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20 21:04
수정 : 2017.12.2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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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네이버 웹툰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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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커버스토리
1990년대 발명된 웹툰···2000년대 와 개념 정립
포털 중심으로 유통 대중성 확보한 작품들 큰 인기
드라마 된 ’미생’ 등은 웹툰 외연 넓혀
웹툰 플랫폼의 작가 처우 문제 등 논란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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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네이버 웹툰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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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Web)과 만화를 뜻하는 카툰(cartoon)을 합친 장르명 ‘웹툰’(webtoon). 2017년 현재까지 한국 만화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기도 한 이 독특한 만화 형식은 공교롭게도 청소년보호법이 휘두르던 만화 탄압의 칼날과 아이엠에프(IMF) 금융위기와 초고속 인터넷망의 가정 보급이 한데 어우러지던 1990년 후반에 웹브라우저를 지면 삼아 발명됐다.
2000년대 포털 중심 웹용 만화 등장
웹툰은 종래의 출판만화와는 달리 웹 공간의 개인 홈페이지나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직접 자기 독자를 만든 데에서 시작했다. 웹툰이라는 말도 등장하지 않았던 그 시기, <스노우캣>(권윤주)과 <마린블루스>(정철연), <파페포포 메모리즈>(심승현) 같은 작품들이 공감을 끌어내는 소재를 비교적 단순한 그림으로 표현하며 전형을 마련했고, <지치지 않을 물음표>(강풀)는 당시의 트렌드였던 엽기적인 것을 채용해 화제를 모았다.
‘웹툰’이라는 말 자체는 사이버만화, 웹만화 같은 표현이 난립하고 한편으로 출판만화를 스캔하여 웹에서 보여주는 온라인 만화방 서비스나 스포츠신문 연재 만화의 웹 공개가 뒤섞인 혼란기였던 2000년 8월께 ‘웹에 게재할 목적으로 웹의 속성에 맞게 창작된 만화’라는 뜻으로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당시 업체 대부분은 출판만화의 스캔판을 싣던 온라인 만화방에 가까웠다.
2000년대 초반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이용자 수 확보를 위해 무료 전략을 꾀하던 업체들 대부분이 무너져 내렸고, 온라인 만화방을 꾀하던 곳도 마찬가지 운명을 맞이했다. 인터넷 서비스 업계 자체가 대형 포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이 포털들이 기존 온라인 만화방의 형태와는 달리 웹 환경에 맞춰 제작된 만화를 본격 채용하고 나서면서, 포털을 중심으로 한 웹용 만화가 만화의 주류로 재편되기에 이른다.
특히 이 시기 다음(DAUM)의 ‘만화속세상’을 통해 공개된 <순정만화>(강풀)는 스크롤이라는 웹브라우저의 콘텐츠 출력 방식을 활용해 웹브라우저에서 표현 가능한 장편 서사극의 형식을 정립한다. <순정만화>의 등장과 더불어, 웹툰은 첫 등장 당시에 목표로 삼았던 ‘웹에 게재할 목적으로 웹의 속성에 맞춰 창작된 만화’라는 정의에 가장 잘 부합하는 형태의 만화를 만나게 되었다. 웹툰은 이후 이와 같은 형태를 띠는 만화를 아우르는 명칭으로서 정착한다.
