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31 10:35
수정 : 2017.08.3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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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군 백일도. 드론으로 촬영한 것이다. 이재언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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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섬 남북한 합쳐 4394개
남한 유인도 473개, 무인도 2876개
군도·열도·제도 비슷해도 달라
재미있는 섬 이름도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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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군 백일도. 드론으로 촬영한 것이다. 이재언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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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로 드러난 땅. 유사 이래 섬은 사람에게 정복의 대상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수많은 예술가가 섬을 화두로 삼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작품을 읊조리고 그림 그리고 꿈꿨다. 요즈음 섬은 특별한 여행지, 일상 탈출과 휴식의 대상이다. 도시를 떠나 도망치고 싶은 곳, 조용히 쉬고 싶은 곳으로 인식되는 게 대세다. 배가 들고 나는 항구에서부터 두근두근 섬 여행은 시작된다. 일렁이는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 또다른 땅에 발을 내딛는 것. 거기 무엇이 있을까. ESC가 우리나라 섬들의 특별한 그 무엇을 찾아 나섰다. 무인도 이야기에서부터, 볼 것 없던 섬에서 예술 섬으로 바뀌어가는 섬, 걷고 싶은 섬, 특별히 맛있는 음식이 기다리는 섬까지 두루 모았다. 먼저, 섬에 대한 궁금증부터 풀고 가자. 섬에 대해 보통 사람이 평소 품고 있었음직한 궁금증 8가지를 추렸다.
섬엔 왜 뱀이 많을까
“거기 여름엔 가지 마세요. 뱀 천지니까.” 지난해 여름 남해안의 어느 섬을 여행하려다 지인에게 들은 말이다. 섬에 왜 뱀이 많을까. 천적이 줄면서 뱀 개체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독수리·매 등 맹금류와 오소리·족제비 등이 뱀의 천적인데 모두 희귀종이 돼버린 탓이다. 모든 섬에 뱀이 많은 건 아니다. 울릉도엔 뱀이 없다. 서남해안의 섬들은 육지에서 갈라져 나간 것이지만, 울릉도 독도는 화산섬이다. 울릉도는 1만년 전까지 분화했다고 한다. 뱀을 일부러 가져가지 않는 이상 뱀이 나올 수 없는 섬이다. 제주도도 화산섬이지만 이곳엔 각종 뱀이 유입돼 서식한다. 큰 섬들 중엔 멧돼지나 고라니가 크게 늘어나 농작물 피해를 보는 곳도 많다.
재밌는 섬 이름
섬 이름 중엔 꽃섬·나비섬·쑥섬 등 예쁜 한글 이름도 많지만 대개는 한자 이름이다. 한자 발음 때문에 생소하게 들리는 섬 이름도 많다. 격렬비열도. 매우 격렬하거나 비열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이 섬은 충남 태안군 앞바다의 무인도 무리다. ‘기러기가 열을 지어 날아가는 모습’이라는 뜻의 격렬비도 3개가 모여 있다. 북격렬비도·동격렬비도·서격렬비도가 둥글게 열을 지어 있어 격렬비열도다. 전남 고흥군의 섬 시산도는 지명으로는 드물게 ‘시’(詩) 자가 들어 있다. ‘시(詩)의 산(山)’이라니, 정말 시적인 섬 이름이다. 하지만 유래는 좀 싱겁다. 마을 지형이 활 모양이어서 ‘활 시(矢)’ 자를 쓰다가 1995년 바꿨다. 섬 경치가 아름다운 고장이므로 문인이 많이 배출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개명했다고 한다. 전남 완도군 소안도는 1300여 가구가 1년 내내 태극기를 게양하는 ‘태극기 섬’이자 89명의 항일독립투사를 배출한 항일의 섬이다. 소안도 옆 섬 이름이 당사도인데 주민들은 자지도로 더 많이 부른다. 자지도(者只島)는 한때 항문도라 불렀다. 육지로 드는 관문 섬이어서 항문도(港門島)라 했는데, 부르기 불편해 주민들에게 익숙한 자지도로 다시 바꿨다. 결국 더욱 불편해져서 1982년 당사도(제 올리는 사당이 있는 섬)로 또 바꿨다.
