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16 20:00
수정 : 2017.08.17 10:49
|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테일러-버턴 반지’. 사진 시그마북스 제공.
|
역사를 수놓은 세기의 보석들
윈저 공작 부인의 브로치 ‘웨일스의 왕자’
10.47캐럿 다이아몬드 선물 받은 그레이스 켈리
|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테일러-버턴 반지’. 사진 시그마북스 제공.
|
엘리자베스 테일러,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월리스 심프슨, 다이애나비의 공통점은 무얼까? 바로 스캔들로 시대를 뒤흔든 유명한 보석 아이콘들이다. 이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덧입혀지면서 보석은 ‘위대한 사랑’과 동의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보통 크고 희귀할수록 회자되는 게 보석이지만, 그것이 유명인의 사랑의 결과물이라면 매혹적인 아우라까지 더해지는 법이다. 꿈과 희망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담긴 그들의 보석은 가격이나 등급으로 평가할 수 없는 극적인 삶의 결과물이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숙녀에게는 큰 다이아몬드가 필요해요”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보석을 언급할 때면 8번째 남편 리처드 버턴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 남자의 보석 공세가 가장 풍성한 이야기를 낳았음은 물론, 그가 선물했다고 알려진 보석은 늘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는 여러 가지 구실을 만들어 테일러에게 다이아몬드 선물하는 것을 즐겼다. 느닷없이 “화요일이라 사랑해”라며 건넨 보석은 테일러가 거의 매일 착용했다는 33.19캐럿의 ‘크룹(Krupp) 다이아몬드’ 반지다. 이 반지는 2011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국내 이랜드 그룹이 약 101억원에 낙찰 받았다.
버턴은 “숙녀에겐 큰 다이아몬드가 필요해요”라고 말하며 무려 69.42캐럿 물방울 다이아몬드 반지도 선물했다. 이 보석에는 ‘테일러-버턴’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후에 목걸이로 다시 세팅됐다. 버턴은 이외에도 한때 영국, 스페인 왕실과 나폴레옹 가문이 소유했던 천연 진주 ‘라 페레그리나’(La Peregrina)도 안겨주었다. ‘처녀왕’(the Virgin Queen)이란 별명을 가졌다는 이유로 순결을 상징하는 진주란 진주는 다 소유했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유일하게 손에 넣지 못한 보석이다. 영국 튜더 가문의 이복자매 간 반목과 스페인 왕실과의 갈등이 담긴 역사적인 보석이기도 하다. 물론 테일러도 갖지 못해 안달 난 보석이 있었으니 바로 영국 윈저공 부인의 ‘웨일스의 왕자’라는 다이아몬드 브로치다. 테일러는 윈저공 부인이 세상을 떠나자마자 경매에 나온 그 브로치를 낙찰 받아내는 투지를 보였다.
|
윈저 공작 부부. 사진 시그마북스 제공.
|
윈저 공작 부부의 위대한 사랑과 위대한 보석 컬렉션
보석에 있어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쌍벽을 이루는 이는 월리스 심프슨이다. 영국의 왕세자 에드워드 8세(윈저 공작)를 만나 사랑에 빠져 윈저 공작 부인이 되는 인물이다. 왕세자를 만났을 때 그는 귀족 신분도 아닌데다 한 번의 이혼 경력까지 있는 유부녀였다. 결국 사랑을 지키기 위해 에드워드 8세는 왕위를 버리는 초강수를 둔다. 왕가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부부에게 보석은 인생을 기념하는 상징이자 동반자였다. 윈저 공작은 부인을 휘황찬란한 보석으로 꾸며주고 이를 통해 자부심을 느꼈다. 그의 세련된 감각은 영국 왕실에서도 패션 감각이 뛰어나기로 손꼽히는 어머니 메리 왕비의 영향이 컸다. 윈저 공작 부인의 보석에는 특히 사랑의 메시지가 새겨진 것이 많다. 보석에 각인을 하는 관습은 원래 영국 왕실의 전통이지만, 이 부부의 보석에 새겨진 각인은 더욱 특별하고 가치가 컸다. 앞서 테일러가 탐했던 ‘웨일스의 왕자’ 브로치는 결혼 전 심프슨 부인을 왕비로 맞겠다는 결의를 담아 선물한 보석이다.
|
그레이스 켈리의 ‘에메랄드 컷 다이아몬드’ 반지. 사진 시그마북스 제공.
|
그레이스 켈리,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화보 촬영을 위해 모나코를 방문한 그레이스 켈리에게 첫눈에 반한 왕 ‘레니에 3세’. 그는 카르티에의 10.47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로 청혼했고, 화답하듯 켈리는 영화 <상류사회>에 이 반지를 끼고 출연했다. 그레이스 켈리는 모나코 왕국의 왕비가 됐고, 귀족적인 외모와 뛰어난 패션 감각은 그를 더욱 화제의 인물로 만들었다. 레니에 3세는 켈리에게 줄 수많은 보석을 카르티에에 특별 주문했다. 사람들의 관심은 앞서 언급한 ‘에메랄드 컷 다이아몬드’ 반지에 가장 많이 쏠렸다. 켈리를 닮은 듯 우아하면서 시원스러운 직사각형의 다이아몬드는 서늘하고 세련된 그의 이미지와 제대로 부합했다. 사실 레이니 3세가 애초 켈리에게 청혼했던 반지는 작은 다이아몬드와 루비가 촘촘히 박힌 디자인이었다. 이미 청혼을 한 상태에서 미국 엘에이(LA)를 방문한 그는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손 위에서 빛나는 거대한 다이아몬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부랴부랴 다시 주문을 넣은 것이 그 유명한 10.47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다.
|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사진 시그마북스 제공.
