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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06 19:29 수정 : 2017.12.07 10:38

이로사 객원기자가 브이아르 체험을 하고 있다. 브이아르 게임은 색다른 놀이로 20~30대들에게 인기가 많다. 사진 임경빈

커버스토리

이로사 객원기자가 브이아르 체험을 하고 있다. 브이아르 게임은 색다른 놀이로 20~30대들에게 인기가 많다. 사진 임경빈
“우와 진짜 같아!” “으악! 안 돼! 오지 마!”

브이아르(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세계 바깥에서 브이아르 세계 안쪽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우습다. 그들은 허공에 손을 내젓고, 멍청하게 두리번거리고, 홀로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막상 그 세계 안으로 들어가면 자신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워 보이는지 따위는 잊게 된다.

최근 가상현실 체험용 에이치엠디(HMD. Head mounted Display) 기기들이 대량생산되면서 브이아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집에서도 브이아르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고가의 브이아르 기기를 개인이 소장하는 비율은 아직 높지 않다. 올해 들어선 브이아르 게임을 플레이해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이 많아지고 있다. ‘브이아르방’, ‘브이아르카페’ 등으로 불리는 곳이다. 평소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 브이아르를 접해본 경험이 없는 이들도 손쉽게 놀이처럼 브이아르 게임을 즐길 수 있어 20~3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신기한 감각 체험에 더해 실제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운동도 되고, 브이아르 타격 게임이나 대결 게임은 평소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에도 좋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브이아르방 ‘더메이즈 브이아르’에 다녀왔다. 가상현실을 헤매는 동안 시간은 거짓말처럼 빠르게 흘렀다. 추운 겨울, 친구, 가족, 연인과 방문해볼 만한 이색 놀이 공간으로 손색없었다.

원래 ‘방 탈출 게임방’이었던 이곳은 지난 4월 브이아르방으로 바뀌었다. 입구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초록, 분홍, 파란색 벽으로 이뤄진 12개의 방이 펼쳐진다. 이날은 평일 낮 시간이라 이용객이 많지 않았지만, 주말 저녁 시간엔 사람이 북적북적하다는 후문. 한 방에 1명씩 들어가는 개인플레이가 기본이고, 여럿이서 함께 하는 멀티플레이도 가능하다. 이용요금은 30분에 9000원, 1시간에 1만6000원으로 크게 비싼 편은 아니다.

VR 체험카페 대학가 등 여기저기 생겨나
가격도 저렴해 20~30대에게 인기
스키·우주여행·방탈출 게임 등 체험 종류 다양해
시각적 체험뿐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용 운동도 돼

이로사 객원기자가 브이아르 체험을 하고 있다. 브이아르 게임은 색다른 놀이로 20~30대들에게 인기가 많다. 사진 임경빈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방 한가운데 헤드셋과 양손에 쥐는 컨트롤러가 놓여 있고, 한쪽에 게임을 고를 수 있는 피시(PC)가 설치돼 있다. 게임을 시작하면 방 안의 스크린에서는 물론 각 방 바깥에 설치된 스크린에서도 이용자가 현재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 영상을 볼 수 있다. 여러 명이 같이 와 서로의 플레이를 보며 웃고 훈수를 두며 놀이하는 것이 흔한 풍경이다.

처음 직원이 가이드용으로 추천한 게임은 스키 게임. 두툼한 고글 같은 모양의 헤드셋을 머리에 착용하니 돌연 눈앞에 광활한 설원이 펼쳐진다.

“고개를 돌리면 옆에 폴대가 보이시죠? 거기에 대고 컨트롤러의 검지 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폴대를 잡으실 수 있어요.”

손을 뻗어 버튼을 누르니 폴대가 내 손안으로 들어온다. 이제 전진. 스키를 타는 것처럼 두 팔을 움직이자 화면이 흐르며 속도가 나기 시작한다. 아직 움직임이 서툴러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자 직원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좌우로 돌리면 방향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좀더 세게 팔을 휘두르면 더 빨리 갈 수 있어요.” 직원의 조언대로 팔을 세게 움직이니 과연 엄청난 속도감이 느껴진다. 귀에 착용한 이어폰을 통해 들리는, 설원을 활강하는 스키의 마찰음과 바람 소리가 현실감을 더한다. 그렇게 한동안 설원을 누볐다. 그러나 아직 컨트롤이 미숙한 상태에서 광대한 공간 사이를 점프하고 질주하며 엉망진창으로 공중을 부유했더니 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동에 따른 멀미 해소의 문제는 브이아르 게임이 가장 크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고 한다.

