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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03 19:44 수정 : 2018.01.03 20:06

[ESC] 커버스토리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티브이 화면 갈무리

영거(Younger) vs 올더(Older)

■영거

소위 말하는 ‘꼰대질’은 먼저 무언가를 겪어본 사람이 그것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 행하는 일종의 ‘갑질’이라고 생각한다. ‘너는 몰라’가 전제로 깔린 이 유쾌하지 못한 행위는 젊고 늙음을 가리지 않는다. 대학에서는 나보다 한 학번 위 선배가 ‘내가 수능 봤을 때는 말이야’라는 말로 시작하는 훈계를 했다. 내가 성인이 되어 처음 겪는 꼰대질의 시작이었다. 입대를 앞둔 나에게 ‘요즘 군대가 군대냐’라고 아무 생각 없이 뱉는 말들, ‘요즘 신입들은 왜 술을 안 마시냐, 나 때는 냉면 사발로 술을 마셨다’고 무분별하게 쏟아내는 폭언이 지겹다.

누구나 각자의 시절을 산다. 그리고 그 시절 안에 천국도 있고 지옥도 있다. 내가 나의 천국과 지옥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겪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것을 쉽다고, 별거 아니라고 재단할 수는 없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당신도 그 시절 그때는 똑같이 미숙하고 때론 한심하기도 했을 것이다. 꼰대질이 아니라 충고하는 거라고? 충고를 하고 싶으면 말하기 전에 우선 들어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할 때까지 들어라. 그러고 나서 입을 열었으면 좋겠다. ‘나 때는 말이야’가 아니라 ‘그랬었구나’라고.

박상현(23·대학생)

■올더

요즘 나는 말 한마디 하는 것이 두렵다. 여자들에게 무심코 한마디 건네면 졸지에 ‘한남’(한국 남자를 비하할 때 부르는 줄임말)이 되고 어린 친구들에게 조언이라고 한마디 거들면 ‘꼰대’가 된다. 이리저리 치여가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쳐 ‘인생이 이런 것이구나’ 조금은 알겠다고 생각할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아끼는 동생들, 직장 후배들, 조카들에게 ‘내가 살아보니 이렇더라, 너희는 나처럼 힘들지 마라’란 마음으로 충고와 조언을 건네면 ‘왜 내 인생에 이래라저래라야’ 소리를 듣는 꼰대가 돼버린다.

단지 내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무슨 말을 하든 자동완성 기능처럼 꼰대라고 낙인이 찍혀버리는 현실이 서럽다. 진심 어린 조언을 해도 꼰대, 틀린 것을 알려줘도 꼰대, 어디로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해도 꼰대, 젊은 세대에게 뭐라고 나의 의견을 말하는 것 자체가 꼰대가 돼버렸다. 이렇다 보니 꼰대란 주제가 세대 갈등처럼 되어버린 느낌도 받는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그 나이를 그냥 먹는 것이 아니기에, 어린 시절엔 보이지 않고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이 정말 많이 보인다. 그래서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은 것뿐이다. 그러니 우리 세대의 말에도 귀를 좀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오진호(45·회사원)

정리 백문영 moonyoungbaik@gmail.com?

Youthful life

사회적 나이보다 젊게 사는 삶의 방식.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고 애쓰며, 다양한 취미생활로 자신의 인생을 즐긴다. 피티(PT) 같은 근육 운동을 비롯한 건강관리는 필수다. 요즘은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나이를 ‘0.7 곱하기 계산법’으로 산출하기도 한다. 현재 나이에 0.7을 곱하면 현대사회에 어울리는 나이가 된다. 은퇴 이후에도 여전히 의욕적으로 활동하는 ‘액티브 시니어’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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