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2.14 19:44
수정 : 2016.12.14 20:26
[ESC] 커버스토리
낡고 쓸쓸한 골목에 움튼 ‘연대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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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성포구의 밀물 드는 오후 풍경. 인천시 북성동과 만석동 경계에 있는 포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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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의 차가 큰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주요 포구들은 대개 널찍한 갯벌을 두르고 있다. 숱한 생명을 품고 유구한 세월을 버텨온 보물창고이자, 매력적인 관광자원이다. 갯벌이 품은 포구, 또 포구가 거느린 갯벌이 두루 아름답고 정겨워, 갯벌을 감상하고 체험하고 먹고 구입하려는 관광객이 몰려든다. 하지만 해마다 개발논리에 밀려 매립되면서 갯벌의 규모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대도시 항구에 접한 갯벌은 말할 나위 없다. 도심에 접한 갯벌과 그 언저리에 살아남은 소박한 포구들은 그래서 더 정겹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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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1호선 인천역 옆에 바로 그 정겨운 갯벌 포구가 있다. 갯벌로 이어진 선착장엔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고, 작고 허름한 횟집에선 자연산 제철 해산물을 낸다. ‘인천 앞바다’ 하면 연안부두와 월미도,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는 소래포구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인천역 주변에 갯벌이 펼쳐져 있고, 어선이 드나드는 포구가 2곳이나 있다는 걸 아는 이는 드물다. 인천 사람들도 아는 이들만 찾아간다는, 북성포구와 화수포구다. 이미 매립이 많이 진행된 화수포구의 갯벌은 좁고 긴 고랑처럼 남아 있다. 사람들도 이젠 화수부두라 부른다. 반면 북성포구에선 제법 널찍한 갯벌과 도심 속으로 굽이치며 파고드는 물골을 감상할 수 있다.
두 포구는 1970년대 후반까지 만석부두와 함께 인천 지역의 대표적인 어항이었다. 특히 북성포구는 1883년 인천항 개항 이래 인천 지역의 대표적 항구였다. 하지만 70년대 후반 연안부두가 들어선 데 이어 80년대 중반 포구와 가까운 자유공원 밑에 있던 인천시청이 구월동으로 옮겨가면서 이곳 상권은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인천 개항기역사문화연구소 대표 이종복(55)씨는 “당시 만석동 주거지 일대는 배 건조 관련 철공소, 그물·어망 상점, 횟집 등이 즐비해 어항의 특징이 뚜렷했지만, 상권이 무너지고 인구도 줄면서 노년층 위주의 거리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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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성포구 갯벌의 물골을 따라 백로 한 마리가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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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쇠락한 상권, 매립돼 거대한 콘크리트 광장으로 변한 부두, 그리고 곳곳에서 눈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공장과 창고 사이에 갯벌과 포구가 생경하고 기이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요즘 이 생경함과 기이함이 되레 탐방객을 포구로 끌어들이고 있다. 포구엔 갯벌의 물골을 비추다 공장 굴뚝 너머로 떨어지는 해넘이를 찍으려는 사진가들, 자연산 해산물을 맛보려는 미식가들, 그리고 망둥이 등을 낚으려는 낚시꾼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특히 공장들 사이로, 갯벌이 십자로 형태(이른바 십자굴)를 띠는 북성포구 갯벌 풍경을 보며 해산물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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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성포구 노을. 목재가공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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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북성포구의 갯벌 풍경은 곧 사라지거나 변형될 위기에 처했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십자굴 일부 갯벌을 내년 초부터 매립할 계획이다. 북성포구를 지키려고 시민들이 모임을 만들었지만 의견은 나뉜다. 갯벌을 보전해야 한다는 쪽과, 주차공간·직판장 건물 확보 등 편의시설 확충을 위해 매립해야 한다는 쪽이 맞선다.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를 인천 연안의 유일한 갯벌포구이자 도심 속 포구, 지금도 알락꼬리도요새·저어새를 비롯한 무수한 철새·텃새들이 먹이활동을 하는 인천 북성포구로 겨울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인천/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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