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08 10:10
수정 : 2018.02.0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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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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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커버스토리
십장생 금박 무늬 종이부터 간편한 앱까지
김생민도 그뤠잇 가계부 내
포털과 연결···소통 창구 역할 톡톡
구매지·구매 횟수 통계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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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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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월급이 통장에 스쳐간다’면 가계부로 붙들어보자. 다소 귀찮아도 시간을 들이는 만큼 나의 소비를 반성하기 좋은 종이 가계부와 알아서 계산하고 다양한 통계를 제공하는 스마트폰의 가계부 애플리케이션 몇 가지를 골랐다.
추억가득…그래서 힙한 가계부
집집마다 십장생 자수 그림이 그려진 빨간 표지의 가계부가 놓여 있던 시절이 있었다. 매일 100원을 조르는 천진한 어린이로 있으려면 집안 살림은 모르는 편이 좋았고, 일단 기록을 시작하면 엄마의 성역이 되어버리는 가계부에 함부로 손을 댈 수는 없었다. 그래도 가계부에 실린 토막글들, 생활의 지혜나 탈무드 교육법, 토정비결 따위를 몰래 읽는 재미는 포기하지 않았다.
옛 기억에 촉매제가 된 것은 <2018 가계부―8090 추억의 가계부 특별판>이다. 동백꽃과 학이 어우러지고 가계부를 금박 한자로 꾸민 표지가 그럴싸한데다 복고풍 가계부답게 유대인 부의 비밀(!)도 실려 있다. 혈당 관리 등 건강을 체크하는 페이지와 매달 할 일 목록을 적어두는 난은 중요한 일을 깜빡하기 쉬운 중장년층에게 요긴하다. 양면을 1주일 단위로 사용하게 한 넉넉한 내지 구성도 기본에 충실하다.
‘좋아요’ 댓글…소통 창구
종이 가계부 쓰기의 가장 큰 난관은 좀처럼 습관이 붙지 않는다는 점이다. 포털 네이버 ‘월급쟁이 재테크 연구 카페’ 주인장의 닉네임을 딴 <2018 맘마미아 가계부>는 카페 회원들의 격려와 응원이 함께한다. 게시판에 그날의 가계부를 찍어서 사진을 올리면 아무리 소소한 기록이라도 같이 가계부를 쓰는 회원들의 댓글이 달린다. 다정한 칭찬 한마디에 차오르는 뿌듯한 마음은 다음날의 기록으로 이어진다. 가계부가 소통 창구가 되는 셈이다. 어린이용으로 나온 <2018 맘마미아 탁상 용돈기입장>은 식탁에 두고 쓰기 좋은 달력 형태다. 아이가 매일의 용돈 사용을 기록한 내용을 보고 양육자가 아이의 경제 관념을 심어주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김생민의 그뤠잇 가계부도 멋져
고급스러운 다이어리로 착각할 법한 <하루 10분 Plan B>는 네이버 카페 ‘짠돌이 부자 되기’의 재테크 팁이 실려 있다. 아담한 크기가 가방에 휴대하면서 그때그때 지출을 기록하기 안성맞춤이다. 매일 들여다봐야 하는 가계부에 싫증이 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블로그를 통해 육아일기를 연재하는 <썬비의 육아 가계부>는 사고 싶은 것의 우선순위를 기록하고 현실적으로 꼭 필요한 것을 남기는 ‘위시리스트’ 페이지가 눈에 띈다. 양육자라면 대번에 공감할 만한 카툰을 읽으며 아기자기한 스티커로 지루하지 않게 가계부를 꾸밀 수 있다.
‘통장요정’ 김생민도 가계부를 냈다. <2018 김생민의 쓰지마! 가계부>는 그날의 소비에 ‘스튜핏’과 ‘그뤠잇’을 스스로 평가할 수 있도록 스티커 부록을 첨부했다. 통장의 멱살을 잡는 표지 일러스트부터 웃음이 터지는 <내 돈 다 어디로 가계부>는 6개월 단기로 구성되어 있어서 부담 없이 가볍게 시작하기 좋다.
소비패턴 분석까지, 가계부 앱
열댓개의 가계부 앱을 사용해본 결과 쉽고 편리하고 일목요연하기로 ‘뱅크 샐러드’와 ‘브로콜리’가 최고였다. 여러 개의 은행계좌를 합산한 총 자산과 신용카드 미결제 금액, 주식과 펀드, 대출까지 포함해 자산의 증감을 보여주고 소비패턴까지 분석해준다.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자신이 이용하는 은행의 계좌와 카드 사용 내역이 연동되도록 공인인증서 등록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번거롭고 보안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하느라 인내심이 증발하지만 참아볼 가치가 있다.
‘네이버 가계부’, ‘똑똑 가계부’, ‘비주얼 가계부’ 등 안드로이드 기반 유명 가계부 앱들은 카드거래 승인 문자를 자동으로 읽어서 지출에 반영한다. 하지만 애플의 보안정책상 문자 정보를 외부로 보낼 수 없는 아이폰 가계부 앱은 승인 문자를 복사해서 일일이 붙여 넣어야 한다. ‘벤토이’는 문자를 쉽게 옮기는 위젯(응용 프로그램)을 추가해 불편을 최대한 줄였다. 엄지손가락으로 누르고 미는 동작으로 수입과 지출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겸용인 ‘투인원’(2in1) 카드 내역도 구분해서 등록할 수 있다. 금융비서 구실을 하는 깜찍한 병아리 캐릭터를 따라 하면 가계부도 게임처럼 재미있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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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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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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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클릭하면 주문 물건 도착시간까지
결제하고 배송을 거쳐 도착하기까지 시간차가 있는 온라인 쇼핑은 무언가를 사서 손에 넣었다는 감각이 옅어서 무절제한 소비를 하기 쉽다. 내 택배들이 옥천허브에서 발이 묶였는지 대전허브에서 간선상하차를 반복하는지 알기 위해 여러 구매 사이트를 들락거리는 것도 시간의 낭비다. 이때 주문 내역과 택배 조회, 무엇을 어디에서 몇 번 구매했는지 통계까지 볼 수 있는 ‘샵계부’가 유용하다. 국내 종합 쇼핑몰은 물론이고 아마존이나 아이허브 같은 해외 직구 사이트까지 지원한다. 사진을 찍으면 이미지를 인식해 판매처를 연결해주는 기능은 절약보다 지름에 특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무시하자. 기분 탓이다. 쓰기 위해 벌고, 벌기 위해 쓰는 게 인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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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가계부
가정의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는 장부. 제3자의 시각에서 가족 혹은 개인의 소비습관을 파악할 수 있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에 유용하다. 수입과 지출을 적은 뒤에는 분석과 반성, 변화가 필요하다. 요즘에는 종이가계부뿐 아니라 스마트기기용 가계부 앱도 많다. 한국 가계부의 시초는 어사 박문수(1691~1756) 집안에서 쓴 <양입제출>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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