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커버스토리
하화도·우도 마을회관 풍경
봄 마중 섬 여행 취재길에 마을 경로당(마을회관)에 일부러 찾아갔다. 섬의 내력과 숨은 이야기, 주민 살림살이까지 단박에 알아볼 수 있는 정보의 창고와도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여수 하화도 경로당 하화도 선착장의 하화리 경로당은 여느 마을과 좀 다른 구석이 있다. 방 한쪽 구석이 여객선 매표소다. 할머니 중 막내가 표를 끊어준다. 재밌는 건 이곳이 식당 구실도 한다는 것이다. 마을의 60~80대 할머니 10여명이 모두 요리사다. 차림표도 가격표도 없지만, 부추·문어·서대·간재미·전복 등 섬에서 나는 제철 먹거리를 재료로 섬 탐방객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판다. 이렇다 할 식당 하나 없는 곳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하화도에서 먹을 곳이라곤 매점·민박집·식당을 겸하는 ‘와쏘슈퍼’와 경로당 등 세 곳뿐이다. 요즘 하화리 경로당에선 부추전과 문어숙회·간재미회 등을 ‘개도 막걸리’와 함께 맛볼 수 있다.
할머니들은 섬에 얽힌 이야기에도 훤하다. “저 너머의 ‘시짓골’은 무슨 뜻이죠?” 할머니들이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쏟아낸다. “시짓골이 아니여. 시집골이랑게. 거서 이쁜 과부가 갯것을 잡는디, 홀아비 어부가 고기 잡음시로 가만히 봉게로 이쁜께, 날을 잡아 보쌈을 해가부렀소. 과부가 시집간 곳인게 시집골이요.” “순넘밭넘은 밭이 그 우그로 넘어다니기 좋은게로 그렇게 부르고.” “저 막산 앞 큰굴은 시집골 쪽허고 마주 뚫렸어. 담배 피면 그 구녁으로 연기가 나간답디여.” 하화도 여행길에 경로당에 들른다면 할머니들 음식 솜씨, 말솜씨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를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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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연화도에 딸린 섬 우도의 웃막개(윗마을) 경로당. 할머니들이 모여 정기 진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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