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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20 21:21 수정 : 2017.12.21 10:27

윤태호 작가. 사진 김명진 기자

윤태호 작가. 사진 김명진 기자
‘웹툰 거장’이 작가 지망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조언

웹툰 작가는 단지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구축, 대사 구사 능력 등

이 요구될 뿐 아니라 전체적인 판을 짜는 기획력과 연출력까지 갖춰야 한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웹툰은 대중오락물이라기보다 종합예술에 가깝다. <미생>의 작가이자 ‘만화계의 거장’ 윤태호가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정리했다.

첫째, 웹툰 작가 하면 흔히 그림을 잘 그리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원고를 만들어보면 종합적인 사고력이 필요하다. 대사와 내레이션을 써야 하고, 전체적인 얘기도 짜야 하고, 캐릭터들에게 연기도 시켜야 한다. 감독도 해야 하지만, 배우도 돼야 한다. 이 캐릭터를 슬플 때 울게 만들지, 오히려 웃게 만들지, 운다면 어떻게 울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그림 그리는 기술로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직간접적인 경험을 많이 해보기를 권한다. 대학은 안 가도 좋으나, 다른 범주의 문화를 탐구하는 자세와 기본적인 독서가 필요하다. ‘나는 창작자다, 창작을 하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가지시길 바란다.

둘째, 만화적인 그림은 내용이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그려내야 하는 영역이다. 얘기를 얼마나 잘 담아냈는지가 중요하다. 이야기를 잘 쓰는 사람이 결국 이야기가 요구하는 그림을 잘 그리게 되어 있다. 자기가 쓴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없다. 아마추어가 그림 실력 자랑하는 그림이 아니라, 내용과 함께 가는 그림이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림 실력도 좋아진다. 흔히 하는 ‘잡지떼기’(잡지사진을 모사하는 훈련)나 해부학 공부도 좋지만, 무엇보다 그림 연습은 스토리 공부와 함께해야 한다. 꼼꼼하고 정교하게 그리는 것만을 기준으로 삼으면 곤란하다.

셋째, 만화를 좋아하면서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그림과 가까웠을 것이다. 그런데 그림과 가까웠던 시간만큼 글과 친해지는 데도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글을 많이 써봐야 하고, 하다못해 뉴스 한 꼭지를 보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써봐야 한다. 사고를 정리하고 용어화하고 구체화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이야기 쓰기의 기본이다. 만화에서 글에 해당하는 대사는 기교가 아니다. 자연스럽게 그 순간에 마땅히 나와야 하는 말이 대사이기 때문에 일부러 멋스럽게 만들려고 하면 대사가 내용에 달라붙지 않고 붕 떠버린다.

넷째,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자기 자신이건 주변 사람이건 존경하는 사람이건,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고 연구해봐야 한다. 결국 사회는 인간이 모여 만든 것이기 때문에 사회를 먼저 보기보다는 인간을 먼저 봐야 사회가 제대로 보인다. 보통 자기가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자신이 잘 빠지는 함정, 자신의 약점, 그 와중에 조금 있는 장점 같은 것들을 고민하다 보면, 타인과 내가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이 생기고, 에이비시디(ABCD) 식으로 여러 캐릭터를 만들 때도 나만의 색깔이 묻어난다.”

정리 강나연 객원기자

WEBTOON

웹툰. 디지털로 보는 만화. 아날로그 시대가 저물고 스마트기기가 대중화되면서 문화산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야기와 캐릭터, 과감한 상상력을 갖추고 있어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 게임 등으로 각색된다. 스마트기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간편하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독자와 캐릭터를 직접 교류시키는 ‘인터랙티브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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