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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26 09:42 수정 : 2017.10.26 14:54

‘신룽푸 마라탕’. 백문영 제공

‘신룽푸 마라탕’. 백문영 제공

잡지 회사는 보통 한강 아래 신사동, 논현동 일대, 강남구에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강북인 장충동에 있다는 소리를 듣고 귀를 의심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엔 손 닿을 곳에 백화점이 있고, 발 닿는 곳에 화려한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는 강남이 아쉽지 않다. 동대문종합시장부터 계절마다 패션위크, 각종 전시회 등 문화 행사가 열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고급 음식이 즐비한 제이더블유(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호텔까지. 문화의 다양성과 자유로움이 넘치는 이곳이야말로 강북을 아우르는 키워드다. 모든 이의 취향을 두루 만족하게 할 각종 요소가 완벽히 갖춰져 있다는 뜻이다.

동료와 머리를 맞대고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것도 하루이틀이다. ‘눈치 보지 말고 각자 먹고 싶은 것 먹자’고 합의하고 찾는 곳은 역시 푸드 코트다. 반조리 식품을 적당히 데워 내놓는 곳이라는 편견은 버리는 것이 좋다. 동대문 두타몰 지하 2층에 있는 푸드 코트에는 무려 13개의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다. 한 층 더 내려가면 장칼국수, 막국수, 밀면, 안동국시 등 전국 팔도의 국수 맛집을 모두 모아둔 ‘면면’ 매장도 있다. 제아무리 입맛 까다로운 이를 데려간다 해도 ‘이 스타일 중 한 군데는 마음에 들겠지’라고 의기양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침부터 상사한테 한 소리 들은 날엔 역시 맵고 짜고 자극적인 국물이 떠오른다. 그럴 땐 푸드 코트 한쪽을 장악하고 있는 ‘신룽푸 마라탕’(사진)으로 향한다. 명동과 홍대 먹자골목 등에 있는 마라탕 전문점인데 두타몰에 2호점을 차렸다. 각종 채소와 어묵, 양고기, 두부, 소시지 등이 가득 있다. ‘청경채, 숙주 많이, 어묵이랑 두부, 소시지, 고기도 넣자!’고 외치고 커다란 스테인리스 볼에 원하는 재료를 양껏 넣어 먹는다. 1분 1초가 아까운 점심시간, 계산하고 기다리는 시간도 낭비할 수 없다. 맞은편 ‘충칭 탄탄면’에서 애피타이저로 ‘마라 오이’를 주문해도 좋다. 1분도 안 돼서 굵직한 고춧가루, 동글동글한 산초 열매로 버무린 오이 무침이 나온다. 국수를 먹고 싶다면 면면으로 내려가 ‘대우식당’ 장칼국수를 주문하면 된다. ‘분명 마라 오이라고 했는데 고소한 참기름 맛만 남네?’ 생각하며 마라탕 국물을 같이 한입 흘려 넣을 수 있다. 등줄기에서 땀이 분수처럼 솟는다. 장칼국수의 부들부들한 면을 숟가락에 얹어 후루룩 먹는다. 뜨겁고 얼큰한데 화끈하기까지 하니 이곳이 속초인지 중국인지 동대문인지 알 수가 없다.

매일매일 쳇바퀴 돌듯 출근하는 나날이다. 점심만큼은 온전한 나의 시간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고를 권리 정도는 나에게도 있다. 한 시간 남짓, 그러나 한없이 자유로운 이 시간을 제대로 즐기는 것이야말로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 아닌가? 그것도 한자리에서 여러 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백문영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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