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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를 끌고 질주하는 시베리안 허스키. 허스키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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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커버스토리
적설량 전국 최대 강원도 평창
개썰매·스노봅슬레이·스노래프팅 등
눈 레포츠 올림픽 맞아 인기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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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를 끌고 질주하는 시베리안 허스키. 허스키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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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스노보드…. 눈 하면 떠오르는 레포츠다. 특히 스키 하면 떠오르는 곳은 강원도다. 최근 10년 동안 평균 적설량이 전국 도 가운데 1위(8.5㎝)인 이유도 있지만 스키를 탈 수 있는 다양한 경사를 제공하는 산들이 지천에 깔려 있다. 더군다나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강릉 일대는 강원 지역에서도 눈이 많이 오는 곳으로 소문난 곳이다. 평창은 최대 110.1㎝ 넘는 눈이 쌓인 적도 있다. 이 때문에 평창은 과거부터 다양한 눈 관련 레포츠가 발달해왔다. 스키와 스노보드가 아닌 평창의 다양한 눈 레포츠를 소개한다.
“뭐 개썰매를 탈 수 있다고?”
한국에서, 그것도 평창에서 개썰매를 탈 수 있단 얘길 하자,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다. 개썰매는 북극 지방 에스키모들이나 타는 거 아닌가. <교육방송>(EBS) 같은 교양 채널 다큐멘터리 속에서나 볼 수 있던 개썰매를 직접 탈 수 있다니, 반신반의하며 업체를 수소문했다.
대장 따르는 개의 본능 이용
몇몇 곳의 연락처를 알아내 전화를 걸었다. “혹시 개썰매 하시나요?”
“아니요. 요즘엔 안 합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유는 눈이 오지 않아서였다. 최근 강원 지역은 건조경보가 내릴 정도로 극심한 겨울 가뭄을 겪고 있다. 개가 아무리 힘이 좋아도 맨땅 위에서 썰매를 끌지 못할 터. 바퀴를 달면 그건 ‘마차’가 아닌 ‘견차’가 되니, 썰매라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화를 돌리다 한 업체로부터 “마침 토요일(13일)에 개장하려고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드디어 한국 땅에서 개썰매를 타볼 수 있는 건가. 부랴부랴 출장 신청서를 내고 토요일 오전 일찍 강원도 평창으로 향했다.
평창 도착 직전 횡성 휴게소에 들러 휴게소 명물인 우유 아이스크림(휴게소 바로 옆에 유명한 유가공 업체 공장이 있다)을 먹고 있는데 스마트폰이 ‘띠링’ 울렸다. 확인해 보니 “제설작업이 마무리가 안 돼 내일 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허탈했지만, 어쩌겠나. 일요일 취재 예정이던 곳을 미리 들러 취재를 마친 뒤, 평창에서 하루를 묵었다.
14일 오후 평창 진부면 오대산 자락에 있는 한 청소년수련원에 도착하자, 개썰매 업체인 허스키랜드 김태영 대표가 심각한 표정으로 마중을 나왔다. “큰일 났어요, 제설 장비가 망가져서 개썰매 운행이 힘들겠어요.”
이런 청천벽력이! 트럭에는 이미 10마리의 시베리아허스키가 실려 있던 상태였다. 우선 개를 꺼내기 시작했다. 온몸에 살이 토실토실 오른 30㎏ 이상의 시베리아허스키 10마리가 일렬로 쭉 늘어섰다. 장관이었다. 북극 지역에서 운송 수단인 개썰매는 대부분 시베리아허스키가 끈다. 한 마리당 400~500㎏의 무게를 끌 수 있는 힘과, 지치지 않는 지구력이 장점이다. 더군다나 추위도 타지 않는다.
우리 안에 있다가 눈밭에 나온 개들은 금세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달리기 준비를 하는 거 같았다. 겨울 개썰매 시즌을 마치면, 살이 쪽 빠지는데, 다시 한해 동안은 놀고 먹으며 살을 찌운다고 한다. 20여마리의 개를 사육 중인데, 사료값만 한달에 100여만원이 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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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마리의 개가 썰매를 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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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다. 말도 아니고, 어떻게 개썰매가 가능할까. 원리는 간단했다. 대장 개를 맨 앞에 놓고 뒤에 다른 개들을 일렬로 세우는 식이다. 무리 생활 본능이 남아 있는 개들은 대장 개가 이끄는 쪽으로 따라간다. 대장 개는 보통 수년 이상의 훈련을 받아야 하고, 뒤에 따라가는 개들은 별다른 훈련을 받지 않는데도 90% 이상이 저절로 썰매를 끈다고 한다. 썰매에 가깝게 선 개일수록 힘도 세야 한다. 상대적으로 젊은 개들이 포진된다. 대장 개는 일종의 핸들 역할이고, 엔진은 뒤에 있는 젊은 개들이다.
