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20 21:25
수정 : 2017.12.2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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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다음 웹툰’·인스타그램에서 인기가 높은 웹툰들의 한 장면을 골라 재구성했다. 그래픽 홍종길 기자 jongg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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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커버스토리
스낵컬처로 웹툰 최고 문화콘텐츠
올해 한국 웹툰 시장 4년 전 견줘 5배 커져
탄탄한 구성·다채로운 얘기 넘어 쌍방향 소통 웹툰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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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다음 웹툰’·인스타그램에서 인기가 높은 웹툰들의 한 장면을 골라 재구성했다. 그래픽 홍종길 기자 jongg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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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이 부는 요즘 같은 날은 모름지기 ‘집콕’이 최고다. 전기담요 위에 한껏 퍼져 귤이나 까먹자니 나무늘보가 부럽지 않다. 이럴 때는 재미도 재미지만 웹툰만큼 만만한 오락거리도 없다. 이불 밖을 벗어날 필요도, 책갈피를 끼울 필요도 없다. 낄낄대거나 훌쩍대면서 ‘폰질’만 하면 된다.
비단 휴일만의 풍경이 아니다. 출퇴근을 하거나 ‘혼밥’을 할 때도 웹툰은 이상적이다. 대체로 한 회를 보기까지 1분30초 정도면 충분하다. 기껏해야 감자칩 스무 조각도 못 먹을 시간이니 이른바 ‘스낵컬처’(Snack Culture)로 제격이다. 스낵컬처란 자투리 시간에 과자처럼 즐기는 문화 콘텐츠다.
<마주쳤다>라는 웹툰부터 좀 얘기해보자. <스퍼맨>의 하일권 작가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합작한 이 웹툰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 캐릭터가 진짜 인간과 교류하는 일은 게임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내 이름을 입력하자 웹툰 속 캐릭터가 “강나연!”이라며 말을 걸었다. 이번에는 셀카를 찍으라기에 찍었다. 놀랍게도 만화풍으로 바뀐 내 얼굴이 웹툰에 등장했다. (다만 나는 여성인데 남성으로 인식돼 서러웠다.) 스마트폰을 움직이면 360도로 보이는 교실 풍경은 또 얼마나 실감 나던지!
스마트기기가 대중화되면서 웹툰은 놀랄 만큼 빠르게 발전했다. 케이티(KT)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한국 웹툰 시장의 매출은 5천8백억 원을 넘어섰다. 4년 전보다 다섯 배나 커진 규모다. <마주쳤다>의 사례처럼 웹툰이 증강현실과 360도 파노라마, 얼굴인식 기술과도 결합했다는 사실은 신선하기 그지없지만, 이와 별개로 ‘원 소스 멀티유스’의 핵심 콘텐츠가 웹툰이라는 사실은 어쩔 수 없이 익숙하다. 그동안 웹툰은 이야기와 캐릭터가 필요한 콘텐츠라면 어떤 장르로든 변신해왔다. 영화나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고, 게임, 뮤지컬, 캐릭터용품에 이르기까지, 웹툰이 변신을 꾀해온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얼마 전 종영된 한국방송(KBS)의 <고백부부>와 티브이엔(tvN)의 <부암동 복수자들>이 웹툰을 원작으로 삼은 드라마였으며, 10년 넘게 연재 중인 웹툰 <마음의 소리>는 한국방송의 예능드라마와 웹드라마로 만들어져 올해 초까지 방영됐다. 이 웹툰의 주인공 ‘애봉이’와 ‘조석’은 문구류와 종이컵, 피규어 같은 팬시용품뿐 아니라 온라인게임 ‘서든어택’의 캐릭터로까지 출시됐다. 모바일게임 ‘갓 오브 하이스쿨’의 원작도 동명의 웹툰이다.
영화로 넘어오면 할 말은 더 많아진다. 최근에 잇달아 개봉한 세 편의 영화는 장르와 스토리는 제각각이지만 죄다 웹툰이 원작이다. 백윤식·성동일 주연의 범죄스릴러 <반드시 잡는다>는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가 원작이고, 한반도의 핵전쟁 위기를 다룬 영화 <강철비>는 웹툰 <스틸레인>을 각색한 작품이다. 또 하나는 뭐냐고? 바로 웹툰의 인기만큼이나 논란이 뜨거웠던 <신과 함께>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각색한 영화 <신과 함께>가 개봉하기까지 넘어야 했던 산은 ‘과도한 윤색’ 논란이었다. 주요 인물 ‘진기한’이 완전히 사라진데다 주인공 ‘김자홍’의 직업이 소방관으로 바뀌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야기가 산으로 가거나 신파조로 변할까봐 우려된다”는 의견과 “마블코믹스 영화나 해리 포터도 원작과 다르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고, 그 와중에 분노한 일부 팬들이 영화 리뷰 게시판으로 몰려가 항의 글과 별점 테러를 ‘투척’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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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권 작가가 <한겨레>독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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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 ‘충성심’이 높은 웹툰 팬들이야말로 더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다. 그들은 2차 콘텐츠가 만들어지면 제작진이 마냥 가볍게 여기지 못할 정도로 신랄한 의견 개진을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해 티브이엔 드라마 <치즈인더트랩>도 그랬다. 캐스팅과 스토리 흐름 때문에 웹툰 팬들과 끊임없는 갈등을 빚었다. 비록 갈등의 형태로 나타나긴 했지만, 디지털 시대라 가능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웹툰이란 장르는 실로 흥미롭지 않은가! 겉보기로는 그저 글과 그림의 조합일 뿐인데 이토록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채 문화계 최전방에서 활약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어쩌랴. ESC에서 나서는 수밖에. 한국의 웹툰사부터 올해 꼭 봐야 할 웹툰, 하일권 작가 인터뷰, 웹툰 작가 되는 법까지 다 실었다. 웹툰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당신도 괜찮다. 지금 즉시 다음 기사들로 넘어가 보자. ‘인생 웹툰’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
강나연 객원기자 nalotos@gmail.com
WEBTOON
웹툰. 디지털로 보는 만화. 아날로그 시대가 저물고 스마트기기가 대중화되면서 문화산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야기와 캐릭터, 과감한 상상력을 갖추고 있어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 게임 등으로 각색된다. 스마트기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간편하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독자와 캐릭터를 직접 교류시키는 ‘인터랙티브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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