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3.15 20:08 수정 : 2017.03.15 20:41

[ESC] 강제윤의 섬에서 맛난 밥상
전남 여수 안도 ‘백년손님 밥상’

전남 여수 안도의 ‘백년손님 밥상’. 강제윤 제공
한반도 모양의 바다를 품고 있는 섬. 전남 여수 안도는 한국 최고의 섬 트레일로 유명한 비렁길이 있는 금오도 곁 작은 섬이다. 안도는 금오도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지만 아직은 무명에 가깝다. 그래서 오히려 한적한 섬 여행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기도 하다.

작은 섬이지만 안도의 역사는 유구하다. 인근의 거문도, 소리도 등과 함께 고대부터 국제 해상 교류의 중간 기착지였다. 일본 헤이안 시대 승려 엔닌(794~864) 선사의 <입당구법순례행기>에도 그 이름이 등장한다. 엔닌 선사는 당나라 유학 중 여행허가서를 받는 데 청해진 장보고 대사의 도움을 받았다. 장보고가 당나라 적산에 세운 절 법화원에 기거하며 보호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엔닌은 장보고에게 감사의 편지를 썼다. 십여년 동안의 유학 생활을 마친 엔닌은 당나라에서 신라인 무역업자 김진(金眞)의 배를 얻어 타고 일본으로 돌아가던 길에 안도에 기항했는데, 그 경험을 기록으로 남긴 게 이 책이다.

안도리 마을 앞에는 에스(S)자 모양의 특이한 바다가 있는데 마치 인공호수 같다. 큰 바다에서 들어가는 입구는 좁은데 마을 안쪽으로 가면서 점점 넓어지는 지형이라 천혜의 대피항이다. 이 내해를 섬사람들은 두멍안이라 부른다. 두멍이란 둠벙(작은 저수지)을 뜻하는 듯하다. 여수의 둔병도란 섬 또한 안도리 앞바다처럼 생긴 내해가 있는데 그곳을 섬사람들은 둠벙이라 하고 섬 이름도 둠벙섬이라 부른다. 안도의 두멍안은 높은 데서 보면 한반도 모양이다. 그래서 당산 숲 아래는 한반도를 품은 호수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옛날부터 안도 인근 해역은 황금어장으로 유명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제가 일본의 어민들을 이주시켜 어업권을 장악하게 만들었다. 천혜의 대피항과 근해의 황금어장은 수산물 수탈의 전진기지로 뛰어난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안도 해역은 영양염류가 풍부해 수산물이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때에 따라 살이 차기도 하고 야위기도 하는 다른 지역산과 달리 안도 참담치(조선홍합)는 늘 알이 꽉 차 있다. 안도 소라도 향이 짙다. 여수에서 가끔 감성돔 치어를 방류하는데 그 대부분이 안도 해역으로 몰려든다고 한다. 안도 해역에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안도에는 유서 깊은 섬답게 전해오는 토속 음식들이 많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들은 주로 피문어죽을 끓여 먹었다. 말리면 색이 붉어지는 까닭에 껍질째 말린 문어를 피문어라 하고, 껍질을 벗겨 말리면 백문어라 한다. 피문어에 찹쌀, 대추를 넣고 문어가 말랑말랑하게 물러질 때까지 푹 고아낸다.

안도에는 ‘백년손님 밥상’이란 아주 특별한 음식이 남아 있다. 육지에서는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아주기도 했다지만 안도는 섬이라 그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사위에게 단백질을 보충시켜줄 요량으로 갯가에 나가 온갖 해산물들을 따다가 장모가 차려주던 것이 이 밥상이다. 주로 따개비 종류와 해초들이 올라간다. 배말(삿갓조개), 군봇(군부·딱지조개), 거북손 등 갯바위에 붙어서 살아가는 따개비와 깊은 바다에 살아 해녀만 딸 수 있는 해녀배말을 삶아내고 거기에 세모, 가사리, 미역 등의 해초를 넣어 만든 비빔밥이 백년손님 밥상이다. 거북손은 게살 맛이 나고, 배말이나 배말보다 약간 크고 부드러운 해녀배말은 거의 전복 맛에 가깝다. 삼엽충을 닮은 듯한 군봇은 쫄깃하고 구수하다. 이 비빔밥은 예전에는 잔치음식으로도 먹었다. 마을의 어느 집에 잔치가 있으면 서로들 품앗이로 돌아가면서 함께 채취해다 주곤 했다. 진정한 공동체의 음식이었다.

안도 사람들이 즐기는 또 하나의 음식은 성게 요리다. 성게로는 못 해 먹는 것이 없다. 성게 1㎏이면 참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다. 도시에서는 귀해서 생으로 먹기도 어렵지만 안도에서는 온갖 요리를 다 해 먹는다. 성게전, 성게계란찜, 성게된장국, 성게젓갈, 성게미역국, 성게냉국, 성게청각무침 등 무궁무진하다. 섬사람들도 이구동성이다. “성게 넣어서 안 맛난 게 없다.” 다가오는 성게철에도 꼭 다시 와야겠다.

강제윤 시인·섬연구소장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강제윤의 섬에서 맛난 밥상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전체

정치

사회

경제

지난주

광고

트위터 실시간글

bjchina123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EuiQKIM RT @qfarmm : [포토]42년 만에 최악 가뭄···위성사진으로 본 소양강댐 http://t.co/BMpS2UjVoq http://t.co/r4OxEINQ1z

LAST_Korea RT @cjkcsek : [사설] ‘어린이 밥그릇’까지 종북 딱지 붙이나 홍준표의 유치한 종북몰이는 자신의 ‘저질 정치인’ 면모만 부각시키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http://t.co/XxOwP51oyK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할머니들도 ‘기껏 1번 찍어줬더니 아그들 밥값 가지고…’ 성토”http://t.co/ukHxPKTNnm[오마이] 홍준표, '해외골프' 뒤 첫 출근길에 비난 펼침막http://t.co/xn…

HillhumIna RT @jmseek21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 http://t.co/whlFjwWSl9

CbalsZotto 보궐선거용 거짓 립서비스~ “ @shreka3880 : ‘세월호 피해자 가족’ 챙기기 나선 새누리당 http://t.co/tfkk6gGEci 세월호 진상조사나 방해나 하자말라”

cess0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할까요.http://t.co/RyPp5DzeRr[미디어오늘] 유가족들 우려가 현실이 됐다http://t.co/coAAtDbtRQ

sookpoet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헌재 ‘김영란법’ 헌법소원 심리키로http://t.co/UMzV2bA4hY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