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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24 11:04 수정 : 2017.08.24 14:55

비무슬림 국가서도 수요 늘어
돼지 금기, 독특한 도축방식 등은
‘문화적 배경’으로 이해해야

할랄 푸드가 새로운 글로벌 음식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아랍어로 ‘할랄’의 사전적 의미는 ‘허락된 것’이다. 그러니 할랄 푸드란 이슬람교에서 ‘허락된 음식’을 뜻하며, 무슬림 음식문화와 관련된 전반적인 규정을 의미한다. 여기까지는 할랄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내용일 것이다. 이제는 할랄푸드에 대한 표피적인 이해를 뛰어넘어 음식에 내재된 그들의 종교와 문화적 가치의 이면을 한층 더 깊게 살펴보아야 할 때이다.

올해 초 한국을 방문한 중동·인도네이사·말레이시아 지역 무슬림 언론인들이 서울의 한 식당에서 할랄 한식을 먹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할랄 푸드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우리와 같이 이슬람 지역과 동떨어진 국가에서도 할랄 음식 시장 진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그와 함께 우리 식품의 할랄 인증에 대한 열기도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한류의 영향으로 방한 무슬림 수가 증가하고, 사드 배치와 중국의 보이콧 문제 등으로 경제 다변화를 실천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유통기한 짧아 더 신선

이슬람교에서 음식 섭취는 순전히 종교적인 행위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처럼 이슬람교에서는 좋은 먹거리로 몸을 건강하게 보존하는 것이 알라를 올바르게 섬기는 길로 보고 있다. 즉, 무슬림에게 음식 섭취는 생존 이상을 의미하며, 알라를 숭배할 수 있도록 좋은 에너지를 보급하는 종교적인 행위인 것이다. 이는 “좋은 것을 먹고 올바로 행동하라”는 코란 구절 23장 51절로 축약된다.

여기에서 ‘좋은 것들’이란 ‘깨끗한 음식’을 뜻한다. 정화된 음식 섭취를 통해 무슬림은 알라의 자비와 힘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슬림에게 먹는 것이 종교행위인 만큼 허용된 할랄 푸드와 금지된 하람 푸드를 규명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육류의 경우 정화를 위해서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슬람식 도축 방식은 반드시 정신이 건전한 무슬림 남성이 행하게 되어 있다. 남성을 도축자로 한정한 이유는 예로부터 어느 문화권을 막론하고 육류는 사냥의 결과로 얻어진, 곧 남성의 일로 인식되었던 것과 관련된다.

이슬람식 도축 방법에 따라 무슬림 도축자는 동물의 머리를 이슬람교의 성지인 메카 방향으로 돌려 눕히며 날카로운 칼로 살아있는 동물의 목을 따 모든 피를 제거한다. 이때 도축자는 “비스밀라”(신의 이름으로) 혹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는 문구를 읊으면서 알라에게 감사를 표한다. 유럽에서는 살아 있는 상태에서 도축을 행하는 이슬람식 도축법의 잔인성을 규탄하며 할랄 육류에 대한 보이콧을 촉구하는 동물보호단체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유통기한이 짧은 할랄 육류의 신선도 때문에 유럽 내 비무슬림의 할랄 육류 소비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 그 밖에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대부분의 식재료들은 할랄 푸드로 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최근 들어 할랄 푸드는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할랄산업 엑스포’에 전시된 다양한 할랄 인증 식품들. 이정국 기자
‘잡식’ 돼지는 인간과 경쟁 관계

코란 5장 3절에서는 무슬림의 하람 푸드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슬람의 대표적인 하람 푸드로는 돼지고기와 알코올, 도축 전 죽은 동물, 그리고 그로부터 얻어진 부산물 등이 있다. 이슬람에서 돼지를 금기시하는 배경에는 관습적, 경제적, 종교적 이유가 자리하고 있다. 돼지가 이슬람교의 대표적인 금기식품이 된 것은 7세기 이슬람교 출현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부터 페니키아, 이집트, 바빌로니아 문화권에서는 돼지 혐오 문화가 만연했다고 한다.

