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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20 14:02 수정 : 2017.07.20 14:07

운송을 위해 창고에 쌓아둔 맥주궤짝들. 1960년대. 하이트진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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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을 위해 창고에 쌓아둔 맥주궤짝들. 1960년대. 하이트진로 제공
한국에 맥주가 처음 등장한 것은 구한말이다. 1896년 개항 뒤 초기에는 ‘삿포로 맥주’가, 1900년을 전후로 ‘에비스 맥주’와 ‘기린 맥주’가 들어왔다. 그러다 1933년 일본의 대일본맥주 주식회사가 ‘조선맥주 주식회사’를, 이어 같은 해 일본의 기린맥주 주식회사가 ‘쇼와기린맥주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두 회사는 광복 뒤 미 군정의 관리를 받다가 1951년 민간에 불하되면서 ‘조선맥주(현 하이트맥주) 주식회사’와 ‘동양맥주(현 오비맥주) 주식회사’가 되었다. 그 뒤 조선맥주는 대표 브랜드 이름을 ‘크라운맥주’로 바꿨고, 동양맥주는 ‘오리엔탈 브루어리’의 약자를 따서 이름 붙인 ‘OB맥주’를 대표 브랜드로 삼았다.

막걸리와 소주가 국내 술 소비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1970년대 말까지는 맥주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다가 1980년대 들어 맥주 소비량이 늘기 시작했다. 특히 1980년대 초반 동양맥주가 생맥주를 생산하면서 ‘OB베어스’라는 브랜드로 생맥주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여 호황을 누렸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생맥주 시장은 더욱 확대됐다.

한편 조선맥주는 ‘크라운맥주’를 대신해 1993년 ‘천연 암반수’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하이트맥주’를 출시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하이트맥주는 출시 3년 만에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면서 한동안 대표적인 국내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동양맥주는 1995년 사명을 ‘오비맥주’로 바꿨다. 그리고 1999년 ‘진로’와 미국의 ‘쿠어스’가 합작해 만든 ‘진로쿠어스’를 인수해, 쿠어스의 이름을 반영한 ‘카스맥주’를 생산하면서 조선맥주와 함께 국내 양대 맥주회사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아이엠에프(IMF) 이후 소유주인 두산그룹이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외국 회사의 손으로 넘어갔다.

조선맥주와 동양맥주는 2014년 롯데맥주가 ‘클라우드’로 맥주시장에 뛰어들기까지 80여년 동안 국내 맥주시장을 독점했다.

최근 한국 맥주 문화의 가장 큰 변화는 ‘크래프트 맥주’ 선풍이다. 2010년대 초반에는 미국과 벨기에의 맥주들이 선보이다가, 점차 영국·독일·체코·오스트리아·일본 등지에서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가 수입되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소비자들은 대기업이 만드는 천편일률적인 ‘라거 스타일’ 맥주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맥주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여성들의 주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펍과 크래프트 맥주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보틀숍도 새로 생겨났다.

또하나의 변화는 2014년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양조장도 맥주를 만들어 유통시킬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전국 각지에 70여개나 되는 소규모 맥주 양조장이 생겨나 저마다 고유 브랜드의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앞으로 한국의 맥주 시장은 3대 대기업이 만드는 라거 위주의 저가 맥주와 외국 각지에서 들어오는 다양한 맥주들, 그리고 전국 소규모 맥주 양조장이 생산하는 맥주들로 구성될 것이다. 그리고 그 지형에 따라 한국의 맥주 역사가 새롭게 쓰일 것이다.

이기중/비어 헌터, 전남대 문화인류고고학과 교수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 수제 맥주(크래프트 맥주).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양조장이 소량으로 생산한 맥주를 말한다. 만든 이의 장인정신과 비법·취향 등이 반영돼 양조장마다 맛·향기·도수가 다른 개성적인 맥주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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