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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11 19:58 수정 : 2018.04.11 20:09

숙성 연도를 표시하는 모데나 지역의 콘디멘토 발사믹식초. 이정국 기자

[ESC] 라이프 레시피|이기적인 여행

숙성 연도를 표시하는 모데나 지역의 콘디멘토 발사믹식초. 이정국 기자

이탈리아 중북부의 명물들

이탈리아 토스카나, 에밀리아로마냐 지역은 특산물로도 유명하다. 와인이 유명한 곳이지만, 발사믹 식초, 치즈, 가죽제품 등 관광객의 지갑을 열게 하는 제품들이 넘쳐난다.

우선, 발사믹 식초를 주목해보자. ‘발사믹’은 ‘향이 난다’는 뜻이다. 포도즙을 발효시켜 만든다. 와인과 비슷하지만, 발효와 보관 때 계속해서 공기와 접촉시키는 것이 다르다. 포도로 만든 ‘장’이라고 보면 된다. 보관은 ‘보테’라 불리는 나무통에 하는데, 어떤 나무를 쓰느냐에 따라 향이 좌우된다.

에밀리아로마냐의 모데나는 발사믹 식초 원조 지역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발사믹 식초는 와인 식초를 넣어 산도를 6도로 맞춘 것인데, 모데나 지역은 와인 식초를 섞지 않고 숙성시킨 발사믹 식초로 유명하다.

특히 양념이란 뜻의 ‘콘디멘토’(Condimento)가 적힌 발사믹 식초는 수백년 전부터 내려온 전통적 방법으로만 생산한다. 콘디멘토는 병에 숙성이 몇년 됐는지를 표시하는 게 특징이다. 오래된 발사믹은 그 자체로도 황홀한 맛과 향을 낸다. 이 콘디멘토 발사믹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 4~5개 농가일 정도로 소수다. 그 가운데 레오나르디는 1871년 설립해 현재까지 4대에 걸쳐 내려오는 발사믹 식초 명가다.

파르지마노 레자노 치즈. 이정국 기자
우리가 피자를 먹을 때 뿌려 먹는 ‘파마산’(파르메산)도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파르미자노 레자노’가 원조다. 파르마 지역에서 생산되는 치즈인데, 최근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 경성치즈를 생산한다. 그래서 원조 파르마 지역의 농가들이 연합해 지금까지 만든 것이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다. 300여개 농가에서만 이 파르미자노 레자노를 생산할 수 있으며, 이 지역 목초만을 먹고 자란 소의 우유로만 만들어야 하는 등 엄격한 품질관리를 받는다. 최소 12개월 이상 숙성한 뒤 품질검사를 거쳐야 파르미자노 레자노 직인이 찍힌다. 심지어 치즈를 갈아 가루로 만들 때도 다른 제품이 섞이지 않도록 감독관이 나와 육안으로 지켜본다고 한다.

토스카나에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라는 세계적 와인이 있지만, 중심 도시인 피렌체의 티본 스테이크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피렌체인들의 자부심이 대단해 이를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피렌체 스테이크)라고 부른다. 피렌체를 지배했던 메디치 가문에서 축제 때 먹기 시작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고기 표면을 숯으로 바싹 익히고 안은 핏빛이 선명한 레어(날고기를 거의 데운 정도로 보일 정도로 살짝 익힌 것) 상태로 먹는 게 특징이다. 숯의 향을 입은 바삭한 겉 부분과 속의 부드러운 육질, 그리고 알싸한 육향이 환상적인 조합을 만든다.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피렌체 스테이크). 이정국 기자
피렌체 시내에서는 티본 스테이크 집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레스토랑의 수준이나 고기의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보통 ㎏당 30유로(한화 3만9000원 정도)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현지인들은 주문할 때 남기는 한이 있더라도 2㎏ 이상을 주문하라고 권한다. 그래야 가장 맛있는 고기 두께가 나온다고 한다. 피렌체 시내에 있는 ‘쿠치나 토르치코다’는 정갈한 음식과 서비스로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집이다.

페루치의 한 직원이 가죽 제품 위에 금박을 입히고 있다. 이정국 기자
티본 스테이크 외에도 피렌체는 가죽공예로도 유명하다. 가죽제품으로 인기가 높은 명품 브랜드 구치의 1호점이 피렌체에 있고, 구치 제품을 모은 박물관이 있을 정도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가죽제품을 파는 노점을 흔히 볼 수 있다. 가죽공예가 발달한 이유는 과거 메디치 가문 등 귀족을 위해 만들었던 가죽제품 기술력을 대를 이어 전승했기 때문이다.

시내에 큰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어 관광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페루치 가문도 3대 동안 가죽제품을 만들어 지금의 부를 일궜다. 현재 페루치 브랜드의 회장인 스테파노 페루치는 “아버지 대부터 내려온 가죽공예 비법을 고수하고 있고 나의 아들도 이를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토스카나·에밀리아로마냐/글·사진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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