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5.22 15:09 수정 : 2017.05.22 15:13

[ESC 창간 10돌 기념호]
ESC 추억의 연재 ‘너 어제 그거 봤어?’로 돌아본 방송 10년 총결산
사회고발드라마 및 영화 등장 봇물
‘신비한 티브이 서프라이즈’ 넘사벽
최고의 엠시는 신동엽…더욱 기대
주말드라마·지상파 예능, 분발 좀!

설마, 설마….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등골이 오싹했다. 제이티비시(JTBC) <밀회>와 싱크로율 100%. 드라마 속 이야기가 눈앞에서 펼쳐지다니! 예술대학 부정입학생 정유라, 이를 통해 한몫 챙기려는 속물 교수들. 에스비에스(SBS)의 <추적자>는 또 어땠나. 평범한 형사에게 닥친 딸의 죽음, 그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유력 대선후보의 비리와 정치·경제·사법·언론 등의 추악한 커넥션. 현실 세계의 실사판이다.

지난 10년간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계에서 가장 큰 변화는 ‘사회 고발형’이 하나의 유행처럼 자리잡았다는 것. 영화 <변호사>, <내부자들>과 드라마 <황금의 제국>, <미생>, <김과장>, <귓속말>까지. ESC 10돌을 앞두고 <안녕, 프란체스카>와 <소울메이트>의 작가 조진국과 방송칼럼니스트인 정석희가 지난 10년, ‘최고의 방송’ 선정을 위해 지난 9일 마주앉았다. “투표했냐?” “결과가 어떻게 될 것 같냐?”로 시작한 대화가 자연스럽게 ‘성지 드라마’가 된 <밀회>와 <추적자>로 이어졌다.

제이티비시 드라마 <밀회> 한 장면. 제이티비시 제공.

최고의 드라마 ‘밀회’와 ‘추적자’

정석희(이하 정) <밀회>와 <추적자>가 사회고발 드라마의 한 획을 그었다. 뜬금없는 작품들이 많은데, 이 드라마들은 예외다. 많이 나와야 한다. 10년 동안, 최고의 드라마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조진국(이하 조) <추적자>는 1회만 보고 못 봤다. 여학생을 죽이는 신이 나왔는데, 너무 참혹해서 차마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박경수 작가 같은 분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제이티비시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도 참 좋았다. 다시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정말 한 회, 한 회 버릴 것이 없다. <~ 하이킥> 시리즈보다 재밌다. 올해 방송된 드라마 중에서는 시청률은 낮았지만 <청춘시대>가 괜찮았다. 권하고 싶다. 박연선 작가가 드라마를 정말 잘 썼다.

잘 쓴 드라마라고 해서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것이 아니라서 안타깝다. 오히려 허술하고 빈틈이 많은 드라마들이 사랑받기도 한다.

먼 훗날까지 기억될 만한 훌륭한 작품을 또 꼽는다면, <나인>을 들고 싶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판타지를 잘 버무렸다. 어색하지 않다.

<오 나의 귀신님>도 괜찮은 드라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양희승·양서윤 작가가 잘 썼다. 주인공과 빙의된 처녀귀신의 접점을 잘 찾았다. 박보영 연기가 특히 훌륭했고, 김슬기 연기도 좋았다.

티브이엔 드라마 <도깨비> 한 장면. 티브이엔 제공.
주말드라마는? 김은숙 ‘도깨비’ 최고

10년이면 세상이 엄청 변하는데, 주말드라마는 항상 똑같다. 요즘 3, 4대가 함께 사는 집이 어딨나.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도 그렇다! 그리고 왜 맨날 아침·저녁을 같이 먹어? 우리 가족만 해도 일주일에 같이 먹는 날이 손에 꼽힌다. 판타지도 아니고, 현실과 너무 심하게 다르다.

그에 반해 박지은 작가의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참신하고 좋았던 드라마다. 횟수가 많은 주말드라마보다 전개가 빠른 미니시리즈적인 기법을 도입했다. 캐릭터들이 상투적이지 않다. 순종적인 며느리가 아니다.

