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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01 10:00 수정 : 2018.02.01 17:03

클립아트코리아

[ESC] 커버스토리

일상 속 분쟁 소송하는 법
층간소음 피해 손해배상 청구 가능
가해자 직접 대면은 현명한 방법 아냐
윗집 누수 등은 피해 증거 확보 중요

클립아트코리아
‘으~윽!’ 하루에도 수십번씩 주먹이 불끈 솟아오르지만 꾸~욱 누른다. ‘참을 인(忍) 자가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 하지 않았는가.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참는 것이 화를 부르고, 정신적·육체적·금전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히기도 한다. 특히 많은 입주민들이 밀집해 살아가는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에서는 이웃 간 소소한 분쟁들이 끊이지 않는다.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다 우발적 살인까지 일어나는 불행(?)한 사례들이 이를 보여준다. 차라리 소송을 해버려? 그렇다. 타인의 불법적 행위로 인해 내가 손해를 입었다면 가끔은 소송이 효과적일 때가 있다. 더블유에프(WF)법률사무소의 정성호 변호사를 만나 방법을 들었다.

빗길 교통사고.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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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아파트 14층에 거주하는 ㄱ씨는 층간소음으로 6개월째 고통받고 있다. 윗집에 미취학 아동이 둘이나 있어 밤 9시까지는 가급적 참는 편인데, 새벽 1~2시까지 쿵쿵 발로 뛰는 소리가 난다. 모임도 잦은 편인지 술 마시며 웃고 떠드는 소리도 늦게까지 날 때가 많다. 아이들이 뛰는 걸 제지하지 않는 것 같고, 인터폰으로 주의를 줄 때마다 “죄송하다”는 말뿐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참다못해 얼마 전 직접 올라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항의했더니 “고소하라”며 다짜고짜 언성을 높이며 맞선다. 되레 ㄱ씨를 ‘주거침입죄’, ‘협박죄’로 고소하겠다며 적반하장이다.

일러스트 김영훈 선임기자 kimyh@hani.co.kr
―층간소음은 정말 문제다.

“민법 제217조에는 토지소유자가 매연, 액체, 음향, 진동 등과 유사한 이유로 인해 이웃 토지의 사용이나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않도록 적당한 조치를 할 의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거지역에서 소음 기준은 최대 65데시벨(주간 62, 야간 57)로, 이를 초과하면 침해가 인정된다. 하지만 매일 측정하는 것이 어려워 현실적으로 과실 입증이 쉽지 않다. 또 소음 발생 과정에서 과실이 있느냐, 고의로 했느냐, 인식을 못하고 소음을 냈느냐 등도 논쟁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층간소음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피해 입증이 관건인데 병원 치료를 했거나,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 이상행동을 하는 등의 유무형적인 손해가 발생했음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 때문에 층간소음 문제는 소송보다는 분쟁조정을 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아파트의 경우 경비원이나 관리사무소에 조정을 요청하면 된다.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주택이거나 관리사무소의 조정 요청 단계를 넘어섰을 경우엔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1661-2642),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환경분쟁조정, 국가소음정보시스템(http://noiseinfo.or.kr) 누리집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분쟁 조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직접 따지러 가는 건 도움이 되나? 층간흡연도 문제다.

“ㄱ씨처럼 조정하러 직접 올라가는 것은 삼가야 한다. 문을 열고 동의 없이 따지러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에 해당할 수 있다. 또 언쟁 과정에서 심한 욕을 하면 모욕죄, 폭행을 했다면 폭행죄 피의자가 될 수 있다. 한편, ‘층간흡연’ 문제의 경우도 분쟁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올해 2월10일부터 시행되는 공동주택 관리법에는 아파트 층간 흡연 신고 시 경비원과 관리사무소 등이 관리주체가 되어 입주자에 대해 간접흡연 중단 또는 금연조치 권고 및 사실관계를 확인·조사하는 근거가 명시돼 있다.”

일러스트 김영훈 선임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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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2

ㄴ씨는 지은 지 15년 된 빌라 3층에 산다. 건물이 오래되긴 했지만 큰 불편은 없었다. 지난해 9월부터 윗집의 누수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보수공사를 했는데도 다시 누수가 되어 아랫집인 ㄴ씨 집이 피해를 보고 있다. 벽과 바닥이 젖어 집안이 엉망이 됐을 뿐 아니라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에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문제는 윗집 주인이 재공사를 해주겠다고 하는데도, 윗집 세입자가 재공사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인도 보수공사 당시 소음과 사생활 침해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 이유다. “낮에 집에 사람이 없어 공사가 불가하다”,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니, 그것부터 해결하라” 등을 들어 막무가내로 공사를 방해하고 있다.

―윗집 세입자의 태도는 황당하다.

“세입자가 명백히 집주인의 공사 등을 방해하고 있는 경우라면 윗집 세입자의 위법·불법 행위가 명확하다.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보여 손배소송을 하면 승소 확률이 높다. 윗집이 점유하고 있는 곳의 하자로 인해 누수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윗집의 누수로 인해 피해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사진·영상 등)가 확보돼 있다.