스키 게임으로 어느 정도 가상현실 환경에 익숙해졌으니, 이제 다른 게임을 해보기로 했다. 이곳 방에 설치돼 있는 게임 종류는 50여가지다. 심해 체험, 우주 공간 체험, 롤러코스터 체험 등 체험형 게임, 탁구·스키·복싱 등 스포츠 게임, 1인칭 슈팅게임(FPS)을 비롯한 액션 게임, 방 탈출 게임과 같은 퍼즐 어드벤처 게임, 일식집을 영업하는 시뮬레이션 게임 등으로 꽤 다양하다. 영문 게임 타이틀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옆에 띄워진 메모장에는 한글로 간단한 게임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서울 마포구 브이아르방 '더메이즈 브이아르' 실내. 사진 임경빈
그다음으로 추천받은 게임은 ‘리치스 플랭크 익스피리언스’라는 이름의, 이른바 ‘고소공포 게임’으로 유명한 케이크 줍기 게임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고층 빌딩 꼭대기로 올라가, 공중에 놓인 외나무다리를 걸어 케이크를 주워 돌아오는 것이 전부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것이, 아찔한 높이가 꽤 실감 났다.

브이아르방에서 많은 이들이 즐기는 게임은 대부분 이처럼 단순한 체험형 게임이다. 360도의 입체적이고 신비로운 시각적 체험에, 거리감과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버추얼 사운드가 펼쳐지는 데 비해 실상 게임 조작은 단순한 종류가 많은 것이 특징. 본격 브이아르게임 플레이어들보다는 브이아르에 익숙지 않은 이들이 친구끼리, 가족끼리 ‘첫 방문’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직원 김해찬(25)씨는 “대체로 처음 하는 분들이 많고, 브이아르 게임을 해보고 싶어서 혼자 오는 분들도 많다”며 “처음엔 혼자든 여럿이든 체험을 하러 오고, 그다음엔 본격적으로 게임다운 게임을 플레이해보려고 재방문하는 분들의 비율이 꽤 된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과일 베기, 화살 쏘기 게임 등을 했는데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실제처럼 몸을 움직여야 하는 복싱 게임이었다. 다른 방에서 허공에 ‘섀도 복싱’을 하는 이들의 모습이 꽤 우스꽝스러워 보였던 참이었다. 실제로 링에 올라 보니 몸과의 싱크로율이 꽤 높게 느껴졌다. 현실에서든 가상현실에서든 복싱을 해본 적이 없는데도 가격을 피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드가 올라갔다. 스텝을 밟으며 상대의 잽을 피하거나 허점을 노리고, 나도 모르게 주먹을 날리는 팔에 엄청난 힘이 들어갔다. 몇 라운드 지나지 않아 땀이 흘렀고, 타격감도 상당해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커 운동 삼아 하기에도 좋을 법했다.

한창 주먹을 날리다가, 헤드셋을 벗고 현실로 돌아오니 조금 겸연쩍어졌다. 어지럼증에 숨을 헉헉대던 것도 잊고, 아직 해보지 않은 게임들을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브이아르방에 자주 온다는 이호연(28)씨는 “친구들과 함께 서로 플레이하는 것을 보면서 소리 지르고 놀다 보면 한바탕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했다. 그는 브이아르방의 조금 다른 재미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좀비 게임이나 방 탈출 게임도 재미있지만, 가끔은 혼자 와서 심해 체험 게임 같은 걸 플레이해놓고 가만히 깊은 바닷속의 고래나 해파리들을 바라보고 있는 기분도 괜찮아요.”


■ 이색 지하 놀이터 암흑식당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다른 감각을 최대한 살려 특별한 식사를 해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다.

서울 광진구의 체험 레스토랑 ‘블라인드 아트 레스토랑’은 일명 ‘암흑 식당’이다. 이곳에서 식사를 하려면 휴대폰, 라이터, 카메라, 손전등, 야광시계, 형광물질 등 빛을 발하는 물건은 모두 보관함에 넣어두고 입장해야만 한다. ‘새로운 세상’, ‘심해 탐험’, ‘우주여행’, ‘타임머신’ 등의 테마 중 하나를 선택해 체험이 가능한데, 어떤 장르를 선택하든 공통점은 빛 한 줄기 없는 어둠 속에서 식사를 한다는 점이다. 식사를 하는 와중 미션이 주어지기도 하고, 캄캄한 가운데 식사를 체험한 감상을 메모로 적어 보기도 한다.

후각, 촉각, 미각, 청각 등 시각 외의 감각을 최대한 발휘해 보고, 함께 온 이와 어둠 속에서 비일상적인 감각의 교류를 경험해볼 수 있다. 골드 코스, 실버 코스 두 가지 코스요리가 제공되며 가격은 3만~5만원대.

이로사 객원기자

Underground

땅속, 지하를 통칭. ‘지상’이 복잡해지면서 ‘지하’를 활용한 대중교통, 복합상가 및 근린시설 등이 급속히 확대되는 추세다. 영국에서는 지하철을 의미하기도 하며, 반체제 활동 조직이라는 뜻도 있다. 방송에 나와 대중성 짙은 음악을 하는 사람(오버그라운드)과 달리 클럽 등 소규모 공연을 선호하며 소수의 마니아층에게 알려진 뮤지션을 ‘언더그라운드’라고 칭하기도 한다.

이로사 객원기자 leerosa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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