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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1.12 10:07 수정 : 2017.01.12 10:19

화천 조경철천문대에서 구경 245밀리 반사식 망원경으로 금성을 관찰하고 있는 어린이. 달 아래쪽 밝은 별이 금성이다.

[ESC] 커버스토리
긴긴 겨울밤 천문대에서 즐기는 하늘과 별과 달

화천 조경철천문대에서 구경 245밀리 반사식 망원경으로 금성을 관찰하고 있는 어린이. 달 아래쪽 밝은 별이 금성이다.

“밤 11시~새벽 1시에 최고조가 됩니다. ‘큰곰자리’(북두칠성) 아래쪽에 ‘사분의자리’가 있어요. 별똥별이 그쪽에서 시작돼 여러 방향으로 날아갈 겁니다.”

3일 밤, 강원 화천 광덕산 해발 1010m에 자리잡은 조경철천문대. 모여든 방한복 차림의 사람들에게 운영팀 박재현 강사가 설명했다. 시간당 120개 정도의 별똥별을 볼 수 있는 ‘사분의자리 유성우’가 쏟아진다는 날이다. 흔히 별똥별 무리라면 비 오듯 쏟아지는 장면을 떠올리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날은 평소보다 월등히 많은 별똥별을, 그것도 같은 별자리 쪽에서 시작된 별똥별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지만, 그 수는 1분당 2개가량이다.

영하의 추위를 무릅쓰고 모여든 사람들 중엔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과 연인이 많았다. 유성우를 찍으려고 카메라와 삼각대를 든 이들도 있었다. 밤이 깊어가면서 밤하늘은 온통 흩뿌려진 별들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사진가들은 삼각대를 세워 카메라를 북쪽 하늘로 고정시켰다. 가족·연인들은 널찍한 눈밭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밤하늘을 응시했다. 오리온자리, 카시오페이아자리, 큰곰자리, 그리고 북극성….

달은 지고 별은 더욱 또렷해진 밤 10시 무렵, 이윽고 큼직한 별똥별 하나가 나타났다. 북극성 쪽에서 나타나 카시오페이아 자리를 스치며 긴 궤적을 남기더니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우와, 별똥별이다! 봤지?” “소원 빌었어?”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이후로 길고 짧은 별똥별 몇 개가 더 보였다. 하지만 자정이 가까워지자 구름이 몰려들었고, 마침내 그 많은 별들이 남김없이 구름 속에 숨어버렸다. 아쉬웠다.

대기층 안정되고 밤 긴 겨울이
천체 관찰의 최적기
전국 40여곳에서 관측 프로그램 운영
천체망원경으로 성단까지 볼 수 있어

낮엔 태양 흑점 보고 밤엔 성단·성운 관찰

이날은 유성우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천문대에선 평소처럼 천체망원경을 이용한 별 관측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이용방식은 어느 천문대나 대체로 비슷하다. 천체투영실의 돔형 천장을 통해 별자리를 관찰하며 설명을 듣고, 관측실에선 다양한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한다. 낮엔 보통 태양의 흑점·홍염이나 달을 관측하고, 밤엔 달은 물론 금성·화성 등 행성과 성운·성단까지 관찰한다. 조경철천문대처럼 일반 프로그램 외에 2시간짜리 본격 강연과 관측, 4시간짜리 심화 천체관측, 천체망원경 조작법과 실습(1~5일) 등 집중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이날 저녁 일반 관측 프로그램에 참여해 구경 1m짜리 반사망원경으로 달과 금성, 페르세우스 이중성단 등을 관찰한 이수진(10·화천 실내초 3년)양은 “초승달의 어두운 쪽까지 볼 수 있는 게 신기했다”며 “엄청나게 많은 별들이 모인 이중성단이 제일 멋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겨울철을 별 관측의 적기로 꼽는다. 우리나라에서 별 관측이 가능한 날은 1년 중 100여일 정도인데, 겨울철엔 관측 가능 일수가 다른 계절보다 늘어나 이틀에 한번꼴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겨울철이 별 관찰에 특히 유리한 이유가 있다. 기온이 낮아지면 연무 발생이 적은데다 대기층이 안정돼 깨끗한 밤하늘을 볼 수 있다. 추워질수록 별빛은 영롱해지고, 밤이 길수록 관측 기회는 늘어난다.

