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30 10:20
수정 : 2017.11.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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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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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 때 기쁠 때 흘리는 눈물
과거 눈물은 억압의 대상
흘려야 비로소 불행 탈출 행복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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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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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
독자 여러분! 한달 후면 이런 캐럴이 울려 퍼진다고 생각하니 저는 벌써 억울하고 속이 부글거립니다.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바람직하게 작용하기로는 저만한 존재도 없을 텐데, 저를 참아야만 마땅한, 부끄러운 것으로 묘사하다니요. 무슨 오해가 있어도 단단히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강한 빛을 받거나 매운 냄새를 맡았을 때 당신도 모르게 찔끔 솟는 저를 느끼시나요? 하품이나 기침, 구토를 할 때는요? 슬프거나 기쁘거나 화가 날 때는 또 어떤가요? 맞습니다, 당신이라고 제가 나지 않을 리 없습니다. 제 이름은 ‘눈물’이고, 98%의 물과 2%의 염분, 단백질 등으로 구성된 무색투명한 액체입니다.
당신이 저를 감지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저는 끊임없이 나옵니다. 2~3초에 한 번 눈을 깜빡일 때마다 1.2마이크로리터(㎕)씩 분비되는데, 안구 표면을 씻어내는 동시에 살균까지 해줍니다. 눈동자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도 제 역할입니다. 이때 저는 콧속으로 흘러 빠져나가므로 겉으로는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신체적인 기능이야 그렇다고 쳐도, 정서적인 기능은 뜬금없다고요? 우울함이든 슬픔이든 부정적인 정서에 북받친 저라면 불청객일 수밖에 없다고요? 그런 저를 경험하는 일은 가급적 거부하고 싶다고요? 글쎄요, 삶의 기쁨과 재미를 추구하는
에서 괜한 이유로 저를 불러내진 않았을 겁니다.
알다시피 한국 사회는 저를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울지 마, 뚝 그쳐!”라는 말을 숱하게 들으며 자랐고, 자라고 난 뒤에도 누가 울면 위로해주는 사람조차 “울지 마”라며 달랩니다. 동창회나 회식 자리에서라면 두말할 것도 없지요. 타인의 눈물을 목격할 조짐이 보이면 “에이, 분위기 왜 이래”라며 ‘원샷’을 제안하거나 댄스곡을 틀기 일쑤입니다.
왜 그럴까요? 저를 나약함의 상징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남들보다 강해져야 하는데, 제가 많으면 감정조차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약해빠진 사람으로 취급받습니다. 더구나 체면을 중시하는 과거 유교문화의 특성상 저는 부끄러운 것으로까지 낙인찍히고 말았습니다. 마음껏 저를 흘려보지 못했으니 타인의 눈물에도 공감하지 못합니다. 타인의 눈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기가 불편해집니다.
이제는 말해야겠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저를 흘려야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야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카테콜아민’이라는 호르몬이 나옵니다. 저는 바로 이 스트레스 호르몬을 배출시킵니다. 격해진 감정 때문에 흐른 저한테는 이게 많이 들어 있습니다. 뇌파와 심장박동은 제가 터지기 직전까지 불안정한 상태로 치닫다가 제가 흐르기 시작하면서야 비로소 안정을 되찾는다니, 신기한 일이지 않습니까?
지난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습니다. 우울한 수험생들이 즐거운 수험생들만큼이나 많습니다. 차가운 바다에서 자식을 잃어야 했던 슬픔은 결코 사그라지지 않습니다. 탄핵이 되고 난 뒤에는 환희에 찬 눈물도 있었습니다. 잠시나마 저의 의미를 되짚어보며 2017년을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가 심리학과 예술, 과학에서부터 동물과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강나연 객원기자 nalotos@gmail.com
Tears
눈물. 눈물샘에서 만들어지는 체액. 98%의 물과 염분과 단백질, 지방질 등으로 구성된다. 안구를 보호하고 시력을 유지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슬픔이나 기쁨, 억울함 같은 정서가 극에 달했을 때 흘리는 눈물은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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