잡식동물인 돼지는 식량과 물을 두고 인간과 경쟁하는 관계였기 때문이다. 소, 양, 염소 등 반추동물(되새김동물)은, 섬유소가 많아 아무리 끓여도 인간이 먹기에 적당치 않은 풀이나 건초, 관목과 잎사귀 등을 먹고 살았다. 게다가 이 동물들은 인간의 식량자원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쟁기를 끌어 농업의 생산성을 높였다. 배설물은 비료나 연료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돼지는 인간이 먹는 음식을 모두 섭취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돼지를 살찌우기 위해 무슬림이 축복의 과실로 여기는 대추야자를 먹였다고 전해진다. 또한 돼지는 털이 적어 주기적으로 피부에 수분을 보충해 줘야 했다. 물이 부족한 사막기후에서, 특히 물을 찾아 유랑하는 유목민의 입장에서 돼지는 키우기에 부적합한 동물이었다.

이슬람에서 돼지를 금기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유대교의 영향도 크다. 유대교에서는 동물의 발굽이 갈라지거나 되새김질하는 동물만 섭취한다. 그러나 돼지는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애매한 동물이었다. 애매한 것은 불확실성을 낳았고 불안감을 유발했다. 따라서 유대인들은 돼지를 혐오동물로 간주했다. 유대인들의 음식문화는 이후 이슬람을 태동시킨 주변 아랍인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그 밖에 위생적인 관점에서 돼지는 부패했거나 더러운 것을 먹기 때문에 불결하게 취급되었으며, 도덕적인 관점에서 돼지는 짝을 정하지 않고 난교를 즐겼기 때문에 타락한 동물로 간주되었다. 따라서 불결한 돼지의 섭취는 이슬람교의 기본적인 음식 철학인 건강하고 깨끗한 것을 섭취하여 올바르게 종교를 이행해야 하는 행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알코올(술)의 경우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켜 판단을 흐리게 만들기 때문에 금지되었다. 심지어 극보수주의 무슬림의 경우 음식의 발효 과정에서 생긴 알코올도 하람으로 간주해 먹지 않는다. 최근 일본의 기코만간장에 알코올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수입이 금지되기도 했다.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할랄산업 엑스포’에 전시된 다양한 할랄 인증 식품들. 이정국 기자
화교 많은 말레이시아에서 인증 시작

1400년 전에 시작된 할랄과 하람에 관한 무슬림의 식문화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는 할랄 푸드가 글로벌 식문화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첫째 2000년대 후반부터 부상한 이슬람 경제 부흥으로 인한 무슬림 중산층 확산과 소비력 증가, 그리고 그들의 이슬람교 가치에 기반한 소비주의 강화, 둘째 로하스(LOHAS: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와 웰빙 문화 트렌드 속에서 건강식으로 알려진 할랄 푸드에 대한 비무슬림 소비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제는 이슬람의 음식문화가 인증을 통해 세계적으로 규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과거 음식에 대한 이슬람 종교와 관습적인 규정이 이제는 정책적이고 법적인 차원에서 규제되고 있다. 무슬림이 섭취하는 음식에 대한 인증 정책의 신호탄을 쏜 것은 말레이시아이다. 인구의 60% 이상이 무슬림인 말레이시아의 경우, 술과 돼지고기가 기본 음식문화인 중국인 화교와 이웃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섭취하는 음식이 할랄이라는 확신이 매우 중요해졌다. 또한 글로벌화로 식품이 국경을 넘어 소비되는 상황에서 자국으로 유입되는 식품의 이슬람법 부합 여부가 중요한 사안이 되었다.

왜냐하면 할랄 식품을 생산하는 다국적 회사와 이를 수출하는 국가가 대부분 비무슬림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에는 식품산업의 발달로 유전자 변형 식품,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보존제를 첨가한 식품, 맛을 좋게 하기 위해 각종 첨가제를 섞은 식품들이 난무하고 있다. 따라서 2010년대 초반부터 말레이시아는 정부 차원에서 식품의 안전과 위생을 기반으로 할랄 푸드에 대한 규정을 만들고 이를 강제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싱가포르 등이 말레이시아의 뒤를 따라 할랄 인증 산업에 동참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시작된 할랄 인증 트렌드는 그동안 할랄 인증 규정에 관대했던 중동국가로 파급되는 실정이다.

엄익란 단국대 걸프협력회의(GCC)국가연구소 전임연구원

할랄(Halal) 푸드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의 ‘할랄’과 음식을 뜻하는 ‘푸드’의 합성어. 이슬람 율법에 의해 허용된 식품과 음료, 식재료 등을 뜻함. 최근에는 대량 생산·유통되는 식품에 비해 신선하고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져 웰빙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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