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커버스토리
‘불국토’ 전설 품은 경남 통영시 연화도와 그 옆 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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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도 용머리(네바위). 통영8경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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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도(蓮花島) 선착장에서 산길 따라 푸른 바다 감상하며 걷기를 20여분. 거대한 흰색 아미타대불이 동쪽 바다를 바라보고 선 연화봉 꼭대기에 이른다. 212m의 높지 않은 봉우리지만 전후좌우로 펼쳐진 짙푸른 바다, 한려수도의 섬 무리가 눈에 잡힌다. 연화도 탐방객들이 연화봉에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꼭대기에서 ‘용머리(네바위)’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용머리와 동두마을 쪽 해안 경치, 주변 섬의 경관은 섬 산행의 묘미를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연화도 동남쪽 끝으로 이어진 바위절벽과 섬 무리가 바로 용머리다. 바다로 길쭉하게 뻗어나가 잦아드는 바위 무리가 탄성을 내뱉게 한다. 이채롭고도 아름다운 경관이다. 다소 먼 거리여서 끝에 이어진 바위섬들이 작아 보이지만, 주변을 오가는 배의 크기와 비교해 보면 위용이 드러난다. 용머리는 볼거리 수두룩한 미항 통영이 내세우는 여덟 경치 ‘통영8경’ 중 하나다. 이곳 경관이 꽃다우니, 이름에 ‘꽃 화(花)’ 자가 들어간 여느 섬처럼 연화도 역시 ‘꽃섬’이라 부를 만하다.
절벽해안 경치 빼어난 ‘꽃섬’ 연화도
연화도는 경남 통영시 남쪽 바다, 욕지도 동쪽에 자리한 둘레 12㎞의 작은 섬이다. 선착장이 있는 본촌마을, 십리골, 동두(동머리) 3개 마을에 100여가구, 200여명의 주민이 산다.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1시간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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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도 선착장과 차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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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처럼 섬 지형이 연꽃을 닮았나 싶지만, 연화도는 동서로 길게 누운 모습이다. 북쪽 바다에서 보면 겹겹이 싸인 연꽃잎 모습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조선 연산군 때 억불정책으로 인한 불교 탄압을 피해, 비구니 셋과 함께 이곳에 와 도를 닦았다는 연화도인의 전설에서 이름이 비롯했다는 얘기가 있다. 그 뒤 사명대사도 그를 따르는 여인 셋과 섬에 들어와 연화봉 밑 토굴에서 수도했다는 전설도 있으니, 연화도가 불교와 깊은 관련이 있는 섬임에는 틀림없다. 연화사는 최근 지은 절이다. 연화 세계는 불교에서 말하는 이상향, 불국토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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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도 연화봉 밑 보림사 갈림길에서 연화사 주지 신웅 스님이 ‘용머리’(네바위)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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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도를 걸어서 탐방한다는 건 서에서 동으로, 연화도 볼거리의 꽃인 용머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연화도인도 사명대사도 망망대해로 뻗어나간 용머리를 바라보며 이상향을 꿈꿨을지도 모르겠다. 2개의 코스가 있다. 선착장에서 연화봉으로 오른 뒤 출렁다리 건너 용머리까지 갔다 오는 3시간 노선과, 연화봉 대신 연화사를 거쳐 용머리까지 갔다 오는 2시간 노선이다. 어느 길이든 산길·해안절벽길 따라 걷는 동안 이미 코앞에 와 있는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바닷바람 차가워도 싱그러운 봄 내음이 실려 있고, 길섶 곳곳에 푸릇푸릇 새순이 돋아 깔렸다.
연화도 용머리는 ‘통영8경’
해안절벽·산길 어우러진 절경
동백·후박나무 울창한 우도는
올해말께 연화도와 다리로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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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도 동두(동머리)마을 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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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머리를 주민들이 부르는 본디 이름은 ‘네바위’다. 길게 뻗은 바위절벽 끝에 늘어선 네 개의 바위를 가리킨다. “옛날부터 네바위라캤지, 용머리는 아니라예. 통영8경에 올린다꼬 이름을 바꾼 기라예.”(한 횟집 주인) 연화도 토박이 천봉율(56)씨는 “바위 네 개 중 맨 끝 바위 위에 기막히게 멋진 소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고 했다. “구름맨치로 이래 늘어진, 정말 작품 같은 소나무라. 네바위 최고 명물인데 그기 고마 매미 태풍(2003년) 때 죽어삣다.” 바위 위의 낙락장송은 사라졌어도, 절벽 끝 네 개의 바위섬은 거친 파도 헤치며 대해로 나아가는 형세로 버티고 있다.