섬과 대륙
섬은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크고 작은 땅을 말한다. 물론 거대한 대륙도 바다에 둘러싸여 있기는 하지만 섬으로 부르지는 않는다. 지리학적으로 그린란드(북미의 덴마크령)보다 규모가 작으면 통상 섬으로 규정된다고 한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오세아니아 대륙이다.
군도, 제도, 열도
셋 다 무리지어 한 지역에 모여 있는 섬무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근해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무리를 군도라 부르고, 육지와 멀리 떨어진 대양에 무리지어 있는 섬들을 제도라고 한다. 열도는 길게 줄지어 늘어선 섬무리다. 군산 앞바다의 고군산군도, 보령 앞바다의 격렬비열도, 하와이제도, 알류샨열도 등.
우리나라 섬은 몇개?
유인도는 행정안전부가, 무인도는 해양수산부가 맡는다. 두 기관에 따르면 남한의 유인도는 제주도를 포함해 473개(2016년 9월 기준), 무인도는 2876개(2012년 기준)다. 합하면 3349개다. 여기에 북한의 섬 1045개를 더하면 대한민국의 섬은 4394개가 된다. 강이나 호수의 섬은 제외한, 바다에 있는 섬 개수다. 참고로, 일본은 6852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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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연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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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비진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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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크기 순위
주요 섬 10개는 다음과 같다. 1. 제주도(1810㎢) 2. 경남 거제도(375㎢) 3. 전남 진도(354㎢) 4. 인천 강화도(300㎢) 5. 경남 남해도(298㎢) 6. 충남 안면도(105.4㎢) 7. 전남 완도(85.3㎢) 8. 경북 울릉도(72.9㎢) 9. 전남 돌산도(68.9㎢) 10. 전남 거금도(62.1㎢)
연륙교·연도교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연륙교, 섬과 섬을 잇는 다리는 연도교다. 섬이 다리로 연결되면 섬일까, 육지일까.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다리로 연결된 연륙도는 10년 뒤엔 도서개발촉진법상 섬에서 제외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관행상 도서지역으로 관리된다고 한다. 배 타고 한 섬에 들어가 두세 개의 섬을 걷거나 차량으로 둘러볼 수 있는 곳도 많아졌다. 대표적인 곳이 면 단위의 큰 섬 4개를 다리로 이은, 전남 신안의 자은도·암태도·팔금도·안좌도다. 이런 연도교 사업은 곧 육지와 연륙교로 이어질 도로 건설사업의 일환이다.
북한에는 어떤 섬이
북한의 섬 대부분은 서해안 쪽에 몰려 있다. 곳곳에서 간척사업이 진행돼 섬과 해안지형이 바뀐 곳이 많다고 한다. 북한에서 가장 큰 섬은 압록강 하구 서쪽 중국 접경의 삼각주 섬인 신도(비단섬)다. 경도상 한반도의 가장 서쪽 끝이다. 본디 신도와 마안도·초개도 등 여러 섬을 1965년 간척사업 때 하나로 만들었다고 한다. 울릉도와 비슷하거나 좀 더 큰 규모다. 마안도 쪽에는 코끼리 바위가 있는데 북한의 천연기념물이라고 한다. 섬들이 모여 다도해를 이룬 곳이 평안북도 남쪽 연안이다. 철산군·선천군·정주시 앞바다다. 선천 연안에 있는 신미도가 북한에서 두번째로 큰 섬이다. 신미도 역시 간척사업으로 육지와 제방으로 연결됐다. 선천 연안엔 또 신미도와 이어진 홍건도와 나비섬·갈리도·자리도가 있고, 철산에는 조선시대 말목장이 있던 가도와 탄도·소화도·대화도·우리도·삼차도 등이 있다. 탄도와 웅도 사이엔 한반도 모습을 닮은 작은 섬도 있다. 정주시 연안에는 내장도·외장도·대영도·쑥섬·봉매도·대강도·소강도·운무도 등이 자리하고 있다.
Island
섬. 바다나 호수, 강 등의 물에 둘러싸여 있는 땅. 바다의 경우 만조 때 해수면 위로 드러나는 땅을 말한다. 사람이 정착해 경제활동을 지속하느냐 여부로 유인도·무인도를 구분한다. 경작지만 있거나 등대지기만 근무하는 섬은 무인도로 분류한다.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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