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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16 20:00 수정 : 2017.08.17 11:35

영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한 장면. 사진 시그마북스 제공.

[ESC] 커버스토리

영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한 장면. 사진 시그마북스 제공.
영화에서 값비싼 보석이 등장할 때는 두 가지 중 하나다. ‘사거나, 훔치거나’. 전자로서의 보석은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한 수단이자 변치 않을 사랑의 증표다. 반면 훔치는 대상이 될 경우는 목숨까지 걸 만큼 전투 지향적이 된다. 두 상황 모두 ‘간절함’과 ‘욕망’이라는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

영화 <도둑들>에는 욕망을 드러낸 대표적인 보석이 등장한다.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2천만달러의 가치를 지닌 노란색 다이아몬드다. 10인의 도둑과 1개의 보석이라는 불균형적 장치 속에서 저마다 독식의 꿈을 꾸는 대도들은 노란 다이아몬드를 향한 탐욕에 이르는 혼탁한 드라마를 만든다.

한편, <색, 계>에서 가장 긴장이 고조된 장면은 양조위가 탕웨이에게 핑크색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는 순간이다. 의심에서 진심으로 다가간 끝에 조우한 반지는 그 경계가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이 영화의 중요한 상징이 된 핑크 다이아몬드는 ‘계’(경계·이성적 판단)를 깨뜨리는 장치이자 가장 단단하면서 가장 여린 사랑을 대변한다.

순수의 상징인 진주가 모티브가 된 영화도 있다. 오랫동안 소수층의 전유물이던 진주가 1600년대 네덜란드의 여염집 하녀의 귀에 걸려 있다면 어떨까? 이 수상한 진주는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라는 그림 속 핵심 소재로, 야릇한 표정의 소녀에 대한 미스터리는 소설에 이어 영화로 거듭났다.

새로운 문화의 등장과 그 시대상을 고찰한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대공황 직전 뉴욕을 수놓은 신여성들의 눈부신 보석을 감상할 수 있다. 코르셋을 벗고 머리를 짧게 자른 이들은 긴 귀고리를 필요로 했다. 드러난 맨살은 목걸이와 팔찌로 채우기에 적합했다. 고층 빌딩과 여성의 권위가 동시에 부상하며, 디자이너들에게도 최고의 영감을 선사한 시대다.

다이아몬드 업계의 어두운 면을 고발한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1990년대 발생한 시에라리온의 혼탁한 내전을 배경으로 한다. 전쟁 중에 불법으로 채굴되어 밀수된 다이아몬드를 ‘분쟁 다이아몬드’라고 하는데 그 수익으로 무기를 사들이고 사상자가 점점 늘어나게 되면서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영화는 이 모든 비극을 단순히 아프리카의 욕심 많은 소수 권력층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도록 방향키를 움직인다.

윤성원(한양대 공학대학원 보석학과 겸임교수)

gem : 보석. 광물 중에서 희소성이 있으며, 아름다운 빛깔과 광택을 지녀 장식품으로 가공되는 광물. 젬스톤(gemstone)라고도 함. 산호, 진주 등은 생물이긴 하나 편의상 보석에 포함시킴. 최근 고가의 보석보다 가성비 높은 보석이 인기가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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