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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19 09:14 수정 : 2018.04.19 09:20

이코티콘 작업실의 ‘무릎이’ 임선경 작가. 15종의 이모티콘을 출시한 임 작가는 대기업 간부 연봉 수준을 벌고 있다고 했다. 임선경 작가 제공

[ESC] 커버스토리

요즘 뜨는 이모티콘 작가 되려면?
입문서 펴낸 ‘무릎이’ 임선경씨 인터뷰
진입장벽 낮아져 초보자도 직접 제안 가능
그림 잘 그리기보다 독창성이 중요

이코티콘 작업실의 ‘무릎이’ 임선경 작가. 15종의 이모티콘을 출시한 임 작가는 대기업 간부 연봉 수준을 벌고 있다고 했다. 임선경 작가 제공
이모티콘은 친밀감을 높여주는 대화 도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상대방에게, 처한 상황이나 감정을 풍부하게 전달해주는 구실을 한다. 나를 대신해 건조한 대화 분위기나 어색한 상황을 재치있게 반전시켜주는 아바타이기도 하다. 카카오톡 조사(2017년)에 따르면 이모티콘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국민이 27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유료 이모티콘 시장 규모는 1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한다. 사용자가 늘고 시장이 커지면서 이모티콘을 만들어 고수익을 내는 작가들도 크게 늘고 있다.

이모티콘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읽으면 진짜 이모티콘으로 돈 버는 책>을 펴낸 임선경(50)씨를 만나 이모티콘 작가 되는 법을 들어봤다. ‘무릎이’를 별명으로 쓰는 임씨는 따뜻하고 행복감을 주는 캐릭터로 성공을 거둔 이모티콘 작가다. ‘사랑하는 그대에게’ ‘너를 만나 행복해’ ‘귀요미 꼬꼬마 삐오’ 등 15개의 이모티콘을 출시해 인기를 끌며 억대 연봉 작가 반열에 올랐다. 그는 “미술 전공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이모티콘 작가가 될 수 있고, 성공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주장했다.

‘너를 만나 행복해’ 이모티콘. 임선경 작가 제공

―누구나 이모티콘 작가로 성공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게 가능한가?

“물론이다. 의욕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가능하다. 그림 실력은 중요하지 않다. 이모티콘은 효과적인 소통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림의 완성도나 퀄리티(질)는 중요하지 않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상상력만 있다면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이모티콘 작가가 될 수 있다. 그림이 엉성하더라도 참신하고 개성적인 캐릭터를 만든다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

―개인이 이모티콘을 만들었다 해도 시장 접근이 쉽지 않을 텐데.

“과거엔 이모티콘 제작·제안이 이모티콘을 만드는 회사(에이전시)를 통해 이뤄지고, 제안자와 회사가 수익을 나누는 구조였다. 하지만 요즘은 개인이 만든 이모티콘을 카카오톡·라인·밴드·그라폴리오(네이버의 디지털 콘텐츠 판매 플랫폼) 등에 직접 제안할 수 있다. 진입 장벽을 낮춰 초보자도 자신의 이모티콘을 직접 응모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물론 심사를 통과해야 출시된다.”

―본인은 어떻게 이모티콘 작가가 됐나?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일러스트레이터 겸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다, 내 그림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고민했다. 그러다 이모티콘 세계를 만났다. 처음엔 에이전시를 통해 출시하다가 지난해부터 직접 제안하고 심사를 받아 시장에 내놓는다.”

‘사랑하는 그대에게’ 이모티콘. 임선경 작가 제공

―어떤 캐릭터로 성공했고, 수입은 얼마나 되나?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대기업 간부 연봉 정도는 번다. 내 경우 2016년부터 수입이 늘었다. 그해 ‘사랑하는 그대에게’ 이모티콘을 출시했는데, 소녀 감성을 좋아하는 ‘아줌마’가 타깃이었다. 그게 30~40대 여성들에게 먹혔다. 출시 다음날 매출 순위 2위로 뜨더라. 그때 첫 한달 매출이 1억원을 넘겼다. 따뜻한 감성의 캐릭터, 위로의 단어들이 공감을 얻었다고 본다. ‘사랑하는 그대에게’는 지금까지 ‘버전 5’까지 나왔고, 다음달에 ‘버전 6’을 내놓을 예정이다.”

―미술을 전공했으니 이모티콘 작가로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그런 질문을 가끔 받는다. 그러나 내가 겪은 이모티콘 시장은 전공이나 그림 실력과 전혀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그림에만 매달리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단순하더라도 개성 있는 캐릭터와 반짝이는 멘트(그림에 곁들여지는 말)가 조화를 이루면 시장이 반응한다.”

-그림에 문외한인 사람이 작가로 성공한 사례가 있나?

