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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2.29 11:05 수정 : 2016.12.29 11:08

불행한 세상에서 행복해지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픽사베이

[ESC] 커버스토리
행복감 높이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

불행한 세상에서 행복해지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픽사베이

영업직 회사원인 최원창(33)씨는 평소 내성적인 성격 탓에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껴왔다. 이런 성격이 초등학생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자란 탓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만나는 거래처 사람들과 친해져야 하는데도 언제나 서먹서먹함만 오고 갔다. 직장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다. 회사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퇴근 뒤 서울 신림동 자신의 원룸으로 돌아가도 딱히 할 게 없었다. “맥주 한 캔 하고 자고 계속 그랬어요. 인생이 행복한지 모르겠더라고요.” 고민하던 그는 서점에서 대인관계 기술을 설명한 책 <행복을 훈련하라>를 우연히 보게 됐다. 실험이나 해보자는 생각으로 책에서 제시하는 대로 실행에 옮겼다. 바로 ‘자기 드러내기’(self disclosure)라는 방법이었다. 자기의 약점을 초반부터 드러내 상대에게 호감을 갖게 하는 일종의 대인관계 기술이다.

행복도 노력해야 얻는다

“제가 원래 내성적입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탓인 것 같아요. 눈을 잘 못 쳐다보고, 말을 더듬거려도 이해 바랍니다.” 솔직하게 말하고 나니 상대방이 “저도 원래 그런 성격이었어요”, “괜찮습니다”, “저도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어요” 등의 긍정적 반응이 돌아왔다. 그 뒤로 최씨는 책에서 제시한 방법인 △상대방 칭찬하기 △긍정적으로 말하기 △감정을 먼저 밝히고 요구사항 말하기 등 여러 가지 화법을 실전에 응용했다. 효과가 있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지니, 자연스럽게 혼술, 혼밥을 하는 경우도 줄었다. 최근엔 여자친구도 생겼다. “당연히 요즘이 더 행복하죠. 역시 노력을 해야 하더라고요.” 최씨는 별것 아닌 노력이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왔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도 ‘행복해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일부러 행복한 행위를 하는 것도 행복감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승원 덕성여대 교수(심리학과)는 “정기적인 운동이나 타인에게 하는 의도적 친절 행위가 행복감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행복에는 유전적 요인도 크지만, 개인 실천 요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행위가 의식을 규정하는 셈이다. 실제 행복감을 느끼는 데 장애가 있는 우울증 환자의 경우, 강제적인 햇볕 쬐기나 걷기 등은 의사들이 강력하게 권하는 처방 가운데 하나다.

“유전요인 있지만 개인 노력 필요”
운동, 의도적 친절 베풀기 등 효과적
긍정적 생각과 여행은 최고의 방법
어려우면 심리치료 도움 받아볼 만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원래 비관적인 사람이야’, ‘상황이 좋아질 리 없어’ 등의 부정적 생각은 행복해지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 교수는 “이미 벌어진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고, 내가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중요한 행복 늘리기 작업”이라고 말했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행복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유전적 영향이나 심리적 장애로 행복을 느낄 수 없을 때는 더 그렇다. 이럴 경우 적극적 심리치료를 받는 것도 선택지다. 심리치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 효과를 인정한다. 직장인 장재현(가명·39)씨는 몇 년 전 아내와 이혼 직전 상태였다. 양가 갈등에 아이 양육 문제, 집안일 다툼 등으로 도저히 결혼생활을 해나가기 어려웠다. 이혼서류까지 준비했다. 그런데 마침 회사에서 부부 상담교실을 열었다. 속는 셈 치고 상담이나 받아보자는 마음에 참여했는데,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서로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상담사가 묻는 대로 이야기하고 듣다 보니 갈등의 원인이 보였다. 둘 다 ‘가사, 양육 등 모든 분야에서 나만 희생하고 너는 아무것도 안 한다’고 생각하며 불만이 쌓였던 것이다. 결국 둘은 서로가 서로를 위해 희생한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상담사 앞에서 얼싸안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 “그때 상담 안 받았으면 아마 이혼했을 거예요.” 장씨 부부는 지난해 둘째 아이를 출산할 정도로 사이가 회복됐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하는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정신과 치료를 많이 받는 나라로도 유명하다. “국민들이 정신과 치료를 많이 받는 덴마크를 불행한 나라라고 하지 않는다. 작은 불행도 사회가 심각하게 바라보고 나서기 때문에 치료에 적극적인 것”이라고 최 교수는 말했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행복 부르는 행위에 집중하라

직장인 김민영(35)씨는 최근 어두운 조명에 싱글몰트 위스키를 마실 수 있는 바를 즐겨 찾는다. 주로 직장 근처인 서울 내자동 인근에 있다. 처음 친구 따라 몇 차례 갔다가 아늑한 분위기에 푹 빠져 일주일에 두 번은 방문한다. “푸근하고 은은한 조명을 보면서 푹신한 의자에 앉으면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날아가요. 친한 친구들과 함께 요즘 제가 꽂힌 싱글몰트 ‘더 글렌리벳’을 한잔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그의 행위는 단순히 술을 마시며 현실에서 도피하는 게 아니다. 근거가 있다. ‘제3의 공간’이란 이론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가 제시한 ‘제3의 공간’은 1, 2공간이라 불리는 집과 직장을 제외한 공간을 말한다. △격식·서열이 없는 곳 △소박한 곳 △수다가 가능한 곳 △출입의 자유가 있는 곳 △음식이 있는 곳인데 카페, 서점, 바, 헤어살롱, 각종 커뮤니티 등을 들 수 있다. 덴마크의 휘게 라이프와 많은 부분이 겹치는데, 그는 이러한 제3의 공간이 있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주장했다.

행복하기 위한 구체적 행위들은 많다. 심리학적으로 행복감이 높은 행위와 그렇지 않은 행위는 분류가 돼 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에 따르면 걷기, 먹기, 말하기, 놀기 등은 행복감이 높은 행위이고, 게임, 텔레비전 시청, 컴퓨터, 스마트폰, 쇼핑 등은 상대적으로 행복감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행복감이 높은 행위들을 보면 연상되는 것이 있다. 바로 여행이다. 행복연구센터 소장인 서울대 최인철 교수(심리학과)는 여행이 “경험을 사는 행위”라고 말한다. 게다가 말하기, 걷기, 먹기 등 행복감을 높이는 대부분의 행위를 할 수 있는 여행은 행복해지기 위한 최선의 행동이다. 물론 잘 계획하고, 좋은 사람과 함께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하지만, 집과 직장 같은 일상을 벗어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가.

정보기술(IT) 기업에 다니는 김원경(24)씨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여행을 계획한다. ‘더 못 견디겠다’는 생각이 들면 무작정 항공권을 구매하고, 틈나는 대로 준비한다. “여행 준비를 하는 것 자체로 스트레스 해소가 된다. 여행은 준비하고, 떠나고, 돌아오고, 추억하는 과정이 모두 즐겁다”고 김씨는 말했다.

너무 자신만 챙기는 것 아니냐고? 그렇다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가보자. 민주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동참하는 것도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황준원 강원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행복감을 느끼는 데 있어 그 사회가 얼마나 민주적인지 같은 환경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민주적 사회 환경을 만드는 데 참여하는 것은 개인이 행복 추구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도움말 및 참고자료: 이철우 박사(사회심리학), 최승원 덕성여대 교수(심리학과), 황준원 강원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행복을 훈련하라>(이철우 지음), 플라톤아카데미 인문학 강좌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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