국내엔 지자체 운영 천문대와 사설 천문대, 연구용 천문대 등을 포함해 모두 100여곳의 천문대가 있다. 이 중 일반인 천체관측 프로그램을 갖춘 천문대는 지자체 운영 천문대 등 약 40여곳이다. 천문대는 대개 도시 주변을 피해 오지 산꼭대기에 세워지는데, 주변 인공불빛의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산꼭대기는 더 추울 텐데, 별 볼 생각이 나겠냐’고 하겠지만 걱정 안 해도 된다. 별똥별 관찰은 야외에서 하지만, 천체망원경을 사용한 관측은 관측실 안에서 지붕 일부만 열고 이뤄지기 때문이다.

조경철천문대에서 구경 1m 반사식 망원경으로 초승달 바로 밑에 자리한 화성을 관찰하는 가족.
영양 ‘국제밤하늘보호공원’ “별빛이 줄줄”

“캄캄한 밤하늘이야말로 정확한 천체 관측을 위해 요구되는 조건입니다.”(박제훈 영양 반딧불이천문대 연구원)

캄캄한 밤하늘이란 어떤 하늘일까. 주변 인공불빛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구름 한 점 없고 연무도 없이 쾌청한 날 밤, 달은 일찍 산으로 넘어간 시간에 자연상태에 가까운 캄캄한 밤하늘이 만들어진다.

밤하늘을 빛공해 없는 캄캄한 상태로 유지해 자연생태계를 보호하자는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국제밤하늘협회’는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 본부를 둔, ‘불을 끄고, 별을 켜자’는 운동을 펼치는 민간단체다. 이 단체에선 밤하늘이 빛으로 오염되지 않은 지역을 선정해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8개국 42곳이 지정됐는데, 우리나라에선 2015년 경북 영양군 수하계곡 반딧불이생태공원 일대가 아시아 최초로 밤하늘보호공원에 이름을 올렸다. 공원 근처엔 반딧불이천문대도 있어 별 관측이 가능하다.

‘보호받을 정도로 캄캄한’ 밤하늘을 바라보는 기분은 어떤 걸까. 천문대 주변 캠핑장 주인 성숙현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말또 마소. 별빛이 줄줄 흘러내린다이까네. 어마어마해요. 집에 드가기가 싫을 정도래요.” 춥고 맑고 캄캄한 밤을 골라 가까운 천문대로 어릴 때 바라보던 그 눈부신 밤하늘을 만나러 가보는 건 어떨까. 단, 흐린 날에는 관측이 어렵고 기상도 수시로 변하니 천문대에 미리 문의하는 건 필수다.

흔히 천체망원경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 한 가지. 큰 망원경으로 보면 별이 더 크게 보일까. 그렇지 않다. 큰 망원경이 별을 확대시켜 더 가까이서 보게 해주는 건 아니다. 망원경 구경이 크거나 성능이 좋다는 건, 빛을 많이 모아 더 어두운 부분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구경이 큰 망원경일수록 맨눈으로 보기 어려운, 더 어두운 별을 볼 수 있다. 박주용 조경철천문대 운용팀장은 “지름 1m 구경의 망원경은 우리 눈보다 4만배 더 많은 빛을 모은다. 이는 육안거리 기준으로 200배 더 멀리 있는 어두운 천체까지 관측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화천·영양/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별똥별 관찰법

지난 3일 밤 ‘사분의자리 유성우’ 때 만난 별똥별.
별똥별은 태양계를 떠돌던 미세한 암석 조각이 지구의 중력에 끌려 대기권에 들어오다 불타 사라지면서 나타난다. 크기는 몇㎜짜리부터 몇㎝짜리가 대부분이다. 별똥별은 맑은 날 밤 언제라도 볼 수 있지만, 비 오듯 집중적으로 쏟아진다는 유성우는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이때 나타나는 별똥별은 하늘의 한 지점에서 퍼져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대표적 유성우가 ‘3대 유성우’로 불리는, 사분의자리 유성우(1월·시간당 120개),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8월·시간당 150개), 쌍둥이자리 유성우(12월·시간당 120개)다. 시간당 50~60개의 별똥별을 볼 수 있는 소규모 유성우는 연간 20~30차례 나타난다고 한다.

지난 3일 밤의 유성우를 ‘사분의자리 유성우’로 부르지만, ‘사분의자리’는 현재 별자리 체계에선 쓰이지 않는다. 18세기말 프랑스 천문학자 제롬 랄랑드가 용자리·큰곰자리·목동자리 사이의 별들을 묶어서 ‘사분의자리’라 불렀다. 그러나 1928년 학계에서 세계 별자리 수를 88개로 공식화하면서 이 별자리는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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