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19 09:03
수정 : 2018.04.1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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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오마주한 김승배 작가의 작품. 대중에게 친숙한 이모티콘이 미학적 형식으로 확장되어 문화 아이콘이 되는 과정을 나타냈다. 서울 마포구 카카오프렌즈 콘셉트 뮤지엄의 ‘뮤제 드 카카오프렌즈’전시회서 만날 수 있다. 김승배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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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커버스토리
카카오톡에서만 1700만명 구입
다양한 표현 가능해 문자 단점 극복
전문가 “인간 소통의 확장 과정”
이모티콘 소재로 미술 전시회도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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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오마주한 김승배 작가의 작품. 대중에게 친숙한 이모티콘이 미학적 형식으로 확장되어 문화 아이콘이 되는 과정을 나타냈다. 서울 마포구 카카오프렌즈 콘셉트 뮤지엄의 ‘뮤제 드 카카오프렌즈’전시회서 만날 수 있다. 김승배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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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쓰면 어색해요.”
총 6개의 이모티콘을 구입해 쓰고 있는 대학생 김민정(24)씨는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할 때 이모티콘을 즐겨 쓴다. 주로 쓰는 것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캐릭터를 활용한 이모티콘이다. “상대방 의견에 동의를 하거나, 대화를 마무리할 때 항상 이모티콘을 써요. 또 상대방의 감정을 금세 파악할 수 있죠.” 신씨의 이모티콘 찬양 이유다.
이모티콘은 이미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모티콘을 안 쓰고 대화를 하면 ‘딱딱해 보인다’는 말을 들을 정도다. 통계로 봐도 그렇다. 2015년 시장조사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8명(80%)이 모바일 이모티콘을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 국민 97%가 사용하고 있다는 카카오톡이 2017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모티콘을 구입한 사람은 1700만명에 달하고 한달 동안 20억건이 발송된다. 이모티콘을 쓰기 시작한 2012년에 280만명이 4억건을 발송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당연히 산업적 효과도 크다. 시장 규모가 온라인상에서만 1000억원대, 캐릭터 산업 등 오프라인까지 확장하면 3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모티콘의 급성장엔 원활한 소통을 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깔려 있다. 마크로밀엠브레인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이모티콘을 구입한 사람의 60.1%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서 샀다”고 답했다. 문자를 기반으로 한 메신저의 단점이 감정 표현을 다양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모티콘이 이를 보완해준다는 것이다.
덕성여대 심리학과 최승원 교수는 “의사소통은 언어와 비언어적 소통으로 나눌 수 있다. 현실에선 이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해 소통을 하는 반면, 온라인에선 언어적 소통만을 해와 오해의 소지가 많았다. 이모티콘 사용으로 온라인 소통의 단점을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소통의 확장 과정”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대화할 때 언어 외에 눈빛, 표정, 손짓 등을 보고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처럼 이모티콘 사용으로 온라인상에서 비언어적 소통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미디어는 인간 감각의 확장이다”라고 말한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매클루언의 정의처럼 이모티콘도 일종의 미디어가 된 셈이다.
온라인 소통 보조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모티콘은 오프라인에서도 소통의 도구가 됐다. 스위스의 의류 스타트업인 아이콘스피크는 2016년 다양한 이모티콘을 넣은 티셔츠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티셔츠에는 버스, 택시, 호텔 등 다양한 이모티콘이 표시돼 있는데, 언어가 통하지 않은 다른 나라에서 손가락을 간단히 가리키는 것만으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창업자가 베트남 여행을 갔을 때 소통이 되지 않아 고생했던 경험을 토대로 사업화를 한 것이다. 이 밖에 우리가 흔하게 만나는 각종 경고문, 안내판에서도 이모티콘은 필수다. 글자보다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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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오마주한 김승배 작가의 작품. 대중에게 친숙한 이모티콘이 미학적 형식으로 확장되어 문화 아이콘이 되는 과정을 나타냈다. 서울 마포구 카카오프렌즈 콘셉트 뮤지엄의 ‘뮤제 드 카카오프렌즈’전시회서 만날 수 있다. 김승배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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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티콘은 예술에도 영향을 끼칠 정도가 됐다. 서울 마포구, 지하철 홍대역 인근에 있는 카카오프렌즈 콘셉트 뮤지엄에선 내달 27일까지 ‘뮤제 드 카카오프렌즈’라는 독특한 전시회가 열린다. 5명의 젊은 작가가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를 소재로 해 만든 미술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모티콘이 미술 작품이 됐을 정도로 무형의 이모티콘은 만질 수 있는 실체로까지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 직접 가보니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김승배 작가의 작품이 눈에 띄었다. 두 명화 속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바로 이모티콘이다. 특히 천지창조에서 신이 만든 결과물은 인간이 아닌 인기 이모티콘 캐릭터인 ‘라이언’이다. 현재 이모티콘이 갖고 있는 위상이 어떤지를 재치있게 보여준다.
삶의 일부분으로 들어온 이모티콘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최초의 이모티콘에서 어렴풋이 답이 보인다. 1982년 9월19일 오전 11시44분 미국 카네기멜런 대학교의 스콧 팔먼 교수가 한 온라인 게시판에 썼던 것이 최초의 이모티콘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이 최초로 표현했던 이모티콘은 바로 ‘:-)’다. 웃고 살자는 뜻이 아니었을까요? ∧∧.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이모티콘
감정을 뜻하는 이모션(Emotion)과 아이콘(Icon)의 합성어. 그림문자나 그림말로 번역됨. 일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선 모바일 스티커 등으로도 불림.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때 인면조가 화제가 된 뒤 한 웹툰 작가가 만든 인면조 이모티콘이 연관 검색어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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