연화도에 딸린 우도 동백숲길 한바퀴
연화도 서쪽에는 더 작은 섬 우도(소섬)가 있다. 연화도와 배로 5분 거리지만, 들르는 배편이 뜸해 찾는 이가 적은 섬이다. 현재 우도와 연화도를 잇는 보행교가 공사 중이어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엔 이어진다.
우도(牛島)의 본디 이름은 구멍·웅덩이(소)가 많은 섬이란 뜻의 ‘소섬’인데, 한자로 행정지명을 기록할 때 잘못 적은 것이다. 웃막개(윗마을)·아르막개(아랫마을) 2개 마을에 21가구 35명이 산다. 웃막개가 큰마을이고 아르막개는 포구를 이루는 작은 마을이다. 최근 여기도 섬 둘레를 걸어서 한바퀴 도는 탐방로가 생겼다. 바다 풍경과 울창한 동백숲 터널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2시간짜리 코스다.
우도의 명물은 뭐니 뭐니 해도 구멍섬이다. 주민에게 볼거리를 물으면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이름이고, 우도 소개 사진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섬이다. 섬 북서쪽 해안 가까이에 2개의 작은 섬이 있는데 왼쪽이 구멍섬, 오른쪽이 목섬이다. 구멍섬의 왼쪽에는 작은 바위구멍이 뚫려 있어, 반대쪽 바다가 내다보인다. 만조 때면 작은 배가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다. 목섬 쪽에서 봐야 뚫린 구멍이 온전히 다 보인다. 목섬은 물이 빠지면 이어져 건너갈 수 있다. 두 섬 사이엔 아담한 자갈돌해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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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의 구멍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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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둘레길은 아르막개~웃막개~구멍섬~동백숲길~서낭당~전망대~용강정~아르막개의 순환 노선이다. 바다 쪽 경관보다는 곳곳에서 나타나는 울창한 동백숲이 인상적이다. 우도의 숲엔 동백나무가 가장 많고, 후박나무와 소나무가 뒤를 잇는다. 웃막개마을과 섬 동쪽 용강정 주변엔 200년 넘은 동백나무도 즐비하다. 이제 꽃봉오리가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한 동백꽃은 2월말~3월초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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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개화를 시작한 우도 동백. 우도는 100~200년 된 동백나무가 수두룩한 동백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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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의 400년 된 생달나무와 500년 된 후박나무. 둘다 천연기념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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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 울창한 숲그늘을 드리우는 거대한 생달나무·후박나무(천연기념물)도 우도의 명물이다. 웃막개마을 뒤쪽에 400년 된 생달나무 세 그루와 500년 된 후박나무 한 그루가 한 뿌리에서 자라 오른 듯 몸 비비며 가깝게 모여 우거져 있다. 주민들이 신성시하며 해마다 제를 올려온 당목이다.
우도의 또 다른 명물이 용강정이다. 섬 동남쪽 산자락, 탐방로변에 보이는 커다란 분화구 형상의 움푹 파인 웅덩이다. 위쪽 지름이 50m, 바닥 쪽은 5m쯤 되는 웅덩이인데 바닥에 바다 쪽과 이어진 20m 길이의 굴이 뚫려 있다고 한다. 우도 이장 김강춘(54)씨는 “바닥에 내려가면 파도 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가끔 김이 솟기도 한다”고 말했다. 바다에 살던 용이 이 굴을 통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
연화도·우도(통영)/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연화도·우도 여행정보
배편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대일해운이 운항하는 욕지도행 배를 타면 연화도에 갈 수 있다. 하루 5차례(오전 6시30분, 9시30분, 11시, 오후 1시10분, 3시) 운항한다. 1시간 소요. 6시30분, 11시, 3시 출항하는 배가 우도에도 들른다. 연화도·우도 운임 1인 왕복 1만7600원, 승용차 왕복 4만2000원.
먹을 곳·묵을 곳 연화도선착장(본촌)에 횟집·포장식당·민박집이 여러 곳 있다. 동두마을에도 민박집이 2~3곳 있다. 연화도는 고등어 양식장이 많다. 횟집마다 고등어회·구이·조림을 낸다. 민박은 1박 5만원. 우도엔 민박집이 4곳 있다. 이장집인 송도호민박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따개비밥에 톳·가시리·돌김 등 온갖 해초 반찬을 곁들이는 해초밥상으로 이름난 민박집이다. 모든 음식 재료를 부부가 직접 채취하고 말리고 저장해서 조리한다.
여행문의 통영시청 해양관광과 (055)650-0514, 통영여객선터미널 대일해운 (055)641-6181, 연화도 매표소 (055)641-6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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