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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1.23 19:41 수정 : 2016.11.23 20:04

만년설이 쌓인 몽블랑의 능선을 따라 걷는 트레커들.

[ESC] 알프스의 중심 샤모니, 호수 도시 에비앙, 중세 마을 이부아르 등 프랑스 동남부 여행

만년설이 쌓인 몽블랑의 능선을 따라 걷는 트레커들.
리옹의 손 강변에 조성된 조각상. 강 너머 옛 시가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프랑스는 여행 테마가 풍부한 나라다. 와인, 미식, 회화, 휴양, 역사 등 어떤 주제를 골라도 깊이 있는 여행이 가능하다. 지역으로 가르마를 타도 흥미진진하다. 저마다 개성이 또렷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동남부 론알프(Rhone-Alpes)주에 뿌리를 박고 있는 도시와 마을들 역시 고유한 빛깔을 보여준다. 론알프의 주도이자 인구수 기준으로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리옹에는 시간의 층위가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여 있다. 바다 같은 호수를 끼고 있는 에비앙은 두말할 나위 없는 물의 도시이고, 에비앙 인근의 이부아르는 시곗바늘이 아직도 14세기에 멈춰 있는 중세의 마을이다. 안시는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를 전면에 내세운다. 알프스산맥의 거점 도시이자 산악 스포츠의 메카인 샤모니는 ‘유럽의 지붕’ 몽블랑으로 빛이 난다.

운하 좌우로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한 안시 옛시가지.
몽블랑. 해발 4810m. 서유럽의 모든 산들을 발아래 두고 있는 거대한 정상이자 알프스의 중심이다. 쳐다만 봐도 위엄이 넘쳐흐르지만 알프스산맥의 품에 안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샤모니 센터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가 ‘저 높은 곳’으로 데려다준다. 해발 3842m의 에귀유뒤미디에 내리면 우선 설산에 반사된 강렬한 빛이 눈을 찌르고, 능선을 훑고 지나온 바람 소리가 귓속에서 쟁쟁거린다. 눈앞에는 압도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갈기를 세운 산들이 신성불가침의 기운을 발산하는 가운데 넓고 아득한 설원과 아찔한 산비탈이 시리도록 명징한 그림을 선사한다. 만년설 위를 걸어가는 ‘개미만한’ 사람들은 대자연의 웅장한 풍모를 더욱 확실하게 드러낸다. 에귀유뒤미디에서 4인 정원의 곤돌라로 갈아타면 이탈리아 엘브론네르(Helbronner)로 건너가게 된다. 곤돌라가 매달린 케이블의 길이는 약 5㎞. 바람이 심하게 불면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몽블랑에서 가장 큰 빙하의 일부를 차지하는 제앙 위를 가로지르기 때문에 장쾌한 풍광을 앉아서 만끽할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에귀유뒤미디에 내리면 웅장한 알프스산맥과 깎아지른 기암절벽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동계올림픽을 최초로 개최했던 샤모니에서는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스키는 당연하고 날다람쥐를 연상시키는 윙슈트를 입고 3000m 봉우리에서 뛰어내리거나 급경사의 암벽을 홀로 기어오르는 등의 익스트림 스포츠도 가능하다. 스키·스노보드 전문가이기도 한 샤모니의 가이드 크리스토프 공세는 “초심자부터 전문가까지 누구나 다채로운 아웃도어 액티비티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샤모니”라고 자랑한다.

샤모니에선 케이블카로
‘유럽의 지붕’ 몽블랑 구경
레만호 품은 에비앙은
알프스에서 내려온 ‘물의 축복’

얼마 전 에귀유뒤미디 전망대에는 사방이 내다보이는 직사각형의 유리 박스가 설치됐다. 허공으로 툭 비어져 나와 있어 ‘투명 상자’ 안에 서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린다. 가장 느긋한 종목은 ‘설피’를 신고 활강 코스 주변의 눈밭을 걸어가는 스노슈잉이다. 속도가 느린 만큼 걸음걸음 순백의 풍경이 붙임성 있게 따라붙는다. 샤모니 도심은 걸어서 둘러볼 수 있을 만큼 규모가 작은 편이다. 시내를 관통하는 아브르강 좌우로 호텔, 레스토랑, 카지노, 등산용품 상점 등이 포진해 있다. 시내 한복판에는 몽블랑 정상을 바라보는 미셸 가브리엘 파카르와 자크 발마의 동상이 서 있다. 프랑스 유일의 국립등산스키학교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샤모니가 한여름에도 설국의 면모를 잃지 않는다면 에비앙의 외피와 내피는 그야말로 물로 충만하다. 드넓은 레만호수가 도시에 유장한 풍경을 선사하고, 원천에서 길어올린 물은 생수 브랜드로 거듭나 에비앙의 ‘경제적 원천’이 된다. 도시 에비앙은 물 때문에 휴양지 에비앙이 됐다. 도시 에비앙과 생수 에비앙은 암수 한몸처럼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에비앙에 드리워진 낭만적 분위기의 절반가량은 알프스가 융기하면서 계곡이 내려앉아 산맥 안쪽 끝으로 생겨난 레만호수로부터 온다. 5만8000㏊에 달하는 호수를 사이에 두고 스위스와 프랑스의 영토가 포진한다. 호수 남단의 마을들은 프랑스에 속하고 좌우와 북단의 마을들은 스위스를 섬긴다.

