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0.19 09:47
수정 : 2017.10.1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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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안경 협찬 다비치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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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교 1학년의 71.6%가 안경 착용
최근 트렌드세터들에겐 패션 소품
트와이스·방탄소년단·지드래곤 안경 날개 단 듯 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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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안경 협찬 다비치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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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8할을 함께해온 안경에게.
지긋지긋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안경아! 놀랍게도 나는 너를 버리기 싫어졌다. 설령 시력교정술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너를 완전히 버리진 않을 생각이야. 이번에 취재를 하는 동안 네가 단지 불편하고 스타일을 망치는 존재가 아니라, 얼마나 멋지고 소중한 물건인지를 깨닫게 됐거든.
내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손을 뻗어 찾는 것은 너였고, 목욕탕에 들어설 때조차 벗지 못하는 것도 너였지. 도수가 마이너스 8.5디옵터인 나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짐작건대, 네가 없었다면 내가 커피나 제대로 끓일 수 있었을까? 책을 읽고 글을 쓸 수나 있었을까? 여행은 또 어떻게 다니고?
너는 생활필수품을 넘어선 몸 일부에 가까웠다. 그건 나뿐 아니라 시력이 나빠질 대로 나빠진 다른 한국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지. 알다시피 학업량과 스마트기기 사용량이 늘어나고 인공조명에 노출되는 시간이 과도해지면서 안경을 쓰지 않은 사람보다 쓴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는 시대잖니. 2014년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 고등학교 1학년생의 71.6%가 안경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니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
유감스럽게도 한때 너는 ‘동네슈퍼 패션’이나 ‘너드’(Nerd. 따분한 공붓벌레나 괴짜)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흘러간 과거일 뿐이다. 바야흐로 너는 진화했다. 진화라니, 어떻게? 트렌드세터(유행선도자)들의 패션 소품으로, 극 중 배역을 빛내주는 촬영 소품으로, 심지어 음악을 듣거나 휴대폰을 제어하는 스마트안경으로까지 변신하고 발전했잖니. 네가 예뻐지고 편안해진 것은 물론, A4 용지 반절보다도 가벼워진 모습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구나.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배우 배수지가 쓰고 나온 안경들이 ‘완판’(완전 판매)됐다는 사실은 알고 있니? 걸그룹 ‘트와이스’의 쯔위가 공항 갈 때 썼던 동그란 솔텍스(soltex. 뿔테와 금속테의 결합) 안경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는 사실은? 보이그룹 ‘방탄소년단’과 지드래곤의 다채로운 안경 패션이 매일같이 화제가 된다는 건? 영화 <킹스맨2>에서 감초로 활약한 엘턴 존의 ‘블링블링’한 안경이 영화보다 더한 인기를 누린다는 건?
금시초문이라고? 그래, 뭐 네 분신의 근황을 일일이 알 수야 없겠지. 그래도 요즘 너희 세계의 대세가 ‘하우스브랜드’라는 사실만큼은 기억해주면 좋겠구나. 옷도 가방도 만드는 명품 브랜드 ‘샤넬’이나 ‘프라다’와 달리 오직 안경만을 만드는 안경 전문 브랜드를 하우스브랜드라고 하는데, 위에 언급된 안경 대부분이 하우스브랜드다.
이제는 너무도 유명해진 ‘젠틀몬스터’나 ‘프로젝트 프로덕트’, ‘카린’, ‘비비엠’, ‘나인어코드’ 같은 국내 브랜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안경’으로 불리는 ‘린드버그’, 나사를 찾아볼 수 없는 방식으로 유명한 ‘마이키타’와 ‘실루엣’, 디자이너들이 사랑한 디자인 ‘테오 아이웨어’ 등 수입 브랜드까지 그 종류만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지.
최근에는 스스로 깎고 다듬어 세상에서 하나뿐인 안경을 만드는 수제 안경 공방까지 인기라고 하니, 안경아, 지금이야말로 천덕꾸러기로 취급받던 과거의 설움을 떨쳐버릴 때다. 너의 새로운 매력과 면면을 죄다 털어 보여주는 거다. 시력이 나쁜 독자든 그렇지 않은 독자든 유혹해보는 거다. ESC와 함께!
강나연 객원기자 nalotos@gmail.com
Optician & Glasses
안경사·안경원과 안경. 안경은 인류의 오래된 시력보조 도구이자 패션 아이템. 이것을 다루는 이가 안경사, 이것을 거래하는 곳이 안경점이다. 안경은 13세기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은 스마트 디바이스로도 활용된다. 대량 생산하지 않는 하우스브랜드에서 나온 다양한 안경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자신의 안경을 직접 만드는 수제 안경 공방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미지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신에게 잘 어울리면서도 편안한 안경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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