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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10 09:19 수정 : 2018.05.10 09:23

람보르기니가 처음 내놓은 스포츠실용차 ‘우루스’. 사진 람보르기니 제공

신동헌의 으라차차

람보르기니가 처음 내놓은 스포츠실용차 ‘우루스’. 사진 람보르기니 제공
이탈리아의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는 페라리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고성능 자동차 제조업체다. 창업주인 페루초 람보르기니는 이탈리아 북구 레나초의 포도 농가에서 태어나 트랙터 제조 회사를 운영했는데, 제2차 세계대전 뒤의 호경기를 타고 큰돈을 벌었다. 자동차를 좋아했던 그는 많은 스포츠카를 경험한 뒤 엔지니어로서 자신이 페라리 스포츠카를 운전하면서 느낀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페라리에 전달하고자 했다. 그러나 레이스에서 잔뼈가 굵은데다 매우 독선적인 성격이었던 페라리의 창업주 엔초 페라리는 그의 의견을 묵살했고, 람보르기니는 자신의 페라리를 직접 더 편안하고 고장 없는 차로 개조한 뒤 호평을 받자 아예 자신의 이름을 딴 스포츠카 회사를 만들었다.

엔초 페라리는 공공연히 ‘자동차 경주에 참가할 돈을 벌기 위해 일반도로용 차를 만든다’고 말할 정도로 자동차 경주만을 생각하는 사람이었지만, 람보르기니는 “돈을 내는 고객에게 불친절하면 안 된다”고 여겼다. 일반도로에서의 승차감을 중시하고, 고장 없이 탈 수 있는 차를 목표로 만든 람보르기니의 스포츠카는 등장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고 1963년 창업 이후 10년 동안 급성장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함께 주춤하기는 했지만, 1980년대에는 마르첼로 간디니가 디자인한 미래지향적 디자인의 스포츠카 쿤타치를 선보이면서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최근 선보인 우루스는 람보르기니가 처음으로 내놓은 스포츠실용차(SUV)다. 절대적인 성능과 운전의 재미만을 추구하는 스포츠카 브랜드가 레저를 즐기기 위한 스포츠실용차를 만든다는 데 찬반양론이 있지만, 거의 망해가던 포르셰가 2002년 스포츠실용차 카이엔을 출시하면서 가장 탄탄한 자금력을 가진 회사로 다시 태어난 전례가 있듯이 시장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스포츠카 브랜드뿐 아니라 초호화 세단만을 만들어온 벤틀리도 2016년 스포츠실용차 벤테이가를 선보였으며, 10일에는 롤스로이스도 최초의 스포츠실용차 컬리넌을 발표한다.

스포츠카 정통성 논란은 우루스를 타보면 단번에 사라진다. 거대한 차체를 가졌지만 탄탄하게 굽이진 길을 돌아 나가고 가속과 감속을 반복해도 굼뜬 움직임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코르사(이탈리아어로 ‘달리다’라는 뜻) 모드에서는 우렁찬 배기음을 들려주지만, 평상시엔 엔진 소리는 물론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 승차감도 나긋나긋해서 고급 세단을 연상케 한다. 더구나 두명밖에 못 타는데다 짐은 전혀 실을 공간이 없는 기존 람보르기니 스포츠카와 달리 다섯명이 타고도 골프가방 두 세트를 더 실을 수 있다. 앞서 람보르기니 창업주의 얘기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극단적인 스포츠성과 안락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람보르기니의 창업 이념과도 일맥상통한다. 불편할수록 순수한 혈통의 스포츠카로 여기는 것은, 알고 보면 람보르기니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이미 세계의 부자들이 줄을 서서 이 차를 기다리고 있어 지금 계약해도 내년에나 차를 받을 수 있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스포츠카는 부를 과시하는 용도로 쓰이거나 계층 간 격차를 심화시키는 물건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인간이 만든 기계 장치의 궁극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꽃이라도 아름다운 것처럼, 슈퍼카는 기술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 기술력이 일반적인 차에도 점차 적용된다는 점에서 존재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지나가는 슈퍼카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것도 운전하는 이의 지갑보다는 그 차를 만들어낸 사람의 열정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신동헌(자동차 칼럼니스트·<그 남자의 자동차>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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