윗집 누수로 인해 손해를 본 경우 불법·과실의 책임은 대개 윗집에 있지만, 이때도 중요한 건 증거의 수집이다. 누수의 원인이 되는 곳이 어디에 있는지, 이로 인한 피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났는지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

―피해액 산정이 중요해 보인다. 손해배상의 기준은 어떻게 정하면 옳을까?

“기존의 판례들을 보면, 피해를 본 부분에 한해서만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 예를 들어 거실 벽의 일부가 젖거나 곰팡이가 피었을 경우, 거실 전체가 아닌 그 일부에 대한 도배 비용만 배상 의무가 있다. 붙박이장에 물이 스며들어 비싼 무스탕과 한복까지 젖었던 판례에서도 배상 책임은 이에 대한 ‘세탁비만 배상하라’였다. 물에 젖어 옷을 폐기해야 할 정도로 손해를 입지 않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일러스트 김영훈 선임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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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3

연일 이어지는 혹한에 아파트 곳곳이 빙판길이다. 지난 금요일 새벽 1시께 ㄷ씨가 아파트 주차장에서 자신이 거주하는 4동 1, 2호 현관 출입구로 이어지는 경사진 인도에 생긴 빙판에서 미끄러져 왼쪽 발목 골절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같은 아파트 2동 3, 4호 라인에 사는 ㄹ씨는 단지 내 인도에서 빙판길에 미끄러져 허리를 다쳤고, 5동 6, 7호 라인에 사는 ㅁ씨는 1층 현관 앞에서 넘어져 오른쪽 손목 골절상을 입었다. 당시 그 아파트에는 미끄럼 주의 표지판이 설치되지도 않았고 제설제도 뿌리지 않았으며, 현관에 미끄럼 방지용 매트 등도 깔지 않은 상태였다.

―누가 책임을 방기한 셈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아파트 시설물에는 관리사무소 등 관리주체가 관리해야 할 법적 책임이 있다. 위 사례들은 관리자의 시설 관리 의무 위반에 따른 사고로 보인다. 관리자에 대한 영업배상책임 보험 계약을 맺은 보험사가 입주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실제 판례들을 보면, 아파트 관리업체가 사고 현장에 미끄럼 주의 표지판을 설치하거나 제설제를 뿌리는 등의 작업을 하지 않아 안전성을 유지하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려워 과실이 인정된다. 그렇다고 해도 관리자의 책임이 100% 있는 것은 아니다. 빙판이 생기기 쉬운 겨울철에는 입주자에게도 스스로 빙판이 있는지 여부를 주의 깊게 살피면서 천천히 걷는 등 안전을 돌볼 주의 의무가 1차적으로 있기 때문이다. 실제 판례를 보면, 관리자의 책임을 30% 남짓으로 제한해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만약 사고가 일어났다면 가장 먼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가서 사고 사실을 알리고, 목격자나 시시티브이(CCTV) 등의 증거물들을 미리 확보해두자.”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소송

법원이 개인과 개인, 국가와 개인 간의 분쟁을 법률적으로 해결·조정하기 위해 대립하는 이해관계인 당사자를 관여시켜 재판으로 심판하는 절차를 말한다. 심판의 대상이 되는 사건의 성질에 따라 민사소송·형사소송·행정소송·선거소송·가사소송·특허심판 등으로 나눈다.

마디모 프로그램 아세요?

빗길 교통사고. 한겨레 자료사진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법률 분쟁 중의 하나는 자동차 사고와 관련한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 과실 유무와 정도(비율) 등을 놓고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소송까지는 아니더라도 ‘법’의 판단이 필요할 때가 있다. 교통사고 피해자가 되면 ‘무조건 뒷목부터 잡아라’, ‘최소 2박3일은 병원에 입원하라’는 조언들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워낙 변수가 많고 후유증이 남기에 적절한 조언일 때도 있지만 간혹 가벼운 접촉사고임에도 피해자가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장기간 입원한다면 가해자는 억울하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마디모 프로그램’이다.

‘마디모’는 2007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억울한 피해나 꾀병 환자 등을 골라낼 목적으로 도입했다.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기구에서 개발한 마디모는 교통사고에 따른 자동차 탑승객과 보행인의 거동 상황을 3차원 시뮬레이션으로 재연해 해석하는 프로그램이다. 사고 당시 도로의 흔적, 차량 파손 상태, 블랙박스에 남은 차량 속도와 움직임 등을 분석한다.

마디모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가해자가 관할 경찰서 교통지도계에 신청하면 된다. 이때 사고 관련자 진술, 블랙박스 영상, 사고 당시 사진 등을 제출하면 분석에 도움이 된다. 분석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한다. 별도 비용은 들지 않지만, 대체로 결과 도출까지 1~3개월 남짓 걸린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후 보험료 산정 등에 활용하면 된다. 단순 접촉사고임에도 과잉 진료를 받거나 무리한 보험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줄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 정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기계적 판단에 의존하는 탓이다. 실제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미루려는 꼼수로 악용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정성호 더블유에프(WF)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과다 청구한 보험료의 경우 1차적으로 보험금 지급 당사자인 보험사가 판단할 사항이지만 사고 당사자 역시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 및 대응을 해야 할 사항”이라며 “경미한 사고인 경우에 한해 유형별 치료 및 입원 기준, 보험금 산정액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억울한 피해 사례를 막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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