웹툰은 이후 2005년 파란(PARAN)에 연재된 <1001>(양영순)과 그 전해 엠파스를 거쳐 미디어다음 ‘만화속세상’에 연재된 <위대한 캣츠비>(강도하) 등을 통해 그래픽적인 완성도와 짜임새까지 갖춘 만화 장르가 됐고, 이어서 네이버가 웹툰 난을 개설하면서 <마음의 소리>(조석),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김규삼) 등의 인스턴트성 작품들을 무기로 삼아 압도적인 대중성까지 획득한다. 네이버 웹툰이 본격화한 2006년을 기점으로 한국 만화는 사실상 웹툰으로 완전히 세대교체됐다. 이 흐름은 2017년 현재까지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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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재된 ‘강철비’가 영화화되기도 했다. 포털 다음 웹툰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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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웹툰 날개 달고 훨훨 나는 중
한국에서 발명된 유일한 만화 형식, ‘원소스 멀티유스’(OSMU)의 첨병이자 문화콘텐츠 원천 소스의 보고, 스낵컬처의 대표주자 그리고 신한류의 주역. 웹툰에 쏟아지는 각양각색의 관심을 잘 반영하는 표현들이다. 실제로 웹툰은 이와 같은 관심 속에서 꾸준히 대중 속으로 파고들었으며 영상을 비롯한 숱한 매체들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특히 <미생>과 같은 작품의 전략적 성취와 성공은 웹툰의 독자층을 한층 더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웹툰의 아이러니는 대중에게 접근시키는 가장 큰 원동력이자 성장을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이 동일하게 ‘돈’이라는 점이었다. 시작 단계부터 굳건했던 ‘무료’라는 전제는 오래도록 웹툰이 극소수 포털 이외의 공간에선 시장으로서 성립할 수 없게 하는 원인이었다.
2009년 ‘애플 아이폰3Gs’의 등장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이용자들에게 직접 콘텐츠 이용비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됐고, 비로소 웹툰에도 포털 바깥에서의 사업 가능성이 점쳐졌다. 2013년을 기점으로 레진코믹스, 올레마켓 만화(현 케이툰), 탑툰 등이 연이어 등장하며 웹툰 전문 플랫폼들이 대폭발하기에 이르고 다음과 네이버도 미리보기 유료화, 완결웹툰 유료화, 광고수익 분배 등을 진행하면서 작가 수익 증진이라는 과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시기를 거치며 웹툰은 비로소 사실상 업체 두 곳에 시장 전체가 매달린 형국에서 벗어나 다양한 수익 구조를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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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웹툰 작가 고료 등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누리집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웹툰 관련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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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료화와 더불어 잘 성장해가는 듯하던 웹툰은 점차 잡음을 내기 시작했다. 2017년에 이르러 잡음은 더 이상 잡음으로만 치부할 수 없을 만큼 큰 파열음이 되었다. 대표적으로는 포털 외 웹툰 전문 플랫폼의 대표주자 격인 레진코믹스가 연재 작가들과 충돌한 사태를 들 수 있다. 그간 문제를 일으킨 업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레진코믹스가 유난히 문제가 되는 건 웹툰의 유료화를 정착시킨 상징성을 거머쥔 업체이자 작가를 대우한다는 점을 중요한 대외 이미지로 내세운 곳이었기 때문이다. 레진코믹스는 2017년 하반기 내내 웹소설 사업의 느닷없는 종료, 원고 제출 지각비, 고료 정산 미비 등의 논란은 물론 급기야 작품 관리 등에 허점이 크다거나 여성 작가들을 차별했다는 논란에까지 휩싸이고 있다. 거듭된 해명에도 자존감과 자존심에 상처 입은 작가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고 급기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레진코믹스를 세무조사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또 다른 문제는 불법복제다. 유료 웹툰이 어느 정도 정착하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이를 도둑질해 무료로 풀고 본인들은 광고를 붙여 부당이득을 취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이름을 거론하는 것조차 홍보가 될 것 같아 차마 못 적는 곳이 많다. 본래 서비스 업체의 전송량을 아득히 추월하는 참사가 불과 몇달 사이에 일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근래 불거진 듯하지만 결국은 시간과 함께 쌓여온 병폐와 징조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결과물이라 봐야 한다는 점에서 가벼이 넘길 수 없다. 웹툰은 어쩌면 지금 매체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는지도 모른다. 이 시점 한국 만화의 대표성을 쥐고 있는 이 매체의 발걸음이 딱 여기까지가 아니길 바랄 따름이다.
만화 칼럼니스트 서찬휘
WEBTOON
웹툰. 디지털로 보는 만화. 아날로그 시대가 저물고 스마트기기가 대중화되면서 문화산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야기와 캐릭터, 과감한 상상력을 갖추고 있어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 게임 등으로 각색된다. 스마트기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간편하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독자와 캐릭터를 직접 교류시키는 ‘인터랙티브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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