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03 14:29
수정 : 2017.08.0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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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왕 블로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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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 영화 평론가 ‘홍보왕’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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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왕 블로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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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 영화 평론가? 한국에 그런 직업이 있나? 자칭 타칭 단 한명 있다. 닉네임 ‘홍보왕’으로 활동하며 ‘홍보왕의 떡방앗간’이란 블로그를 운영하는 홍보왕(가명·34)이 바로 그 사람이다. 2013년 공자관 감독의 <젊은 엄마>를 보고 에로 영화에 푹 빠진 그는 모든 신작 에로 영화를 섭렵하고 방대한 아카이브를 구축했다. 그의 블로그는 하루 2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홍보왕에게 ‘에로 영화 제대로 보는 법’ 강의를 들었다.
-최근 에로 영화 흐름이 어떤가?
“공자관 감독 <젊은 엄마> 이후로 흐름이 바뀌었다. 나는 에로 영화를 ‘마이너’와 ‘메이저’로 나눈다. 마이너는 내용도 없이 정사신만 나오는 것들이다. 러닝타임도 30분 정도로 짧다. 메이저는 공 감독처럼 스토리와 영상미가 있는 작품이다. 공 감독 이후로 메이저 에로 영화들이 주류가 됐다. 한국 에로 영화는 <젊은 엄마> 앞뒤로 나뉜다. 하지만 최근 에로 영화가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자 여기저기 아류작들이 나오고, 다시 마이너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 안 좋은 상황이다.”
-관객들이 어떻게 하면 고품질 에로 영화를 고를 수 있나?
“이 바닥 연출자나 배우 등 관계자들의 수명이 짧고 가명들을 많이 쓴다. 누가 누군지 잘 모른다. 일단 이름이 알려진, 공자관, 경석호(<맛>, <유부녀들> 등 연출>, 정대만(<동창회의 목적>, <내 이웃의 아내> 등 연출) 감독의 작품은 기본적인 ‘퀄리티’를 보장한다. 배우도 에로 영화를 오래 찍은 이채담, 이은미가 나오는 작품들이 좋다. 기본적인 연기가 된다.”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공자관 감독의 <젊은 엄마>, <친구 엄마>는 역대급이다. 정대만 감독의 <동창회의 목적>도 아주 훌륭하다. 레이싱 모델 출신인 김유연씨가 주연인데 연기가 대박이다. 최근작으론 강유민 감독의 <초대남>이 좋았다.”
-한국 에로 영화계에 바라는 점은?
“실제 촬영 현장에 간 적이 있는데 너무나 열악했다. 보수나 촬영 환경이 좋아져야 좋은 인재들이 오지 않겠나. 이제 하나의 엄연한 영화 장르로 인식이 돼야 한다. 일종의 성인들이 누리는 놀이다. 굳이 막을 이유가 없다. 이제 음지에서 나올 때다. 청소년 관람 등은 확실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에로영화(Ero movie) 성적 욕망이나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의 영화. 성애 장면을 주로 다루지만 직접 성행위를 하지는 않음. 실제 성행위를 집중 묘사하는 포르노 영화와는 구별됨. ‘에로’는 에로틱을 줄인 일본어식 표현. 정확한 표현은 ‘에로틱 무비’(Erotic movie), ‘에로틱 필름’(Erotic film)이나 한국에선 ‘에로 영화’(Ero movie)로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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