<넝쿨당> 못지않게 <아이가 다섯>도 참신했다. 반면 요즘 방영되는 <아버지가 이상해>는 좀 이상해. 훈훈한 가족애를 다루는데, 오만가지 이상한 에피소드를 넣는 느낌이야. 얼마 전엔 변혜영(이유리)과 차정환(류수영)의 동거가 탄로나 집안이 발칵 뒤집히는 내용이 나왔어. 솔직히 30대 후반의 동거가 저렇게 난리칠 일인가.

30대 후반이면 동거할 수 있지 않나. 충분히 할 수 있는 나이고, 할 수 있는 거지.

부러울 뿐이지.

하하하.

김수현 작가의 <그래, 그런 거야> 참패 원인도 현실을 외면해서다. 아버지는 가부장의 전형이고, 어머니는 희생의 아이콘이다. 매번 대가족이 등장하고, 식사를 꼭 함께 하냐고!

작가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가족 형태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는 어땠어? 1회만 보고 못 봤는데, 주위에서 꼭 보라고 하도 권해서 말이야.

<도깨비> 정말 잘 썼다. 비극과 코믹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김은숙 작가를 별로 안 좋아했던 분들도, 하나같이 <도깨비>는 칭찬했다. <태양의 후예>는 솔직히 별로였는데, <도깨비>는 최고다.

<태양의 후예> 끝나고 <도깨비>가 방송되기까지 기간도 짧았는데, 그럼에도 완성도 높은 작품을 썼다니 확실히 대단한 작가다.

최고의 예능은 ‘썰전’

요즘 꼭 챙겨보는 프로그램은 <썰전>이다. 정치를 저렇게 재밌게, 관심을 갖게끔 할 수 있을까.

정치 공부도 할 수 있고, 자기주장만 하고 싸움만 하는 다른 정치 토크쇼와는 확실히 차별된다. 최고의 프로그램을 만든 견인차는 김구라다. 모를 때 가만히 있는 자세가 맘에 든다.

김구라가 똑똑하게 잘 진행한다. <라디오스타>에서와 느낌이 너무 다르다. 말을 자르지도, 막말을 하지도 않는다.

지난 10년, 예능 중에서 좋았던 프로그램은 <아빠! 어디 가?>다. 엠비시(MBC)의 예능 암흑기를 빠져나와 화려한 부활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 마이 베이비> 등의 유사 예능이 나왔는데, 이 프로그램이 가장 낫다. 최근 프로그램 중엔 나영석 피디의 <윤식당>, <삼시세끼>가 좋았다. <언니들의 슬램덩크2>도 재밌게 보고 있다.

<윤식당>과 <삼시세끼>는 먹방, 쿡방에 대한 관심을 더 높이기도 했다. 먹방, 쿡방의 인기몰이는 지난 10년간 가장 두드러진 예능의 변화가 아닐까.

맞다. 백종원, 차승원, 에릭 같은 남자들이 요리하는 것을 보면서 남자들이 요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백종원이 쉬운 요리 팁을 주는 덕분에 남자들도 요리에 도전하게 된 거다. 우리 집 남자들도 요즘엔 여러가지 요리를 시도한다. 하하하.

나도 라면하고 계란프라이밖에 못했는데, 지금은 직접 스테이크를 굽는다. 놀랍다. 시금치를 기름에 볶아 접시를 꾸미기도 한다.

지상파 예능의 몰락 ‘씁쓸’

지난 10년 사이 지상파 예능이 몰락한 건 씁쓸하다. <런닝맨>, <무한도전>, <1박2일>, <해피투게더> 외에 새로운 프로그램이 없다.

지상파 예능의 위기다. 새로운 것 만들기보다는 <슈돌>처럼 베끼기만 한다. 반면 <해투>의 ‘야간매점’처럼 참신한 것들은 다 없앴다. 그게 먹방의 원조나 마찬가지인데. 안타깝다.

