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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28 09:24 수정 : 2017.12.28 10:05

구찌 ‘유로피언 판타지’

[ESC] 커버스토리
패션·뷰티업계 협업 마케팅 어느 때보다 활발
최근엔 아웃도어·스포츠·캐주얼 업계도 동참
신선한 이미지 부각 소비층 확대 꾀해
명품·스파 브랜드 한정판 ‘소장 욕구’ 자극

구찌 ‘유로피언 판타지’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은 협업, 협력, 합작이라는 뜻이다. 마케팅에서 각기 다른 분야에서 지명도가 높은 둘 이상의 브랜드가 손잡고 디자인과 카피를 공유하거나 새 브랜드를 선보여 소비자를 공략하는 기법이다. 주로 패션계에서 유명인, 유명 디자이너나 미술작가 등과 공동 작업을 할 경우 ‘컬래버레이션’이라고 일컬었으나, 최근에는 그 범위가 식품·외식, 생활용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2004년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트와 함께 ‘Karl Lagerfeld for H&M’을 선보인 이래로 매년 소니아 리키엘, 랑방, 베르사체, 마르니, 마르탱 마르지엘라, 이자벨 마랑, 알렉산더 왕, 겐조 등과 협업 컬렉션을 진행해오고 있는 에이치앤엠이 꼽힌다.

2015년 11월5일. 글로벌 스파(SPA, 제조·유통 일괄형 패션) 브랜드인 에이치앤엠(H&M) 매장 앞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명품 브랜드 ‘발망’과 협업해 옷, 신발 등 패션 아이템 69종을 선보인 이날 ‘득템’을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 중에는 일주일 전부터 노숙한 이도 있었다. 비싼 명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데다 한정판이어서 소장용으로도 가치가 높았기 때문이다. 올해 9월엔 유니클로가 ‘JW 앤더슨’과 손잡고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선보였다. 이날도 서울 명동중앙점에는 개점 2시간 전부터 500여명이 대기했고, 2시간 만에 모든 제품이 완판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컬래버레이션의 위력을 보여준 사례다.

패션업계의 컬래버레이션은 2000년대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명품 소비층이 젊어지고, 새로운 것을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결과다. ‘브랜드X브랜드’ ‘브랜드X제품’ ‘브랜드X작가’ ‘브랜드X예술작품’ 등으로 표기되는 사례를 이제 흔하게 볼 수 있다. 젊은층 공략과 저가 이미지 탈피를 꾀하는 명품 및 스파 브랜드에서 특히 활발하다.

명품 브랜드에서는 몇해 전부터 유명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아트콜라보’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지난 10월31일 일본의 작가 히구치 유코와 협업한 ‘2018년 봄/여름 키즈 컬렉션’을 발표한 구찌(구치)가 대표적이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피터 래빗> 등에 등장하는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고양이 캐릭터를 원피스, 티셔츠, 가방 등에 새겨 넣어 화제를 모았다.

폰타나 밀라노-월페이퍼 협업 ‘비스포크 에이백’. 업체 제공
구찌는 이외에도 올해 스페인 출신 아티스트 이그나시 몬레알과 코코 카피탄, 영국 유명 아티스트 언스킬드 워커 등과 협업한 제품을 선보였다. 이번 홀리데이 시즌을 맞이해서도 이그나시 몬레알과 손잡고 핸드백, 주얼리, 슈즈, 티셔츠, 홈데코, 키즈웨어 등으로 구성된 ‘기프트 기빙 컬렉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루이비통(루이뷔통)이 지난 4월 미국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와 손잡고 ‘마스터스’ 시리즈 핸드백을 출시한 것도 ‘아트 콜라보’의 한 예다. 다빈치, 루벤스, 반 고흐 등의 작품을 쿤스의 대표작인 <게이징 볼> 제작 기법에 적용해 스피디, 키폴, 네버풀 등의 가방과 액세서리에 새겨 넣은 것이 특징이다.

샤넬, 마리아 꾸르끼, 니나리찌의 경우 프랑스 대표 여성 화가인 마리 로랑생 작품을 모티브로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였다. 샤넬은 2012년 마리 로랑생이 즐겨 썼던 분홍색과 회색을 활용한 작품을 발표했다. 마리아 꾸르끼는 2015년 마리 로랑생의 신비한 색채에서 영감을 받은 ‘마리 로랑생 리미티드 에디션’ 핸드백을 출시했다. 니나리찌는 2017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마리 로랑생의 작품을 프린트한 코트, 블라우스, 스커트 등을 선보였다.

이밖에 ‘폰타나 밀라노 1915’는 최근 세계적인 디자인 매거진 <월 페이퍼>와 협업해 특별한 색상의 가방 ‘비스포크 에이백’을 출시했다. 국내에서는 루이까또즈가, 패션디자이너 계한희가 디자인에 참여한 가방을 출시하기도 했다.

