이 5000원이다. 1000원 미만 가격 제품이 전체 51%를 차지한다. 수만 가지 물건이 5000원 미만이라는 건 대단하다. 너무 싸기 때문에 품질은 괜찮을까란 의심이 생기기도 한다. 다이소 쪽은 “고객안전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상품개발, 입출고, 판매관리, 각종 자문 기구 협력 등으로 제품안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품질과 안전성엔 자신 있다고 밝혔다.

다이소의 최대 강점은 생활밀착형 제품이 많다는 거다. 라면을 가장 퀄리티 있게 끓이는 방법은 양은냄비라고 나는 생각한다. 생활용품 전문점 가운데 다이소에서만 양은냄비를 판다. 앞선 두 매장의 주요 제품은 없어도 사는 데 지장 없는 것들이지만, 다이소에는 없으면 살기가 곤란한 제품들이 주력 상품이다.

매장을 천천히 둘러보다, 외출 시 쾌적한 배변활동을 도와줄 휴대용 변기커버(1000원)와 힘 있는 팔뚝을 만들어줄 악력기(1500원)를 샀다. 둘 다 내 삶을 퀄리티 있게 만들어줄 아이템들이다. 집에 돌아와 화장실에서 악력기를 쥐고 볼일을 보고 있으니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점: 엄청나게 다양한 제품군. 너무나도 싼 가격.
단점: 디자인은 좀 어떻게 안 될까요.

글·사진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미니소’,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 ‘다이소’에서 구입한 물건들. 총 1만4300원이 들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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