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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27 10:56 수정 : 2017.07.27 10:56

‘평생학습’은 이제 새삼스러울 것 없는 말이 되어버린 시대다. 한때는 “자, 이제 평생 배워야 하는 시대가 온 거야”라며 설득하는 말 같았는데, 이제는 모두가 당연히 계속 배워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듯하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니 뭐라도 계속 배우지 않으면 금세 뒤처질 것이라는 두려움을 일상적으로 느낀다. 그래서 이것저것 배울 거리를 찾아 손대보지만, 처음엔 작심삼일의 벽에, 어지간히 시간을 들인 뒤에는 슬럼프라는 벽에 부딪힌다. 외국어든 몸을 쓰는 운동이든 그리고 요즘 어린이들로까지 열풍이 번지고 있다는 코딩이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만난 사람이 끊임없는 학습자이자 강의 능력자인 ‘이고잉’(필명)이다. 이고잉은 국문학을 전공한 프로그래머로, 대학 재학 시절 학과 웹사이트를 관리하다 웹 개발에 뛰어들었고, 그러다 프로그래머로 일하게 되었다. 프로그래머로 스타트업에서 일하던 시절, 동료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코딩을 가르쳐주던 것이 ‘생활코딩’이라는 일반인 대상 강의 콘텐츠로 확장되었다. 여기서 나아가, ‘생활코딩’과 같은 무상의 학습 콘텐츠를 누구든 올리고 볼 수 있는 사이트이자 동명의 비영리단체인 ‘오픈튜토리얼스’를 만들었다. 이고잉은 2016년 한 해 동안 오프라인 강의만 총 800시간을 했고, 오픈튜토리얼스 사이트에는 연간 220만명이 방문하고 1500만 페이지뷰가 일어난다.

자신도 정규 교육 과정의 밖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웠고, 지금은 그런 사람들에게 배움을 나누고 있는 이고잉도 슬럼프에 부딪힌 적이 있다. 하지만 탈출했다. 그는 슬럼프 탈출의 기술을 표현의 즐거움에서 찾는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좋은 관객으로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좋은 관객의 존재가 계속 공부하게 하는 동기”라고 말한다. 스스로 끊임없이 배우는 일과 ‘생활코딩’을 통해 강의하는 일은 이고잉에게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활동인 셈이다.

배움은 흔히 계단식으로 일어난다고들 이야기한다. 계단 하나를 오르면 어느 정도 정체기가 찾아오고, 간신히 다음 계단을 오르면 또다시 정체기가 찾아오는 식이다. 다음 계단까지의 지난한 시간이 바로 슬럼프일 텐데, 이런 시기의 괴로움을 표현의 즐거움으로 풀 수 있다. 여기서 표현이란, 글을 쓰는 일, 결과물을 만들어 내놓는 일, 사람들을 가르쳐보는 일 등 다양한 형태를 띨 수 있다. 배우는 일에서의 슬럼프를 표현하는 일로 풀고, 또 표현하는 일이 헛헛하게 느껴지면 다시 배우는 일로 돌아가고, 이 두가지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갈 때, 꾸준히 학습하고 꾸준히 발산하며 배움을 일상의 일부 삼아 살게 된다.

제현주(일상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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