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2.01 10:16
수정 : 2016.12.01 10:31
[ESC] 커버스토리_대중문화의 중심, 힙합의 매력 속으로
힙합패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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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의 1990년대 힙합패션.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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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패션에도 유행이 있다.
최초의 힙합패션이 어땠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도 힙합 뮤지션들의 사랑을 받는 아디다스를 보면 그 역사가 보인다. 1969년, 아디다스는 농구화 ‘슈퍼스타’를 내놨다. 마찰력을 극대화해 미끄러짐을 막고, 충격으로부터 발을 보호해줄 고강도 고무가 신발 앞코에 부착된 이 신발은 1970년대 내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이 무렵 탄생한 힙합 음악에 맞춰 강렬한 춤을 추는 비보이들에게 안성맞춤이었다.
힙합 ‘패션’이 정립되기 시작한 건 1980년대 들어서다. ‘런 디엠시’(RUN DMC)라는 힙합 그룹이 금속 체인을 목에 두른 채 가죽 구스 다운 코트를 입고 슈퍼스타를 신었는데, 이것이 래퍼의 공식 ‘드레스 코드’가 된 것이다. 런 디엠시의 사진을 보면 당시만 해도 옷을 크게 입진 않았다. 이들은 1986년, “그거야말로 내가 마이크를 잡을 때 신고 싶은 신발이지”라며 아디다스를 찬양하는 ‘마이 아디다스’라는 랩까지 만든다.
힙합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1990년대 들어와서는 힙합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자기과시’가 패션에도 파고든다. 티셔츠는 무릎까지 내려왔고, 바지 엉덩이는 오금에 걸릴 정도였다. 옷이 커지면 그만큼 덩치도 커 보인다. 훔친 옷이나 모자라는 점을 내세우기 위해 가격표를 떼지 않기도 했다. 허세라면 허세였다. 1992년 ‘점프’라는 노래로 8주간 빌보드차트 1위를 차지했던 10대 힙합 그룹 ‘크리스 크로스’는 심지어 이런 큰 옷을 뒤집어 입어 유행시켰다. 당시 힙합 패션은 일상으로도 퍼져나가 ‘후부’, ‘팀버랜드’, ‘마자플라바’ 같은 힙합 브랜드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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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힙합패션은 과거에 비해 일상적 스트리트 패션에 가까워졌다. 아디다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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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큰 옷’은 주춤한 상태다. 힙합 패션은 누구나 편하게 입는 ‘길거리 패션’으로 자리를 잡았다. 굳이 말하지 않는 이상 ‘힙합 패션’이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다. ‘빅뱅’의 지디 같은 아이돌이 입는 패션이라고 보면 된다. 힙합을 전문으로 내세운 브랜드들도 쇠퇴했다. 2013년 제일모직(현재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후부’ 라이선스 사업을 접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라피티 아티스트이자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스티그마’의 대표인 제이플로우는 “최근에는 힙합 스타일이라고 정의되는 옷은 없다고 봐야 한다. 무엇이 대세다 하는 것도 없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은 한동안 스냅백(챙을 일자로 편 야구모자)에 눌려 사라졌던 볼캡(챙을 휜 야구모자)을 찾는 이들이 조금씩 늘고 있고, 1990년대 유행했던 트레이닝복이 다시 관심을 받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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