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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22 20:23 수정 : 2017.11.22 20:31

[ESC] SO COOL, SNS

바라보는 방향을 약간 옮기는 것도 힘들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솔직히 말하면 늘 그렇다. 나는 항상 같은 곳을 같은 자세로 바라본다. 한 걸음을 떼기가 어렵다. 어쩌면 이것은 일반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늘 자신이 옳다고 믿는다. 그들은 스스로 편협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마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일 것이다. 애덤 세너토리는 항공기 조종사였다. 그는 섬세한 감각을 지녔고, 고요한 풍경을 사랑했기 때문에 하늘에서 바라보는 온갖 세계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해 낼 수 있었다. 그는 그것을 찍었다. 구름 속에서 더 깊이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찍었고, 지상의 풍경들이 서서히 구체적인 형상을 드러내는 모습을 찍었다. 그 과정 속에 어떤 소리가 개입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없는 소리였고, 그는 그 없는 소리가 지닌 신비한 매력을 사랑했다. 그는 항공기 조종사를 그만두었다. 대신 경비행기와 헬리콥터를 빌려 타고 하늘로 날아갔다.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으로 바라본 지상의 풍경은 우리가 흔히 보아오던 것과 다르다. 평지에서 바라볼 때 그저 혼잡하고 혼란스럽게 느껴졌던 풍경들이 위에서 내려다볼 때 형태와 규칙을 지닌 일종의 ‘패턴’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 놀라운 차이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나는 약간 희열을 느꼈다. 애덤은 여백, 고요함, 하얀 선, 빛의 이면을 다루는 동양의 화가 같다. 보고 있으면, 나도 옆으로 한 걸음, 시선을 옮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최소한,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는 일이 소중하다는 사실은 분명히 깨닫는다.

이우성(시인, ‘미남 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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