이 업체의 경우 대장 개를 암컷(견명 미츠)으로 세우고 있다. “수컷들은 딴짓을 많이 해요. 집중을 못하는 편이죠. 자꾸 뛰다가 딴 데 보고, 갑자기 서서 오줌도 싸고 그래요. 그런데 암컷들은 굉장히 집중력이 좋아요. 철도 수컷들에 비해 빨리 들죠.” 사람이나 동물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 시속은 시속 40㎞까지 나온다고 한다. 만만치 않은 속도다. 무섭진 않을까? 업체 사람이 대신 운전해주기도 하지만,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의 경우 간단히 교육만 받으면 바로 썰매 운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어차피 훈련된 개들이라 폭주는 하지 않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최대 성인 4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다.
제설작업이 끝나는 16일부터 운영을 시작한다고 하니 올해 가족, 연인과 함께 이색 추억을 만들고 싶으면 가 봐도 좋을 듯하다. 이용 요금은 스노제트스키에 썰매를 매달아서 즐기는 스노래프팅과 함께 해서 1인당 2만원. 개썰매 하나만 운영하면 수지가 안 맞는단다. 수련원 안에 이동식 주택인 캐러밴 캠핑장도 있으니, 숙박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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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봅슬레이. 평창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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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봅슬레이·래프팅 등으로 진화
개썰매 같은 이색 놀거리와 더불어 기존 눈썰매로 대표되던 눈 레포츠의 변화도 눈여겨봐야 한다. 예전 눈썰매는 플라스틱 판 위에 한명 또는 두명이 앉아 직선으로 된 코스를 내려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제는 아니다. 평창군 대관령면 차항리 ‘대관령 눈꽃마을’은 변화된 눈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명물은 다이내믹한 코스를 내려오는 스노봅슬레이와, 강 위에서 하는 래프팅을 눈 위에서 할 수 있는 스노래프팅이다.
튜브 형태로 된 스노봅슬레이는 단조로운 눈썰매가 진화한 형태다. 혼자 타고 내려올 수도 있지만, 여러 개를 이어 가족이 함께 탈 수도 있다. 활강 코스도 봅슬레이처럼 에스(S)자로 굽이굽이 휘어져 내려오도록 설계해 스릴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튜브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함박웃음이었다. 직접 타 보니 정말 어릴 때 탔던 단순한 눈썰매와는 차원이 달랐다. 원심력 때문에 기울어진 튜브가 눈 벽을 타고 갈 때는 정말 짜릿했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명희(37)씨는 “속도도 빠르고 아슬아슬한 기분이 들어 어른이 타도 재밌다”고 흥분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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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 래프팅.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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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스노래프팅도 도전해볼 만하다. 속도가 빠른 스노제트스키가 끄는 대로 끌려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산간벽지였던 눈꽃마을은 전통스키 체험으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단단하면서 탄성이 좋은 고로쇠나무를 이용한 전통스키는 인간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눈이 많은 강원 지역에서 예전부터 사냥할 때 자주 사용되던 스키였다. 예전에는 ‘고로쇠 썰매’라고 불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통스키 강좌나 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 고로쇠 썰매 인간문화재인 일흔이 넘은 박제동 할아버지가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운영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요청을 하면 간단한 체험 정도는 해볼 수 있다. 기자도 잠시 체험을 해봤는데, 스키보다 훨씬 짧은 형태 때문에 균형 잡는 것조차 힘들었다. 원래는 긴 막대기 하나를 스키 폴처럼 이용해 탄다고 한다.
차항리는 전통 스키를 타면서 사냥을 하는 ‘황병산 사냥 민속놀이’도 유명하다. 눈이 오면 고립돼서 먹을 게 없던 시절, 마을의 성인 남성들이 공동으로 멧돼지 사냥을 했던 것이 유래다. 2007년 강원도 무형문화재 19호로 지정받을 정도로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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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산 민속놀이 체험행사. 평창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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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눈꽃마을 인근의 ‘평창 황병산 사냥 민속놀이체험관’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사냥 체험 행사를 주기적으로 연다고 하니, 관심 가져볼 만하다.
평창/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문의 허스키랜드(1600 - 0947), 대관령 눈꽃마을(033-333-3301)
2018 평창겨울올림픽
‘1988 서울여름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올림픽경기대회. 2018년 2월9일부터 25일까지 강원도 평창·정선·강릉에서 열린다. 92개 나라(1월17일 현재까지 신청 국가)가 참가한 가운데 15개 종목에서 102개의 경기가 펼쳐진다. ‘평창겨울패럴림픽’은 3월9~1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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