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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1.03 11:10 수정 : 2016.11.03 12:30

[ESC] 커버스토리
작가 곽정은이 말하는 ‘혼삶’과 ‘혼삶의 비기’

젊은층 사이에서 ‘워너비’가 된 곽정은 작가는 10년 넘게 혼자 산 베테랑 ‘혼삶족’이다. 반려견 ‘쿠니’와 산책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그는 낮 동안 독서, 글쓰기, 강연, 방송 촬영을 한다. 저녁엔 가끔 혼술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한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지난주에도 얼마나 외로웠는지 몰라요.”

1일, 약속 장소인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 앉자마자 “밥을 못 먹었다”며 곽정은(38)은 크림파스타를 주문했다. 그런데 곽정은이 외롭다니? “저도 사람인데요. 당연히 외로움을 느끼죠. 문제는 많은 ‘혼삶족’들이 외로움을 극복하려고 하는 데서 생겨요.” “외로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고 질문하려다 입이 굳게 닫혔다. 그는 잡지사 에디터 시절 직설적인 연애칼럼으로 인기를 끌었다. 방송에서 이혼과 연애 등 혼삶의 솔직한 모습도 털어놓으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워너비’로 떠올랐다. 그런 그가 외롭다는 거다.

2015년 전국의 1인 가구는 520만 가구다. 전체 가구의 27.2%다. 2030년엔 32%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다. 과거엔 성인이 혼자 살면 “궁상맞다”, “사연이 있다”는 부정적 뒷말이 나왔다. 광고나 마케팅 쪽에선 ‘멋있는 싱글라이프’라는 트렌드성 꼬리말을 붙였다. 하지만 둘 다 아니다. 1인 가구는 이제 평범한 사회 현상 가운데 하나다. 그래도 사람들은 끈질기게 묻는다. 혼자라서 외롭지 않으냐고.

반려견 ‘쿠니’와 산책을 하는 곽정은 작가. 박미향 기자
곽정은은 “외로움은 인간에게 ‘기본값’이에요. 혼자 태어나서 혼자 가잖아요. 외로움은 극복할 것이 아니라 평생 옆에 두고 가는 친구예요. 그것도 가장 좋은 친구”라고 했다. 또 “혼자라서 외로운 건지 다른 것 때문에 외로운 건지 근원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잘못된 연애나 결혼도 이 외로움의 원인을 착각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런 경험을 했다. 자신의 결혼을 스스로 “오답노트”라 부른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2004년 처음 독립했어요. 3개월 정도는 정말 힘들었어요. 빈집에 들어가는 게 너무 싫더라고요. 외로움을 ‘배고픔’으로 착각하고 하루에 4끼를 먹을 때도 있었어요. 계속 울면서 지냈죠. 그러다 탈출구라 생각해 결혼했는데, 외로움에 괴로움까지 더해지더군요.” 혼자 사는 데 적응하느라 필요한 시간이었는데 ‘혼자’라 외롭다 생각한 게 실수였다. 생각과 성격이 다른 사람과 같이 있으니 더 외로워졌다. 오래지 않아 다시 혼삶을 선택했다. 그때서야 혼삶이 자신에게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말하는 혼삶의 ‘핵심 비기’는 자존감이다.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하면, 막 먹고 막 연애하는 등 ‘막삶’을 멈출 수 있다. 그도 그랬다. 운동도 시작하고 식단도 조절했다. 삶의 질이 올라갔다. 그는 이때 붙인 습관으로 지금도 매일 2시간 이상 걷기, 웨이트트레이닝, 수영 등 운동을 한다. 전반적인 자기관리도 철저해졌다. 한 달에 한두 차례 혼술을 마시지만 3잔 이상 마시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올해 초부터는 몸뿐만 아니라 정신의 건강을 위해 명상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 집 근처에서 한 시간 떨어진 센터로 걸어가 한 시간 정도 명상을 한다. 지난 7월엔 인도에서 명상 교육을 받기도 했다. 조만간 또 인도로 가 체계적인 명상 수업을 들을 계획도 있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려면 저 스스로 마음이 안정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혼삶족이 느는 현상이 그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그걸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라고 꼬집었다. “‘결혼하지 않겠다’ 또는 ‘결혼 생활을 끝내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사회는 이 흐름을 막으려고 해요. ‘왜 결혼을 하지 않을까’라고 먼저 이해하려는 게 아니라 ‘결혼을 안 해서 문제야’라는 시각인 거예요. 하지만 결혼하고 가족을 꾸리면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까요? 아니에요.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진짜 좋은 사회고, 사람들이 행복한 사회죠.”

인터뷰 말미, 무언가 실질적인 조언을 듣고 싶었다. 혼삶 깨알팁이랄까. 파스타를 포크로 돌돌 말다 그는 “닭가슴살을 쟁여놓으세요. 나쁜 거 먹지 말고, 냉동 보관했다가 다양하게 요리해서 드세요. 몸과 영양 섭취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어요. 사 드시지 말고요”라며 웃었다. 그는 파스타를 절반가량 남겼다.

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장소협찬 청담동 ‘애슐린’, 한남동 ‘소하’.

곽정은 작가가 청담동 한 북카페에서 책을 보고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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