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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10 10:07 수정 : 2017.08.10 10:15

5일 시비(C.B.)세블스키 마블 아시아 브랜드 매니지먼트 및 개발 부사장이 서울 삼성동 마블 스토어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SC] 이기적인 코믹
‘슈퍼히어로’ 산실 마블 엔터테인먼트
세블스키 부사장 단독 인터뷰
“결핍 채우는 과정에서 캐릭터 탄생”

5일 시비(C.B.)세블스키 마블 아시아 브랜드 매니지먼트 및 개발 부사장이 서울 삼성동 마블 스토어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헐크,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엑스맨, 토르, 캡틴아메리카,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누구나 한번씩 들어봤을 영화 속 영웅들이다. 모두 마블 엔터테인먼트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놀라지 마시라.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마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극장에서 본 총 관람객은 8700만명이다. 한국에서 마블 만화를 원작으로 최초 개봉한 <엑스맨>(2000년 8월)이 46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뒤 17년 만에 이룬 성과다. 한국의 마블 사랑이 유별난 것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블 캐릭터 상품을 파는 ‘마블 스토어’가 있다는 점을 봐도 알 수 있다. 성공요인은 뭘까, 어떤 매력이 한국인을 사로잡은 걸까. 그 ‘비결’을 듣기 위해 마블의 아시아 브랜드 매니지먼트 및 개발 부사장 시비(C.B) 세블스키를 지난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마블 스토어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세블스키는 2002년 마블에 입사해 세계를 돌며 작가 발굴 및 브랜드 전략 업무를 해온 가장 유명한 ‘마블맨’이다.

-이번 한국 방문 목적은?

“세계적인 만화 전시회인 ‘코믹콘 서울’ 참석차다. 코믹콘 서울에서 마블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직접 확인하려고 왔다. 또 마블이 그만큼 한국 시장을 챙긴다는 의미기도 하다.(웃음)”

-마블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

“처음엔 편집자와 작가로서 활동했다.(그는 마블의 캐릭터를 동화로 각색한 <마블동화>의 작가이기도 하다.) 가장 오래했던 일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재능 있는 작가를 발굴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아시아 지역에서 마블의 브랜드 관리와 콘텐츠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세블스키는 어렸을 때부터 만화광이었다. 그의 손엔 항상 만화 <엑스맨>이 있었다. 코믹스와 함께 ‘망가’(일본 만화)도 섭렵했던 그는 “넓게 보라”는 아버지의 조언을 따라 터프츠대학교에서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전공했다. 그 뒤 일본으로 건너가 4년 동안 망가 및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그가 처음 한 일이 망가를 미국에 소개하는 일이었다.

-한국에서 마블 인기를 실감하나?

“한국에 처음 온 건 6~7년 전이다. 그사이에 세계 최초로 마블 스토어까지 생기는 등 성장이 가히 폭발적이다. 3일 도착해서 호텔에 짐을 풀고 바로 달려간 곳이 삼성동의 마블 스토어였다. 입구에서 젊은 여성 3명을 보게 됐다. 하이힐을 신고, 화려한 색으로 염색을 한 매우 세련된 여성들이었다. 마치 클럽에 갈 것처럼 말이다.(웃음) 하지만 놀라운 건 그들의 손에는 마블 스토어의 쇼핑백이 있었다. 마블의 콘텐츠를 이런 젊은 여성들도 즐기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다른 나라에서 마블을 좋아하는 건 대부분 남성이다. (주위를 보며) 보라, 이렇게 다양한 남녀노소 계층이 마블 스토어를 찾는 건 대단한 현상이다.”

피규어와 캐릭터를 새겨넣은 의류, 안마의자, 토스터기 등을 파는 마블 스토어는 서울(2곳), 경기(2곳), 부산(1곳) 등 전국 5군데에 있다. 지난 4일에는 6호점이 부산에 문을 열었다. 매장당 월 방문자 수는 4만~5만명이라고 한다.

세블스키가 마블 스토어 앞에서 익살스런 자세를 취하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마블에 한국 시장은 어떤 의미인가?

“한국은 ‘트렌드 세터’(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다. 중요한 시장이며, 다른 나라로 시장이 확대되는 거점이다. 한국 인구의 20% 정도가 마블 제작 영화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이 마블을 좋아한다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마블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유니버스(우주)가 바로 한국이다.”

-한국에서 마블이 유독 인기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선 우리가 추구하는 캐릭터를 설명해야겠다. 많은 사람이 마블을 ‘슈퍼히어로’를 생산하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우리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드는 ‘스토리텔러’다. 스파이더맨, 헐크, 아이언맨 이전에 피터 파커(스파이더맨 본명), 브루스 배너(헐크 본명), 토니 스타크(아이언맨 본명)에 더 초점을 둔다. 우리가 관심을 두는 건 히어로(영웅)가 아니라 ‘휴먼’(인간)이다. 이게 한국인들에게 매력을 갖게 하는 포인트다. 한류 열풍 덕으로 한국 드라마를 잘 알고 있다. 한국 드라마가 재밌는 것은 일상적인 인간관계를 다루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설정 속에서 일상 속의 나를 발견한다. 이러한 공감대를 마블의 캐릭터 속에서 발견한 것이라고 본다.”

마블의 다양한 히어로 캐릭터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2017 MARVEL

-마블의 캐릭터는 확실히 매력 있다. 이런 캐릭터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나?