|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두 번의 결혼과 보석
미국의 35번째 퍼스트레이디이자 세계적인 패션 아이콘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그녀가 만들어낸 ‘재키 룩’은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재클린의 보석은 대부분 첫 남편 존 에프 케네디와 두 번째 남편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재클린은 케네디의 백악관 입성 선물인 ‘베리 브로치’를 매우 자랑스러워해 퍼스트레이디로서 첫 해외 순방에 착용했다. 케네디가 결혼 10주년 선물로 주문한 에메랄드 반지는 더 애틋했다. 에메랄드는 아일랜드의 에메랄드섬을(케네디는 아일랜드계였다), 10개의 보석은 결혼 햇수인 10년을 상징한다. 후에 두 개의 에메랄드를 빼서 딸과 아들의 반지로 만들어 줬다. 한편, 케네디 사망 이후 재클린은 40.42캐럿의 ‘레소토 스리’(Lesotho III) 다이아몬드 반지를 건넨 선박왕 오나시스와 재혼했다. 이 보석은 601캐럿의 ‘레소토’라는 원석에서 나온 18개의 다이아몬드 중 하나다.
|
훗날 며느리 케이트 미들턴의 약혼반지가 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12캐럿 사파이어 반지. 사진 시그마북스 제공.
|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보석, 사랑과 상처의 상징
영국 왕실의 왕세자비답게 다이애나는 생전 수많은 보석을 소유했고, 본인의 이미지를 꾸미는 도구로도 자주 활용했다. 가장 널리 회자된 보석은 약혼반지였다. 12캐럿 사파이어 반지로, 30년 후 며느리 케이트 미들턴의 약혼반지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원래 이 반지는 차남 해리가 물려받은 유품이었지만 먼저 결혼하는 사람이 청혼할 때 쓰기로 돼 있었다. 또 다이애나비는 다양한 모양의 진주 목걸이와 귀고리를 즐겨 걸쳤다. 그중 7줄의 진주와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사파이어 초커’는 가장 주목을 받았다. 1994년 찰스 황태자가 커밀라 파커 볼스와의 외도를 인정한 직후 파티에 나타난 다이애나는 평소와 다르게 과감하게 어깨를 드러난 검정색 드레스를 입고 이 목걸이를 착용했다. 당당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다음날 언론의 1면을 장식했고, 대중은 동정의 시선이 아닌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목걸이는 ‘상처받지 않고 당당히 나의 길을 가련다’는 심리를 대변했다.
윤성원(한양대 공학대학원 보석학과 겸임교수)
gem : 보석. 광물 중에서 희소성이 있으며, 아름다운 빛깔과 광택을 지녀 장식품으로 가공되는 광물. 젬스톤(gemstone)라고도 함. 산호, 진주 등은 생물이긴 하나 편의상 보석에 포함시킴. 최근 고가의 보석보다 가성비 높은 보석이 인기가 높음.
보석의 신비한 비밀들
■ 5대 보석 탐구
다이아몬드: 탄소로만 구성된 가장 단단한 광물이다. 평균 수명이 32억년 정도이며 채굴되는 원석 중 대부분은 공업용이고, 20%가 보석용이다. 열전도율이 높지만 전기는 통하지 않는다. 기름과 친화력이 높아 주기적으로 세척하는 게 좋다.
루비: 커런덤(Corundum)이라는 종류에 속하고 사파이어와는 형제 보석이다. 빨간색이면 루비, 나머지 색은 모두 사파이어다. 경도가 높아 매일 착용하는 보석으로 적합하다.
사파이어: 형제 보석인 루비와 달리 다양한 색상을 자랑하며, 파란색 이외의 것은 팬시 컬러 사파이어라 부른다. 경도가 높아 간편하게 착용하는 데 좋다.
에메랄드: 크롬, 바나듐, 철이 발색원소 역할을 담당하는데, 녹색을 띨 때만 에메랄드라 부른다. 역사적으로 녹색을 신성시하는 서양문화 때문에 널리 사랑받았으며, 대부분 어느 정도의 내포물이 있다. 열과 충격에 약하므로 세척은 주의해야 한다.
진주: 조개 속에 기생충이나 이물질이 들어가면 진정시키기 위해 진주층 성분을 분비하는데 이를 반복적으로 감싼 결과물이다. 현재 천연 진주는 거의 고갈된 상태이지만 인공 핵을 주입하는 양식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색상과 모양의 진주가 있다. 유기질 보석이므로 열, 땀, 화장품, 기름 성분을 피해야 한다.
■ 탄생석
서양에서는 예부터 특정 달을 상징하는 보석을 지니고 있으면 행운과 건강이 따른다고 믿었다. 탄생석은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데, 문화와 유행, 그리고 해당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지에 좌우된다. 감성적인 자연 소재라는 이미지로 많은 브랜드에서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보석교역협회(American Gem Trade Association)에서 제시하는 공식 탄생석과 그 의미는 다음과 같다.(괄호 안은 대체 보석)
①1월 가넷: 영원, 충성
②2월 자수정: 용기, 마음의 평화
③3월 아콰마린: 행복, 우정
④4월 다이아몬드: 건강, 영원불멸
⑤5월 에메랄드: 충성, 충실
⑥6월 진주(문스톤): 아름다움, 평화
⑦7월 루비: 진실, 열정
⑧8월 페리도트(스피넬): 성공, 행운
⑨9월 사파이어: 자애, 덕망
⑩10월 오팔(투르말린): 희망, 순수
⑪11월 토파즈(시트린): 지혜, 용기
⑫12월 터키석(지르콘/탄자나이트): 성공, 행운
윤성원(한양대 공학대학원 보석학과 겸임교수)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