“그렇다. 겸연쩍지만 내 큰아이가 그런 경우다. 그림에 전혀 관심이 없는 대학 2학년생이다. 낙서하듯 끄적인, 사람 형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선 그림 이모티콘을 연습 삼아 만들어 제안하더니, 놀랍게도 채택이 됐다. 지난해 6월이다. 발로 그린 그림 같다 해서 제목도 ‘제제의 발그림, 이초티콘’으로 붙였다. 2초 만에 그렸다 해서 ‘이초티콘’이다. 이 수익금으로 대출받은 등록금을 다 갚았고 ‘버전 3’까지 출시했다. 지난해 연말엔 ‘카카오 6돌 인포그래픽’에서 주목할 만한 신규 작가 4인에 뽑히기도 했다.”

‘제제의 발그림 이초티콘’. 임선경 작가 제공

―입문자들로선 어떤 캐릭터를 선택할지부터 고민일 듯하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나만의 캐릭터를 찾아내는 게 핵심이다. 기존의 이모티콘들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주변 인물과 사물의 행동과 반응을 눈여겨보는 게 중요하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 중에서 고를 수도 있고, 개나 고양이 등 동물, 과일, 생활도구를 의인화할 수도 있다. 가장 확실한 것은 본인의 이야기로 승부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자신이 닥친 상황, 사용하는 용어를 생각하면 쉬워진다. 캐릭터 작업은 이모티콘 소비 대상을 어떤 부류로 할지 타깃층을 먼저 정한 뒤에 이뤄져야 한다. 나이별, 성별, 취향별로 다양한 이모티콘 소비층이 형성돼 있다. 과장된 액션과 용어의 캐릭터가 많지만 차분하고 소박한 캐릭터를 선호하는 이들도 많다. 시장이 엉뚱한 반응을 보일 때도 있다. 내 경우 장년·노년층을 위한 ‘어르신 이모티콘’을 내놨더니, 정작 어르신들보다는 초등생 등이 재미로 많이 쓰더라.”

―이모티콘의 제안 및 출시 과정은?

“기획이 아니라 완성된 작품으로 제안해야 한다. 이모티콘은 움직이는 것과 멈춰 있는 것으로 나뉜다. 움직이는 이모티콘은 24개 이미지, 멈춰 있는 이모티콘은 32개 이미지가 한 세트다. 작품이 완성되면 제안 사이트(카카오의 경우 이모티콘 스튜디오)에 접속해 양식에 따라 입력하면 된다. 입력 뒤 2~4주 안에 심사 결과 메일이 온다. 통과가 되면 세부 작업을 통해 시안을 만들고 최종 승인을 거쳐 상품화하게 된다. 움직이는 이모티콘의 경우 작업 및 출시 대기에 보통 서너달이 걸린다. 시장성이 크다고 판단되거나 독창성이 돋보이는 상품은 제안 한두달 안에 출시하기도 한다.”

임선경 작가가 자신이 쓴 이모티콘 작가 입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병학 선임기자

―이모티콘 수익금 배분은 어떻게 이뤄지나?

“출시된 달의 매출액 수익금이 넉달 뒤에 작가에게 입금된다. 매출액에서 작가의 몫은 30~35% 정도다. 카카오톡 발표로는 2017년 10억원 이상 매출액을 기록한 이모티콘 작가가 24명이었다.”

―이모티콘 작가가 되려는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본인의 목소리, 본인의 색깔을 분명히 내라는 것이다. 자신만의 것으로 승부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 잘 그리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미숙한 채로 캐릭터를 완성해보도록 하라. 퀄리티가 중요한 시장이 아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면 반응이 오게 돼 있다.”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이것만은 알고 이모티콘 작가 되자!>

△이모티콘 제안 알아둘 점: 다양한 이모티콘 생산이 이뤄지면서 저작권 침해나 표절에 따른 시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안에 앞서 관련 사항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도덕성·윤리 부분도 짚어봐야 한다. 범죄나 폭력, 성적 표현이 들어간 콘텐츠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심한 욕설이나 사람·동물을 비하·차별하는 내용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곁들이는 말이 맞춤법에 맞는지 확인할 필요도 있다. 요즘 맞춤법에 어긋나는 과장된 표현이나 신조어 사용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맞춤법 기본을 알면서 과장된 표현을 활용한 것과 모르고 쓴 것은 차이가 난다.

△이모티콘·스티커 관련 제안·활용 가능한 곳: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https://emoticonstudio.kakao.com), 라인 크리에이터스 스티커(https://creator.line.me), 밴드 스티커(https://partners.band.us/partners/sticker), 그라폴리오 스티커(https://m.gfmarket.naver.com)

이모티콘

감정을 뜻하는 이모션(Emotion)과 아이콘(Icon)의 합성어. 그림문자나 그림말로 번역됨. 일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선 모바일 스티커 등으로도 불림. 문자가 아닌 그림으로 감정 표현이 가능해 온라인 소통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음.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때 인면조가 화제가 된 뒤 한 웹툰 작가가 만든 인면조 이모티콘이 연관 검색어가 됨.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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