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일권 웹툰 작가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씨네21> 백종헌 기자
|
도제식 수련 후 등단 사라진 지 오래
네이버 도전만화·다음 웹툰 등 포털 활용
에스엔에스, 각종 공모전 창구 구실 해
한국만화가협회 표준계약서 계약 전 확인 필수
|
하일권 웹툰 작가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씨네21> 백종헌 기자
|
웹툰 작가는 공무원이 아니다. 지망생이라면 봐야 할 수험서나 ‘인강’(인터넷 강의) 같은 게 없다. 출판만화 시절에 번성했던 도제식 교육(기성 만화가와 함께 숙식하며 배우는 방식)은 일찍이 사라졌으며, 일부 대학과 사회교육원에 개설된 만화 관련 전공을 수료하는 것도 작가의 길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작가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전공은 상관없다”고. 웹툰 작가는 많고, 지망생은 더 많건만 이게 웬 막연한 소리냐고? ‘작가 데뷔’에 목마른 지망생이라면 절규할 법하다.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요?”
바로 그런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이른바 ‘웹툰 작가 되기의 모든 것’이다. 웹툰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했으니 ‘데뷔의 정석’까지는 아니더라도 ‘데뷔의 길라잡이’ 정도는 될 것이다. 도움말을 구한 대상은 웹툰비평가이자 실험적인 ‘도트그래픽’ 방식을 개척한 <데미지 오버 타임>의 선우훈 작가, 레진코믹스에 연재 중인 <앙영의 일기장>으로 주목받는 앙영 작가, ‘만화 골라주는 남자’로 유명한 서찬휘 만화칼럼니스트다.
웹툰 작가가 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포털사이트 아마추어 게시판을 활용하는 것이다. 네이버 ‘도전만화’와 다음 ‘웹툰’의 ‘2부 리그’는 누구나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으로, 작품성과 독자의 반응이 고루 좋은 경우에 한해 정식으로 연재할 기회를 준다. 최소한의 독자가 확보된다는 것이 장점이고, ‘기나긴 예선’을 치러야 한다는 것은 단점이다. 선우훈 작가는 “작품 수가 엄청나다 보니 정식 연재로 발탁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포털에서 호응을 얻는 유형이 따로 있어 웹툰이 전형화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털 웹툰은 거의 판타지 아니면 드라마다.
디시인사이드나 루리웹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 또는 에스엔에스(SNS)에 작품을 올리는 방법도 유효하다. 앙영 작가는 페이스북에 웹툰을 올리다가 웹툰 플랫폼인 레진코믹스로 스카우트됐으며, 기혼 여성들로부터 뜨거운 공감을 산 <며느라기>는 웹툰 플랫폼이 아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만 볼 수 있음에도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뽑은 ‘오늘의 우리 만화'로 선정됐다. 다만 흔한 사례는 아니다. 작품이 단번에 눈길을 잡아끌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으면 피드가 빠르게 바뀌는 에스엔에스의 특성상 너무 쉽게 ‘묻히기’ 때문이다.
공모전은 목돈을 쥘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목받으면서 데뷔하기에는 딱 좋다. 각종 공모전의 일정을 미리 점검해 출품작을 준비하면 되는데, 공모전의 조건이 제각각이라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네이버 만화최강자전이나 다음 온라인 만화공모대전,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등에 당선되면 정식 연재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일부 관공서가 주최하는 공모전은 상금 수여로 끝이다. 서찬휘 만화칼럼니스트는 “공모전 실적이 경력이 될 순 있어도 프로 작가임을 증명해주진 않는다”며 “꾸준한 연재로 독자와 만나는 게 우선인 사람은 조건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연재처를 직접 찾아가는 방법도 있는데, 밑져봐야 본전이라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다. 결정 권한이 있는 편집자에게 작품을 보여줄 기회가 생기지 않는가.
여기서 꼭 강조하고 싶은 점은 지금까지 말한 모든 방법이 상호배타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포털게시판이든 에스엔에스든 공모전이든 직접적인 접촉이든, 정식연재를 계약하기 전까지는 같은 콘텐츠를 한꺼번에 노출해도 상관없다. 최종 목표는 크고 작은 플랫폼 편집자의 눈에 띄어 연재할 기회를 얻는 것이므로 최대한 다양한 경로로 작품을 알리면 된다.
선우훈 작가의 경우가 그랬다. 그는 “네이버 도전만화와 디시인사이드, 루리웹에 작품을 올리면서 에스엔에스로는 홍보 글을 올렸다.” 앙영 작가처럼 페이스북에서 웹툰 플랫폼으로 스카우트되기도, 네이버 공모전에서 떨어진 작품이 다음 쪽으로부터 스카우트되기도 한다. 그러니 절대 한가지 경로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지만 웹툰계에서도 지나친 환상은 금물이다. 성공한 작가의 화려한 외양만 보고 뛰어들기엔 현실적으로 감수해야 할 어려움이 많다. 웹툰은 노동집약적이기로 따지자면 가히 최고랄 수밖에 없는 분야다. 보는 사람이야 스크롤을 쓱 내리면 그만이지만,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까지는 그야말로 ‘영혼이 탈탈 털릴’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만화라는 노동의 과정을 잘 받아들이고, 성실히 소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건 선우훈 작가의 말이고, “만화는 육체적인 노동이므로 건강에 신경쓰지 않으면 손목, 목, 허리가 다 망가진다”는 건 앙영 작가의 말이다.
스카우트 제안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감사한 심정으로 덥석 받아도 괜찮을까? 당연히 아니다. 계약 조건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서찬휘 칼럼니스트는 “억대 연봉은 일부 매체가 부풀린 환상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살인적인’ 노동 강도와 주 1회라는 빡빡한 연재 조건에 비해 터무니없는 급여를 주기 일쑤”라며 “특히 젊은 사람들의 경우 아르바이트비보다 많이 준다고 해서 성급히 계약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불공정 계약을 피하고 싶다면? 한국만화가협회의 표준계약서를 공부하자. 그래도 문제가 생긴다면? 한국만화가협회나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찾아 법적인 보호수단을 문의하자. 다음은 서찬휘 칼럼니스트의 말이다.
“표준계약서는 딱히 창작자한테 유리하다기보다 적어도 ‘후려치기’는 당하지 않을 선을 그어놓은 계약서예요. 작가적 자의식을 갖고 창작을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업계 지형도도 공부할 필요가 있어요. 피부에 걸치는 외투 같은 거니까요. 이 날씨에 맨몸으로 나가면 얼어 죽지 않을까요?”
강나연 객원기자 nalotos@gmail.com
WEBTOON
웹툰. 디지털로 보는 만화. 아날로그 시대가 저물고 스마트기기가 대중화되면서 문화산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야기와 캐릭터, 과감한 상상력을 갖추고 있어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 게임 등으로 각색된다. 스마트기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간편하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독자와 캐릭터를 직접 교류시키는 ‘인터랙티브툰’이 나왔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