루이까또즈-계환희 협업 에디션. 업체 제공

펜디는 지난 9월1일 그룹 빅뱅의 멤버 태양과 협업해 제작한 ‘펜디 포 영배’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다. 영배는 태양의 본명으로, 해외 명품 브랜드가 한국 인기 스타와 손잡고 제품을 자체 제작한 첫 사례다.

최근엔 아웃도어·스포츠업계에서의 컬래버레이션이 활발해졌다. 새로운 소비 주도층으로 떠오른,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를 유혹하려는 의도다. 2017년도 하반기부터 독창적이고 개성이 강한 브랜드·디자이너와 협업하는 ‘밀레 랩’ 프로젝트를 실시 중인 밀레가 대표적이다. 최근 디자이너 안태옥의 브랜드 ‘스펙테이터’와 협업한 캡슐 컬렉션 ‘네오 네이비즘 위드 밀레’를 발표했다.

이밖에 노스페이스는 반스와 협업한 ‘탐험가를 위한 캡슐 컬렉션’을, 컬럼비아는 일본의 유명 데님 전문가 ‘닥터 데님 혼자와’(Dr. Denim Honzawa)와 협업한 컬렉션을, 리복클래식 역시 스트리트 브랜드 ‘디스 이즈 네버 댓’과 협업한 벡터 컬렉션을 출시했다. 헤드는 셀렉트 숍 ‘P.B.A.B’와 손잡은 신규 라인을 선보였다. 이번에 선보인 ‘헤드 X P.B.A.B’ 라인은 ‘테니스 보이’라는 콘셉트 아래, 헤드의 테니스 무드에 ‘P.B.A.B’의 빈티지 캐주얼 무드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2006년 톰 딕슨을 시작으로 장폴 구드, 피터 새빌, 캄파나 브라더스 등 아티스트들과 협업해온 라코스테는 올해 세계적인 그래픽 아티스트 ‘엠/엠 파리스’(M/M Paris)와 함께 작업한 ‘2017 홀리데이 컬렉터 에디션’을 선보였다. 엠/엠 파리스는 테니스 기어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라코스테 7개의 알파벳을 악어의 형상을 한 라코스테 로고로 재탄생시켰다. 알파벳 L은 높이 치켜든 악어의 꼬리로, E는 악어가 입을 벌린 모습으로 작가의 위트 넘치는 상상력을 담았다. 최근 남성복 브랜드 코모도는 아티스트 커티스 쿨리그와 협업을 통해 그의 ‘러브’(Love) 작품이 디자인된 한정판 스웨터를 출시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휠라-해브어굿타임 컬래버레이션 컬렉션. 업체 제공

모이나와 아티스트 맘보의 협업 제품. 업체 제공
휠라는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시도로 부흥에 성공한 대표적인 브랜드다. 음료 브랜드인 펩시와 마운틴듀는 물론, 메로나와 함께한 컬래버레이션이 크게 성공해 젊은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 대표 스트리트 브랜드인 ‘해브 어 굿타임’과 진행한 글로벌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은 지난여름 한국과 일본 양국을 모두 뜨겁게 달궜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친숙한 캐릭터를 보유한 협업 파트너 섭외 1순위다. 액세서리 브랜드 로이드·빈폴액세서리·질스튜어트액세서리, 여성복 로엠·지컷·질바이스튜어트, 가구 브랜드 시디즈·일룸, 엘지생활건강, 캐스키드슨, 크록스, 디자인 유나이티드 브랜드는 물론 이마트, 롯데마트 등과도 협업해 디즈니의 캐릭터를 입힌 제품을 활발하게 선보이고 있다.

미샤(비욘드 클로젯·찰스장), 키엘(케이트 모로스), 딥디크(필립 보드로크), 에스카다(이도), 로저드뷔(람보르기니 스콰드라 코르세), 에스.티.듀퐁(영화 <오리엔트 특급살인 사건>), 모이나(아티스트 맘보), 닥터마틴(엔지니어드 가먼츠) 등도 협업 마케팅에 동참하는 등 컬래버레이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X

엑스. 알파벳 24번째 글자. 알 수 없는, 잘 모르는, 미지의 무엇을 뜻한다. 수학에서는 방정식의 해를 구하려는 문자, 미지수로 ‘X’를 사용한다. 미제 사건을 엑스파일(X-file)로 표기할 때도 여기에서 파생한 의미라 하겠다. 로마자 ‘X’는 숫자 ‘10’을 상징하며 거절(NO)의 의미로 ‘X’를 쓰기도 한다. 두 수의 곱셈 기호 ‘X’로, 컬래버레이션(협업)의 의미도 있다. 사회·이념 문제보다 개인의 삶과 멋, 개성을 중시하는 과거 신세대, 즉 1970년대생·90년대 학번을 ‘X세대’로 통칭하기도 한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에스.티.듀퐁과 영화 <오리엔트 특급살인 사건>의 협업 제품. 업체 제공

라코스테 ‘2007 홀리데이 컬렉터 에디션’. 업체 제공

코모도-커티스 쿨릭 협업 ‘러브’ 스웨터.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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