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소니코리아 항공기 촬영 행사 가보니
전문가 "셔터 속도 너무 빠를 필요 없어"
F22·블랙이글스 곡예 비행에 탄성
사진은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취미 가운데 하나다. 디에스엘아르(DSLR) 보급 덕이다. 주말이 되면 서울 서촌, 북촌 등 고즈넉한 풍경이 눈길을 끄는 곳엔 사진 동호회 회원들이 몰린다. 사진 인구가 늘면서 찍는 대상도 단순한 풍경에서 다양화되는 추세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항공기 사진이다. 하늘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의 모습은 정지된 사진으로 봐도 역동성이 느껴진다. ‘정중동’의 매력인 셈이다. 항공기는 허락된 자만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촬영 기회가 흔치 않다. 더욱이 전투기 같은 군사용 비행기를 촬영하는 건 일반인들에겐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전투기 촬영이 허락된 자리가 있다. 바로 에어쇼다. 올해는 2년에 한번 열리는 ‘2017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가 열리는 해다. 마침 행사에 맞춰 소니코리아에서 개최한 항공기 사진 촬영 이벤트에 기자로서는 유일하게 참가해 촬영 노하우를 배워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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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비행을 하고 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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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아침, 경기 성남 서울공항으로 가는 도로는 꽉 막혀 있었다. 정식 행사가 열리기 하루 전이었지만, 방위산업 및 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전 공개를 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교통체증을 뚫고 도착한 서울공항은 이미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국제공항에 준하는 검색을 거친 뒤 행사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본격 촬영 전 막사에 들어가 간단한 교육을 받았다. 25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20여명의 참석자들 앞에 커다란 렌즈가 부착된 카메라가 한 대씩 지급됐다. ‘소니 알파 나인(9)’이라는 ‘미러리스 카메라’였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기존 광학 뷰파인더를 통해 사진을 찍는 일안반사식(SLR) 카메라에서 미러와 뷰파인더를 전자식으로 바꾼 형태의 카메라다. 일안반사식보다 크기가 작고 휴대가 용이해 일반인들 사이에선 대세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이 미러리스 카메라가 아직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외면을 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크기는 작아졌지만 자동으로 초점을 잡아주는 ‘오토포커싱’(AF)이 느리고, 필름의 역할을 하는 영상 센서(CCD, CMOS)가 작아 심도 있는 사진을 찍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소니가 최근 내놓은 알파 나인이 이러한 미러리스의 단점을 극복했다는 것을 알리는 행사이기도 했다. 우선 촬상소자가 필름 크기와 같은 35㎜ ‘풀 프레임’이고, 1초에 60번 초점을 잡는 오토포커싱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연속 촬영도 초당 20장에 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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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이글스의 곡예 비행.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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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지급된 뒤 국내에 몇 안 되는 항공기 사진 작가인 이장수 작가의 강의가 시작됐다. 이 작가는 프랑스 공군 달력에 사용되는 사진을 찍을 정도로 국외에서도 인정받은 항공기 사진 작가다. 30분 넘게 강의가 이어졌지만 핵심은 “현장의 분위기를 담을 수 있도록 역동적으로 찍어라”는 것이었다.
이 작가는 “셔터속도를 너무 빠르게 하지 말 것”과 “굳이 수평을 맞추려고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초보자들이 항공기를 찍을 때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가 셔터속도를 지나치게 빠르게 설정하는 것이다. 이러면 비행기가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수평을 맞추려는 강박도 항공기 사진을 재미없게 한다. 비행기의 역동성과 속도감을 담기 위해선 수평을 비틀어서 담는 게 오히려 좋다. 한 가지 과제도 주어졌다. 에어쇼 도중 비행기 두 대가 반대쪽에서 다가와 교차하는 장면을 찍어보라는 것이었다. “엄청난 속도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작가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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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2(랩터)가 하늘을 질주하고 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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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들고 행사장으로 나갔다. ‘피츠 모델 12’라는 프로펠러 비행기의 곡예비행이 끝날 무렵이었다. 프로펠러 비행기 특성상 빠르지 않았지만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잡기는 쉬운 게 아니었다. 더군다나 지급된 100~400㎜ 렌즈는 망원렌즈의 특성상 조금이라도 피사체가 화각 밖으로 벗어나면 다시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카메라 뒷면의 엘시디(LCD)창으로 촬영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렌즈 안으로 비행기가 들어오니 카메라는 바로 초점을 맞춰주었다. 반셔터를 누르고 비행기를 따라가자 마치 실시간 추적을 하듯 초점을 따라 나갔다. 대단한 속도였다.
