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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1.09 19:28 수정 : 2016.11.10 12:14

안야 힌드마치 가방을 든 모델. 안야 힌드마치 제공.
“어디서 그런 애들 장난감 같은 가방을 샀어?”

손바닥만 한 크기의 가방 앞면에 번쩍이는 스팽글 눈알 장식이 붙어 있는 게 어머니 눈에는 영락없는 아동용 가방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어머니에게는 핀잔을 들었지만, 곳곳에 익살스러운 캐릭터, 글자 등을 스티커나 패치 형태로 붙인 가방이 폭풍 유행이다.(패치는 구멍 난 부분을 때우거나 장식 효과를 위해 덧대는 천이나 가죽조각을 말한다.)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 안야 힌드마치가 2015년 봄여름 시즌에 웃는 얼굴이나 말풍선과 같은 팝아트적인 요소를 가죽 스티커로 선보인 것이 유행의 시작이었다. 수년째 비슷한 디자인과 변하지 않는 로고, 3초에 한번 같은 디자인을 발견할 정도로 흔한 가방에 모두 권태를 느끼고 있던 때였다. 일부 패션 리더들이 안야 힌드마치 스티커 중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골라 가방에 장식한 모습이 에스엔에스와 패션잡지 등에 포착되며 순식간에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되었다. 남과 다른 나만의 스타일을 원하는 현대인들에게 내가 선택한 스티커를 원하는 위치에 붙여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가방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어필한 것이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각광받은 것은 작년 초부터다.

그 전에도 일부 명품 브랜드들이 ‘나만의 가방’을 갖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욕망을 부추기려고 이름의 머리글자를 도장으로 찍거나 방수 페인트로 그려 넣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긴 했다. 숙련된 장인이 글자 한자 한자, 줄무늬 하나 그어 넣는 데만 수십만원에 이르고 가방을 받기까지 몇 주를 기다려야 완성되는, 실로 소수만 받을 수 있는 서비스였지만 말이다. 고가의 명품 가방을 사지 않아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티커만으로 나의 취향과, 남과 다름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기합리화’가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닫힌 지갑을 열게 했다.

‘잇백’의 실종으로 매출 부진을 면치 못하던 명품 브랜드들도 스티커와 패치 유행에 동참했다. 구치는 꽃과 나비, 벌 등 여러 종류의 패치를 원하는 대로 붙일 수 있는 ‘디오니소스 백’으로 에스엔에스를 뜨겁게 달궜다. 미우미우는 12개의 패치 중에서 골라 원하는 대로 디자인할 수 있는 맞춤 서비스를 ‘커스터미우제이션’(custoMIUzation)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적극 알리고 있다.

모바일 채팅에서 사용하는 이모티콘이나 유명한 게임·만화 캐릭터를 패치로 만들어 장식한 가방은 특히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플레이노모어는 ‘샤이걸’이라 불리는, 윙크하는 눈 디자인과 톡톡 튀는 이모티콘을 가방에 적용해 폭발적인 매출과 성장세를 기록했다. 백마디 말보다 하나의 이모티콘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친숙하면서도 눈에 띄는 디자인이 적중했던 것이다. 만국공통어라 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활용한 덕분일까? 플레이노모어는 국내뿐 아니라 일본, 홍콩 등 아시아를 거쳐 유럽에서까지 러브콜을 받고 있다.

‘패치 가방’의 원조 안야 힌드마치는 이번 겨울, 1980년대에 유행한 팩맨, 스페이스 인베이더 같은 8비트 게임의 캐릭터를 가방에 소환했다. 알록달록한 픽셀 디자인이 책임이나 의무감 없이 마냥 즐거웠던 유년 시절의 향수를 자극한다. 맥도널드나 미국 만화 <스펀지 밥> 등 재치 넘치는 디자인으로 연이어 주목받았던 모스키노는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염소 일러스트 백팩을 공개하기도 했다.

진정 나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가방을 갖고 싶다면, 시중에서 개당 몇천원이면 구매할 수 있는 자수 패치를 활용해보자. 원하는 곳에 붙였다 뗄 수 있는 벨크로나 브로치 패치부터 간단한 손바느질이나 다리미 열로 녹여 부착할 수 있는 형태까지 모양도, 붙이는 방법도 무궁무진하다. 반복되는 일상과 매일 다를 게 없는 옷차림이 지루하다면, 상상력과 위트를 입은 나만의 가방으로 소소한 일탈과 기분 전환을 해보면 어떨는지.

권은주/제이에스티나 핸드백 마케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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