“(웃음) 과정은 매번 변한다. 난감하고 어려운 질문이다.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일단 ‘없는 것’을 먼저 찾는다. 과거에 성공한 사례라고 해서 반복하지 않고, 부족했던 것을 먼저 연구한다. 우선, 스탠 리(마블의 아버지라 불리며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엑스맨 등을 기획)가 스파이더맨을 만들 때 예를 들겠다. 스탠 리는 1960년대 당시 유행했던 남성 슈퍼히어로에 싫증을 느꼈다. ‘평범한 학생이면서, 부모님 없이 친척집에 사는 약한 10대 소년 영웅을 만들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당시 출판인이었던 마틴 굿맨은 이를 반대했다. 하지만 스탠 리의 주장으로 결국 ‘스파이더맨’이 탄생했다. 최근 예를 들면 한국인 캐릭터로는 어벤져스의 일원이 된 ‘화이트 폭스’가 있다. 그동안 만화 속 아시아인 캐릭터는 서구의 선입견이 많이 작용했다. 일본 하면 으레 게이샤나 닌자가 나오는 것 말이다. 우리는 상투적인 아시아 캐릭터를 벗어나기 위해 고영훈(필명 네스티캣. 한국의 웹툰작가)이라는 한국 작가를 발굴했고, 그는 한국의 구미호 전설을 기반으로 해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마블에 결핍된 것을 채우려는 과정에서 캐릭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웹툰 <어벤져스: 일렉트릭 레인>에서 한국 국정원 요원인 화이트 폭스는 조만간 마블 제작 영화에도 공식 등장할 예정이다.

-영화의 엄청난 인기에 비해 원작 만화는 한국에서 큰 인기가 없다.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만화의 팬인 나로서도 좀 개선시키고 싶은 불행한 상황이다. 우리도 전략을 짜고 있다. 한국 작가와 협업하는 웹툰이 첫 단계다. 2년 전 고영훈 작가와 진행했던 <어벤져스: 일렉트릭 레인>이나 임강혁 작가가 현재 연재중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죽음의 보석>이 그 예다. 또 미국의 코믹북과 판형이 다른 문제가 있어 이를 웹툰으로 적절하게 바꾸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디지털 라이브러리’를 점점 확충해 나갈 예정이다. 작업이 잘 진행된다면 한국인들도 모바일 기기를 통해 좀더 쉽게 마블 원작 만화를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만화 업계에서 보면 ‘꿈의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마블에서 일하고 싶은 이들에게 할 조언은?

“첫째, ‘두려워 하지 말라’다. 마블은 큰 회사고 멀리 미국 뉴욕에 있는 회사지만, 세계는 어느 때보다 작아지고 통합되고 있다. 실력만 있다면 금세 눈에 띌 것이고 마블에 가까이 오게 될 것이다. 둘째, 너무 영웅이 아닌, 사람에 집중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인간의 희로애락 감정은 보편적인 것이다. 캐릭터가 현실감 있는 인간이 돼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스토리를 만들 때 슈퍼히어로의 전투 장면이 아닌, 피터 파커가 메리 제인과 데이트를 하거나, 어벤져스 일원이 즐겁게 저녁을 먹는 장면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그게 마블의 힘이다.”

세블스키는 20여분 정도 늦게 인터뷰 장소에 도착했다. 그를 알아본 외국인들의 밀려드는 사인 요청에 이동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인터뷰 내내 그를 촬영하고 인사하는 외국인들이 줄을 이었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그는 한참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예상보다 많은 인파에 ‘깜놀’

코믹콘 서울에 참여한 헐리우드 배우 마스 미켈센. 코믹콘 서울 제공.

코믹콘 서울 성황

지난 4일부터 사흘간 열린 ‘코믹콘 서울’이 예상보다 많은 4만1000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애초 주최 쪽인 리드코리아가 예상한 3만명보다 1만1000여명이 더 온 셈이다. 만화·영화 및 캐릭터 상품 등 관련 113개 업체가 345개 부스를 운영한 전시장에 많은 관람객이 몰리면서 무선 인터넷망이 다운되기도 했지만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행사는 미국 ‘샌디에이고 코믹콘’과 함께 세계적인 만화 관련 행사다. 일종의 만화 엑스포다. 코믹콘은 ‘코믹북 컨벤션’의 줄임말이다. 2006년 뉴욕에서 설립된 이벤트 회사인 리드팝이 전세계 22개 나라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 개최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적인 만화 이벤트답게 다양한 행사가 눈에 띄었다. 우선, 영화 <옥자>로 이름을 알린 할리우드 배우 스티븐 연과 <닥터 스트레인지>, <007 카지노 로얄>에 출연했던 마스 미켈센이 공식 초청돼 팬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만화나 게임 속 의상을 따라하는 코스튬플레이 대회인 ‘코리아 코스플레이 챔피언십’ 대회와, 만화가 주호민, 양영순, 이종범과 마블의 세블스키 부사장, 일본 배우 시노자키 아이 등 다양한 분야의 게스트들도 주목을 끌었다.

가장 볼만한 것은 전시장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코스튬플레이어였다. 이들은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를 의식하지 않고 포즈를 취했다. 외국인도 상당수 참여해 국제적인 행사라는 게 실감이 났다.

하지만 비싼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만한 볼거리는 적어 조금 아쉬웠다. 할리우드 스타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사진을 찍고 팬미팅을 하는 ‘스타패스’의 경우 예매 가격이 25만원(현장 판매 30만원)이었고, 당일 입장권은 4일 2만원, 5·6일 2만7000원으로 비싼 편이었다. 하지만 참가한 업체 부스는 그동안 한국에서 열렸던 ‘키덜트 페어’ 같은 유사한 행사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보긴 어려웠다. 전시장을 돌아보던 한 20대 남성은 “할리우드 스타가 찾아온다는 점을 빼고는 키덜트 페어와 다른 점이 없다. 다음번 행사엔 좀더 참가 업체나 부스 수준이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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