에비앙의 원천들 가운데 일반인에게 개방된 카샤 샘.
레만호 뒤로 우뚝 솟은 알프스산맥은 에비앙 물의 발원지다. 험준한 산에 내린 눈과 비가 빙퇴석층을 통과해 만들어지는 것이 먹는 샘물 에비앙이다. 빙퇴석은 빙하에 의해 운반돼 하류에 쌓인 돌무더기를 뜻하는데, 눈과 비가 스며들어 이 층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무려 15년에 달한다. 빙퇴석이란 자연의 필터를 거치며 물에는 칼슘과 마그네슘을 비롯한 천연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된다. 처음에 글자로만 이뤄졌던 에비앙의 로고가 20세기 초반 들어 산 모양으로 바뀐 사연도 재미있다. 에비앙이 호수 옆에 위치하기 때문에 에비앙 물도 호수에서 떠온다고 지레짐작하는 사람들에게 산에서 나오는 물이라는 점을 주지시키기 위해 일부러 고안했다고 한다. 이쯤에서 궁금증이 일 법하다. 과연 에비앙의 물은 고갈되지 않는 것일까. 아직껏 생산량에 대한 제한도 전혀 없다고 하는데 말이다. 현지에서 만난 시 홍보 담당자는 “아직까지 물 부족 문제나 그런 징후는 전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자연의 대단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인도의 성지가 부처가 태어나고 깨달음을 얻고 열반에 든 장소들이라면 에비앙의 성지는 당연히 에비앙 물이 발견된 샘의 몫이다. 30개의 원천 가운데 카샤를 비롯한 2곳의 샘만이 일반에 공개되고 있는데, 언제 찾아도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과 페트병에 물을 담아 가는 주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머지 원천에서 쏟아지는 물은 지하에 매설된 파이프 100여개를 통해 에비앙에서 6㎞ 떨어져 있는 생수 공장으로 흘러든다. 인공 필터를 사용하거나 약품 처리는 전혀 하지 않는다. 대신 엄격한 관리가 이뤄진다. 불순물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녹슬지 않는 파이프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파이프 관리 전문가를 따로 둘 정도라고 한다. 프랑스 정부는 취수원 보호를 위해 에비앙 주변 지역의 개발을 억제하고 농업과 축산업도 법률로 금지하고 있다. 도시에는 빼어난 물을 이용한 수 치료 센터와 번듯한 스파 시설이 들어서 있다.

에비앙에서 차로 30분 남짓한 거리에 이부아르가 있다. 농업과 어업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던 마을에 1950년 이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아름다운 풍광이 점차 알려지면서 관광객 유입이 시작됐던 것이다. 현재 이부아르 주민은 700여명. 그런데 한 해 동안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100만명에 이른다. 마을을 찾는 사람들의 수만 보면 환골탈태, 상전벽해지만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 마을의 면모다. 여기에는 공동체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 옛 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 건물을 함부로 헐지 않았다. 미세한 개보수조차 조례 규정에 의거,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그 결과 700년에 이르는 마을의 전통과 외양은 오늘도 훈장처럼 빛나고 있다.

요트들이 정박해 있고 물새가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이부아르 선착장.
이부아르에 들어서면 푸근한 정경에 마음이 녹녹해진다. 각양의 돌들로 쌓아올린 건물의 투박한 벽, 두툼한 담벼락을 장식하는 날씬한 가로등, 회벽과 창문 앞에 가지런히 놓인 도자기 화분들이 정겹다. 상점의 간판도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보는 이를 흐뭇하게 만든다. 이부아르 선착장에서는 스위스 니옹까지 가는 유람선이 출발한다. 한걸음에 내처 달리는 것이 아니라 네르니에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이부아르와 같은 중세풍 마을이지만 덜 알려진 덕에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글·사진 노중훈/여행 칼럼니스트


론알프 여행정보

현지 이동 파리에서 에어프랑스 국내선을 이용해 리옹으로 들어간다. 비행시간 약 45분. 리옹에서 에비앙까지는 195㎞. 에비앙은 스위스에서 더 가깝기 때문에 제네바를 통해 접근할 수도 있다. 제네바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가량 걸린다. 에비앙에서 이부아르까지는 보트로 1시간30분, 자동차로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먹을 곳 미식의 도시로 일컬어지는 리옹에 먹을 곳이 많다. 소박한 분위기의 샤베르 에 피스(www.chabertrestaurant.fr)는 닭 간, 돼지 창자 등으로 만든 전통 음식을 낸다. 르 쉬프렘(+33-4-7872-3268)은 한국인 아내와 프랑스인 남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닭 요리가 발군이다. 미쉐린가이드 별 1개 레스토랑인 크리스티앙 테트두아 가스트로노믹(www.tetedoie.com)은 해산물과 육류를 고루 이용한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 가격은 65유로부터. 와인 리스트도 매우 훌륭하다.

묵을 곳 샤모니에서 차로 30~40분 거리에 있는 메제브의 라 페름 데 프티트 프라세(www.fermedespetitesfrasses.com)가 돋보인다. 순정한 자연의 호위를 넘치도록 받고 있는 샬레는 안팎으로 두루 호화롭다. 해발 1450m에 위치한 덕에 전망이 활달하다. 젊은 사장의 특출한 안목으로 꾸며진 건물 내부도 기품이 넘친다. 6개 객실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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