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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1.02 20:10 수정 : 2016.11.02 20:15

[ESC] 홍창욱의 제주살이

서귀포에서 바라보는 한라산 전경. 바다 수면 위로 보이는 건 남방큰돌고래떼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귀포에 살아보니 어때?” 3년 전 제주시 신시가지에서 서귀포 신시가지로 이사 온 후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다. 살아보니 너무 좋다. 아파트 1층인데도 한눈에 들어오는 무려 태평양 바다며, 거기 돛단배처럼 떠있는 범섬이며, 제주시보다 훨씬 더 가깝게 보이는 한라산까지 서귀포는 분명 제주도에서도 보석 중의 보석이다.

서귀포 혁신도시의 임대아파트에 당첨돼 이사를 하게 되었을 땐 고민이 많았다. 제주도 내 인구이동은 제주시로 집중될 만큼 제주시는 제주에서 행정, 문화, 복지, 의료 서비스, 교육의 중심지다. 반대로 서귀포는 인구가 유출되는 곳이다. 일자리와 교육 등의 이유로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이동하는 것이다. ‘중심’에 더 가까이 사는 제주시 사람들 중에는 서귀포를 평생 한 번도 가보질 않았다거나, 굳이 갈 필요가 없다는 이도 있다. 반면 서귀포 시내에서 대낮에 젊은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하소연, 출산 때 제주시로 택시를 타고 가다 차 안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한 선배는 아이들 교육 때문에라도 다시 제주시로 되돌아올 것이라 했다. 또 한 선배는 “서귀포 사람들은 게으르다”는 편견이 섞인 말까지 했다. (반대로 제주시 사람들은 ‘계산적’이라는 말을 듣는다). 둘째를 임신 중인 아내가 그 아이를 서귀포에서 낳고 산후조리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눈앞에 닥치다 보니 이사를 결심하고도 걱정이 멈추지 않았다. 다른 이들은 모두 중심으로 향하는데 변방으로 가도 되는 걸까.

그때 또 다른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아이들 모두 서귀포시 산부인과에서 낳았는데 아무 문제 없었다. 걱정하지 말고 내려와라.” 힘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 아내는 결국 처가인 전주에서 둘째를 낳고 산후조리까지 하게 됐지만, 서귀포에 살아보니 그 선배 말대로 전혀 불편함이 없고 삶의 만족도도 높다. 사적, 공적인 모임자리가 거의 제주시에 있다 보니 기름 값이 좀 들고, 제주시로 들어갈 때 차가 늘 막혀 종종 짜증이 난다는 것 말고는.

변방에서의 삶은 그 나름의 정취와 여유가 있다. 최근 교통난, 주택난, 쓰레기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제주시에서의 삶이 ‘대도시 삶’이라면 서귀포의 삶은 누구나 꿈꾸는 ‘제주도 삶’에 조금 더 가까이 있다. 연중 맑은 날이 많고 기후가 온화하다. 여름철 장마 때엔 제습기를 방마다 돌려야 하지만 이 시기만 버티면 살기 좋다. 도심 규모가 아담해 걸어서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올레길 6코스가 바로 서귀포시 해안가와 매일올레 시장 등 중심가를 지나고 작가의 산책길 또한 시내 명소를 거쳐 간다. 천지연폭포, 이중섭거리, 자구리 해안 등이 모두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이곳들을 산책 삼아 걸을 수 있는, 사람 냄새나는 삶의 근거지가 바로 서귀포다.

나는 이렇게 걷는다는 것, 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것, 한라산이 동네 뒷산 같다는 것, 복사꽃이 전국에서 제일 먼저 핀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안다. 변방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 중심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중심을 움직일 만한 힘이 바로 이 작은 서귀포에서 나온다.

홍창욱/<제주, 살아보니 어때?>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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