감을 잡은 뒤 미국의 차세대 주력기인 F-22의 시범비행 촬영이 이어졌다. 최고 속도 마하 2.5(시속 3060㎞)에 달하는 F-22는 별명인 ‘랩터’(고도의 사냥 능력을 보유한 백악기 공룡)처럼 공중을 휘저었다. 여기저기서 ‘이야’ 하는 탄성이 터졌다. 오토포커싱 시그널이 계속 깜빡거리며 마하를 넘나드는 비행기에 초점을 맞춰 나갔다. 찍히는지 안 찍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연속적으로 사진이 찍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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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쇼의 백미였던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곡예 비행.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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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에 열중인 알파나인 출사 이벤트 참가자들. 소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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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한국의 전투기인 TA-50과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에어쇼가 이어졌다. 형형색색의 연기를 내뿜으며 갖가지 묘기를 선보인 블랙이글스은 이날 행사의 백미였다. 잘 훈련된 군인들의 열병식을 보는 듯했다.
아무리 가벼운 미러리스 카메라(588g, 보통 디에스엘아르는 900g~1.5㎏)라고 해도 렌즈가 무겁다 보니(약 1.4㎏), 촬영이 4시간을 넘어가자 팔이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기념촬영을 마치고 카메라를 반납하니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번 행사에는 아마추어나 프로 사진작가들이 많이 참석했다. 그 가운데 현직 파일럿도 두 명이나 있었다. 한 명은 현역 공군 대위였다. 박아무개 대위는 이 행사가 끝난 뒤 기자를 만나 “밖에서는 멋지게 보이지만, 비행기 안에는 엄청난 중력을 견디는 동료들이 있다. 고초가 느껴져서 더 사진을 신중하게 찍었다”고 말했다.
공항 근처 식당에서 이어진 뒤풀이에서 참석자들은 “미러리스 카메라가 이렇게 좋아졌는지 몰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 프리랜서 스포츠사진가는 “기계가 너무 좋아져서 내가 굳이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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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의 비행기가 서로 지나친 순간을 포착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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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끝난 뒤 회사로 돌아와 에스디(SD) 카드를 열어보니 무려 1200여장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 그렇게 많은 사진 가운데 과제였던, 두 대의 비행기가 한 프레임 안에서 겹치는 사진은 없었다. 하지만 찰나의 차이로 겨우, 두 대의 비행기가 지나간 사진은 한 장 건질 수 있었다. 두 대의 비행기가 서로의 꼬리를 마주 보고 있는 꼴이었다. 역시 좋은 목수는 연장을 따지지 않는 법이었다.
성남/글·사진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SC]항공기 사진 이것만 알면 나도 전문가
초보자가 항공기 사진을 찍는 건 쉽지 않지만 몇 가지 팁만 기억하면 평균 이상의 작품을 찍을 수 있다. 항공기 사진 전문 이장수 사진작가가 초보자들을 위한 항공기 사진 촬영 노하우를 전수해주었다.
셔터속도 너무 빠를 필요 없어요
비행기는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라서 셔터속도가 빨라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너무 빠른 셔터속도는 비행기가 멈춰 있는 것같이 보이게 해 역동성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난다. 헬리콥터의 경우 500분의 1초 이하, 프로펠러가 달린 비행기의 경우 200분의 1초 이하로 셔터속도를 설정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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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2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이장수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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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순간을 기다리세요
결정적인 순간은 순식간에 찾아온다.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면 반셔터를 이용해 항공기에 초점을 맞춘 채, 항공기를 항상 눈으로 추적하며 따라가야 한다. 결정적 순간에 손가락은 거들 뿐이다.
밝은 구름을 배경으로
구름을 배경으로 항공기를 찍으면 항공기가 구름을 뚫고 나가는 느낌이 살아난다. 하지만 이때 어두운 구름을 배경으로 하면 항공기가 눈에 잘 띄지 않게 된다. 밝은 구름을 배경으로 비행기가 지나갈 때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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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이글스의 편대 비행. 이장수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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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닝샷을 이용하자
대부분 항공기는 측면을 촬영하는 상황이 많다. 조금은 평범해 보이는 각도인데 이럴 경우 물체와 같은 속도로 카메라를 움직여 촬영하는 ‘패닝 샷’(Panning Shot)을 이용하면 좋다. 특히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활용하면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스마트폰의 경우 지상의 비행기를 활용하자
별도의 카메라가 없어도 스마트폰으로 멋있는 항공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줌 기능이 제한적인 스마트폰 카메라로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를 찍긴 어렵다. 이럴 경우 지상에 세워져 있는 비행기에 카메라 프레임을 맞춘 뒤 그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찍어보자. 프레임 안에 두 대의 비행기가 들어오는데 멈춰 있는 비행기도 마치 이륙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정국 기자, 도움말 이장수 작가
글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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