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7.19 19:58 수정 : 2017.07.20 10:11

잉글랜드 축구팀을 응원하는 곰돌이 테드. 정소영 제공

[ESC] 소영이의 반려인형

잉글랜드 축구팀을 응원하는 곰돌이 테드. 정소영 제공
나의 플리커(flickr) 친구들 가운데는 웬디 해리스 할머니가 있다. 한 번도 만나지는 못했지만, 은퇴한 남편과 재미있게 지내는 잉글랜드 분으로, 곰돌이 테드의 반려자이다. 잉글랜드 축구를 응원할 땐 열광적인 팬의 모습으로 테드를 붉은 테이프로 감아서 분장시킨다. 할머니가 정한 테드의 생일엔 다른 친구 곰돌이들을 모아서 조촐한 파티도 연다. 모두 플리커 사진들에서 본 것이다. 나는 할머니의 얼굴조차 본 적이 없지만 곰 인형 테드를 통해 할머니가 퍼즐 맞추기를 좋아한다는 것,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요리를 하거나 과자를 굽는다는 것 따위를 알게 됐다.

‘밍키의 여행 일기’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친구도 있다. 이 계정의 운영자도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페이지에 등장하는 밍키라는 검은 고양이 인형은 친근하다. 밍키는 눈 덮인 산이나 석양이 드리운 풀밭 등 대자연을 배경으로 한 멋진 사진의 주인공이다. 우리는 서로 근사한 사진을 올리고 댓글을 남기며 기뻐하는 사이들이다.

그런가 하면 일본의 우나기여행사에는 인형들을 위한 휴가 프로그램도 있다. 바쁜 사람들을 대신해 여행사가 그들이 아끼는 인형을 여행 보내고 사진을 찍는 투어 프로그램이다. 마치 영화 <아멜리에>에 나오는 난쟁이 인형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듯 말이다. 그런 인형을 보는 것만으로도 반려인형의 주인들은 대리 만족을 한다. 물론 같이 여행을 떠난다면 더욱 좋겠지만 말이다.

웬디 할머니, 아니 정확하게는 곰 인형 테드의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생각한다. 할머니가 자기 얼굴에 붉고 흰 깃발을 그려 넣을 수는 없더라도, 그 대신 테드를 통해서 열정을 간접적으로 표출하는 것이라고. 나 또한 알프스에 놀러 가 설산을 배경으로 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때 반려인형 술빵이가 필요하고, 처음으로 쿠키를 성공적으로 구웠을 때 연남이를 통해 나를 한번 과시해 본다.

정소영(출판 편집자)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소영이의 반려인형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