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30 10:15
수정 : 2017.11.3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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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크뢰이어, ‘하얀 옷을 입은 해변의 여인’. 김선현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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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 때 슬픈 것을 찾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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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크뢰이어, ‘하얀 옷을 입은 해변의 여인’. 김선현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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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슬픔을 통해 자기 안의 슬픔을 극복하는 인간의 행위는 자연스러운 생존의 방식이다. 한번 슬픈 일을 겪었던 사람이 계속해서 슬픈 감정을 느낀다면,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모두는 살면서 소중한 누구를 영원히 떠나보내는 과정을 몇번이나 겪는다. 하지만 대부분 극복하고 살아간다.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더 슬픈 것을 찾는 것을 정신건강의학에서는 ‘환기’(ventilation)라고 부른다. 슬픔의 감정을 웃기는 것이나 재밌는 것으로 잠시 덮을 수는 있으나, 그것은 마음 한구석에 슬픔의 감정을 계속해서 쌓아두는 결과를 불러온다.
인간은 슬픔을 느끼면 눈물을 흘린다. 우리가 울 때 인체는 자동적으로 세로토닌이나 엔도르핀 같은 호르몬을 만들어낸다. 고통을 잊게 하기 위해서다. 억지로 눈물을 참는 게 고통을 잊게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상가에선 곡하는 이를 돈을 주고 불러오기도 했다. 구슬프게 울어주는 역할, 이것이 고통을 잊게 만드는 행위였다.
슬픈 음악, 슬픈 영화를 보고 한바탕 시원하게 울고 난 뒤 개운해지는 것은 찌꺼기처럼 남아 있는 슬픈 감정이 배설(카타르시스)되면서 정서적 환기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마치 창문을 활짝 열어 답답한 실내 공기를 환기하는 것과 같다.
2014년 일본의 도쿄 대학과 도쿄 예술대학 등 공동 연구팀이 음악인과 일반인 44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사람들은 오히려 슬픈 음악(단조)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사람들은 불행한 일을 당했을 때 슬픔을 느끼는데, 슬픈 음악과 같은 외부의 슬픈 것은 ‘나의 일’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준다는 것이다. 아주 슬픈 노래나 영화를 접했을 때 “그래, 저렇게 슬픈 경우도 있는데”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 우울감을 완화하는 목적으로 미술품이 치료에 이용되기도 한다. 차의과학대학교 미술치료·상담심리학과 김선현 교수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늪’이나 마리 크뢰이어의 ‘하얀 옷을 입은 해변의 여인’처럼 우울하고 슬픈 느낌의 그림이 슬픈 감정을 극복하고 차분한 마음의 상태를 갖게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도움말 황준원 강원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김선현 차의과학대 교수(미술치료·상담심리학과)
Tears
눈물. 눈물샘에서 만들어지는 체액. 98%의 물과 염분과 단백질, 지방질 등으로 구성된다. 안구를 보호하고 시력을 유지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슬픔이나 기쁨, 억울함 같은 정서가 극에 달했을 때 흘리는 눈물은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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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 ‘늪’. 김선현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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