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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05 21:23 수정 : 2017.07.05 21:29

퇴근길에 찍은 한강. 사진 엄지

퇴근길에 찍은 한강. 사진 엄지

회사생활을 한두 달 하다 보면, 또 다른 문을 열고 시작된 공간에서 쉼없이 달리기만 했다는 공허감이 어느 날 밀려온다. 나는 늘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퇴근 후나 주말의 나의 ‘삶’은 정작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문제는 정작 무엇을 내가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쉬는지 모르고 살아왔다는 점이다.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힘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지도 고민하게 됐다. 나에게는 정말 ‘잘 쉬는 시간’을 선물로 주고 싶었다. 그것도 짬짬이!

출퇴근길에 취미인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변화하는 날씨와 계절 그리고 사람들을 필름카메라에 담았다. 친구는 돈도 더 드는 필름카메라를 왜 쓰냐고 타박이지만 ‘빠름빠름’ 달려가는 디지털 시대의 나보다 ‘필카’로 한 템포 쉬어가는 느림의 내가 좋다. 천리마 속도전 같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나만의 비법이다. 매일 지나가던 곳이 낯설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만큼 재밌는 것도, 이것만큼 짬을 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것 또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5번째 필름을 갈아 넣을 때였다. 내 또래가 창업해 호기심을 갖고 사진을 찍었던 카페가 망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 기록을 고이 간직하기로 했다. 지하철도 좋은 피사체였다. 두꺼운 패딩을 입고 구깃구깃 끼여 타던 겨울철 지하철이나 서로의 다리털이 붙는 여름 지하철 등, 동일한 오전 7시 출근시간이지만 표정은 다르다. 계절이 바뀌어도 똑같은 건 사람들의 표정이 다들 무표정하고 날이 서 있다는 점이다.

평일 점심 하루는 사진기를 들고 회사 근처 서울시립미술관을 가거나 덕수궁을 걷는다. 덕수궁은 독특한 공간이다. 복잡한 빌딩 사이에서 이토록 한적한 공간이 있다는 점이 그저 신기하다. 점심 1시간의 짬은 온 마음을 다해 휴식이 필요할 때 충분한 시간이다.

필카로 ‘짬짬 놀기’의 마지막은 사진관이다. 36장을 찍을 수 있는 1롤에는 한 달간의 회사생활과 출퇴근길의 일상이 담겨 있다. 사진관을 갈 때의 설렘과 사진이 현상되어서 나올 때 기다려지는 두근거림이 좋다. 매일매일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조금은 낯설게 보려는 그때의 시선이 필름에 담겨 있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방황할 때마다 하나를 놓고 무언가 크게 시작을 하려고 했다. 크게 무엇을 시작하기 두렵다면 짬을 내어 변화를 주는 건 어떨까? 단 1%라도 좋으니 나를 위한 시간, 나를 위한 짬을 내보는 건 어떨까? 1%의 기적이 모여 지금의 삶에 조금 더 나은 2%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짬 내서 무얼 해볼까?

엄지(광고회사 4년차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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