<해투>는 옛날 콘셉트가 더 좋았다. 특히 한증막 세트일 때 말이다. 그게 없어지니까 다른 토크쇼와 차별점이 없어졌다. <개그콘서트>, <웃찾사> 등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신선한 소재로 웃기지 못하니까. 그럼에도 엠비시는 좀 너무해. <웃으면 복이 와요> 등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이 강했는데, 지금은 명맥이 끊겼잖아. 그런데도 이젠 그에 대한 문제의식도 전혀 없어.

<신비한 티브이 서프라이즈>는 정말 상을 주고 싶다. 콘텐츠만으로 따지면 ‘넘사벽’이다. 참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상복이 없어 안타깝다. 묵묵히 훌륭한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진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최고의 엠시는 신동엽

엠시 중에서는 신동엽이 참 대단한 거 같아.

<에스엔엘(SNL)코리아> 성공의 일등공신이 신동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야한 농담을 해도 야하지 않고, 불쾌하지 않을뿐더러 밉지 않고, 재밌는데 그게 그의 진가다. 지금도 최고의 엠시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맞다. 동감이다. 강호동은 어떤 것 같아?

확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한끼줍쇼>는 강호동이 살리는 프로그램이고, <아는 형님>에서는 자신을 먹잇감으로 낮추는 차별화 전략이 주효했다. 그런 면에서 강호동, 김희선, 정용화가 만들 예능 <섬총사>가 기대된다. <효리네 민박>에 거는 기대도 크다.

나영석 피디가 만들고 유시민이 출연하는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에 주목하고 있다.

정리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10년 뒤, 더 기대되는 배우

대체 불가능한 배우, 박보영

“박보영을 보면 전성기 시절 장나라가 떠오른다. 구수한 연기도 잘하고, 귀엽고 당차다. <오 나의 귀신님>, <힘쎈 여자 도봉순>에서의 연기는 최고다. 지금도 잘나가지만 앞으로 더 잘나가지 않을까. ‘남자에게 같이 자자고 매달리는’ 꽤 도발적인 장면도 귀엽게 만드는 대체 불가능한 배우다.”(조진국)

“<왕과 나>에서 박보영이 구혜선 아역이었다. 그 드라마가 잘 안 됐는데, 아역인 박보영과 유승호가 주인공인 구혜선과 고주원에 비해 연기를 너무 잘했다. 이들의 풋풋한 아역 연기에 푹 빠졌다가 성인으로 바뀐 뒤 맥이 빠진 거지. 그만큼 박보영은 흡인력 있게 연기를 잘한다.”(정석희)

지난 10년 최고의 예능

어른을 성장시키는 똑똑한 예능 ‘무한도전’

“<무한도전>은 웃음, 감동, 교훈을 골고루 주는 짬뽕 예능이다. 실패 가능성이 컸음에도 모범적으로 배합을 잘한 현명한 프로그램이다. 박명수 등 출연자들도 당시 재밌는 방송인이라고 인정받았던 이들이 아니었고. 하지만 이들을 한데 모아 시너지 효과를 냈다. 각자 나름의 실력도 있었지만, 운도 따랐다. <무도> 출연자들은 정말 천운을 타고난 거다.”(조진국)

“평균 이하의 남자들이 성장하는 설정인 <무도>는 시의적절하게 시대의 흐름을 잘 탔다. 운이 좋다. 초창기엔 지하철과 달리기 시합을 하고, 목욕탕 물을 퍼내는 ‘무모한 도전’ 콘셉트였다. 이윤석, 이켠이 출연했었다.(지금은 하차한 걸 땅을 치며 후회할 거다.) 멤버들은 <무도>에서 연애와 결혼을 하고, 또 아빠가 됐다. 별 볼 일 없던 이들이 거목으로 성장했고, 이제는 시청자와 함께 늙어간다.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정석희)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