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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08 09:55 수정 : 2018.02.08 11:37

게티이미지뱅크.

[ESC] 커버스토리

대세 짠돌이 방송인 김생민
합리적인 소비 위해 가계부 추천
‘욜로' 찬양 2030세대에게도 인기
각종 앱도 많아···트렌드로 부상 중

게티이미지뱅크.
김생민 가라사대, “돈이란 원래 안 쓰는 것이다!” ‘짠돌이’ 김생민이 전성기를 맞았다. 데뷔한 지 25년 만이다. 그의 조언은 거침없다. 5만원짜리 샤워 가운을 구입한 이에게는 “혼자 사는데 홀딱 벗고 있으면 어떠냐”, 코인노래방 가기가 취미인 이에게는 “노래는 샤워 부스에서 부르는 것이다”, 헬스나 필라테스를 등록한 사람에게는 “달리기를 해라”는 식이다. 그가 진행한 <한국방송>(KBS) 예능프로그램 <영수증>은 ‘생민하다’라는 유행어까지 낳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며 얼마 전 시즌1을 마무리했다.

‘짠내 요정’ 김생민의 인기는 예상 밖이었다. 한동안 절약은 미덕이 아니었다. 전쟁이나 압축성장을 겪은 세대들이야 절약을 금과옥조로 여겼다고 쳐도 2030세대는 달랐다. 그들은 일단 ‘질렀다’. 치솟는 등록금과 집값, 고용불안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장밋빛 미래’ 따위는 공수표가 된 지 오래다. 그들은 불확실한 내일에 오늘을 저당 잡히는 대신, 확실한 오늘을 소비하며 잠시나마 만족하는 쪽을 택했다. 그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세는 ‘인생은 한번뿐’을 뜻하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였다.

그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내 미랜 벌써 저당 잡혔어. 욜로욜로욜로요, 탕진잼 탕진잼’(‘방탄소년단’ 노래 ‘고민보다 GO’ 중)을 흥얼거리는 세대조차 김생민의 ‘자린고비 정신’에 열광하는 건 왜일까? 고혜진(22·대학생)씨는 말했다. “아르바이트로 모아봤자 얼마나 모을까 싶어 우울할 때마다 필기구를 ‘질렀는데’, 껌 한 통, 커피 한잔에도 ‘스튜핏!’을 날리는 김생민을 보면서 습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박의철(34·대학원생)씨는 말했다. “‘짠돌이’ 소리가 조롱처럼 느껴져 친구들 앞에서는 괜한 지출을 할 때가 많았는데, 이젠 당당하게 ‘합리적인 소비’를 할 거다.”

‘생민’할 것이냐, ‘욜로’할 것이냐. 만기 된 적금을 손에 넣거나 날로 통통해지는 통장을 볼 때가 세상에서 제일 기쁘다면 ‘생민’하면 되고, 주체할 수 없는 스트레스도 ‘천원 숍’이나 ‘야구장’에만 가면 누그러진다거나 ‘치맥’의 행복만큼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면 ‘욜로’하면 된다. 문제는 딱히 ‘욜로’하려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야말로 ‘통장이 텅장’ 되는 바람에 ‘강제생민’의 늪에 빠지는 경우다. 욜로의 기쁨 따위 느껴보지도 못했건만, 자동이체 날짜를 두려워하며 강제로 ‘생민하는 나날’이라니, 억울할 뿐이다.

이럴 땐 가계부가 답이다. 가계부야말로 돈 새는 구멍을 막아줄 구세주다. 김생민의 말처럼 ‘가계부 쓰기’는 “수입을 늘려주진 않아도 지출을 돌아보게 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돈을 모으려 딴에는 아등바등하는데도 생각만큼 돈이 모이지 않는 사람에게도 가계부는 필수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칼로리 일기쓰기’가 기본인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칼로리 일기를 쓰면 콜라 한 병, 도넛 하나에도 주의하게 되는 것처럼 가계부를 쓰면 생각지도 못한 새 찔끔찔끔 나가는 커피 값이나 휴대폰 비용 등을 경계할 수 있다.

‘가계부 쓰기’는 단순히 수입과 지출을 적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분석과 반성, 행동의 변화가 필요하다. 가계부 쓰기의 몇가지 팁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불필요한 지출은 빨간색·파란색 등으로 표시한 뒤 과감히 없애라.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관리비, 교육비, 저축 등은 한꺼번에 빠져나가도록 이체 날짜를 조정하라. 그 돈이 빠져나간 뒤 남은 돈이 당신의 생활비다. △카드 사용과 은행 거래 내용을 알려주는 문자서비스를 신청하라. △생활필수품을 한꺼번에 살 땐 지출 항목을 단순화해 기록하라. 쌀, 물, 라면 등이 아니라 ‘식비’로 통일해 적는 것이다. 단, 의복비, 외식비는 반드시 필요한 지출인지 따져봐야 하므로 자세히 적는다.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이 쓴 <베토벤의 가계부>에는 독일 음악가 베토벤이 스승인 하이든과 만나 핫초코와 커피를 마신 뒤 자신이 낸 돈을 가계부에 기록했다는 일화가 있다. 눈길을 끄는 건 천재 음악가 베토벤의 엉터리 산수 실력이다. 그는 가계부를 열심히 썼지만, 간단한 덧셈이나 곱셈조차 번번이 틀렸다. 남 일 같지 않다고? ‘수포자’(수학포기자)로서 산수는 영 젬병이라고? 뭐가 걱정인가. 알아서 계산해주고 분석까지 해주는 가계부 앱이 이렇게나 많은데! 편리하기로는 <뱅크 샐러드>와 <브로콜리>가 최고이며, <똑똑 가계부> 등은 카드 승인 문자를 자동으로 반영한다. 여행가계부 <여행의 고수>는 환율과 연동된다.

가계부: 가정의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는 장부. 제3자의 시각에서 가족 혹은 개인의 소비습관을 파악할 수 있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에 유용하다. 수입과 지출을 적은 뒤에는 분석과 반성, 변화가 필요하다. 요즘에는 종이가계부뿐 아니라 스마트기기용 가계부 앱도 많다. 한국 가계부의 시초는 어사 박문수(1691~1756) 집안에서 쓴 <양입제출>로 알려져 있다.

강나연 객원기자 nalot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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